850Km 대장정... '고난'이 있기에 더 즐겁다
 
지난 25일 엔씨소프트가 마련한 ‘대한민국 문화원정대’가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160명이나 되는 원정대원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발대식을 갖고 출발점인 포항 호미곶으로 향했다.

35박 36일 동안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올라갔다가 민통선을 횡단해 다시 서울시청 앞까지 총 850km에 달하는 대장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포항 호미곶에서 출발한 원정대는 첫 날 24km를 행군했다.

처음부터 한계상황이 느껴질 정도로 힘든 하루였지만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가 더욱 확고해 지는 날이었다. 원정대원으로 참가한 윤현수씨(광운대 3학년)와 이현정씨(고려대 4학년·휴학)가 말하는 첫날의 느낌도 그랬다.
 
# 원정대 첫날 경험은 힘든 도전의 서곡
 
“자랑스러운 대학민국 육군 병장 출신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원정대원 모두가 직접 행군을 해보니 처음에 막연히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거예요. 특히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대원이나 여자대원들은 행군중에 그런 모습이 역력했어요. 하지만 일주일 정도만 견디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우리는 끝까지 완주 할 겁니다.” (윤현수)

“걸으면서 속으로 되뇌었어요. ‘한계를 즐겨라, 한계를 즐겨라’ 땀이 나서 덥고, 숨은 차고, 목은 타오르고, 허기진 배는 아우성치고, 가방에 짓눌린 어깨는 쑤시고, 다리는 부어올라 말을 듣지 않고, 발가락엔 물집이 잡혀 쓰라리고… 솔직히 힘이 들었지만,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또 하겠냐는 다짐을 하며 한계를 즐기려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애를 썼어요.”(이현정)

두 사람은 첫 행군이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다고 느꼈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건만 온몸이 아파온다고 했다. 윤씨는 특히 장단지를 가리키며 너무 아프다고 엄살(?)을 떤다. 또 이씨도 ‘이러다 일주일 내에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 놓았다.

문화원정대는 2차례에 걸친 신체검사와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정예 요원들을 선발했건만 자신의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윤씨는 금방 “이제야 진짜 원정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든다”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또 이씨는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양치질도 제때 못하지만 이 모든 것이 원정대에 참여했기에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이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전에 몰랐던 제 자신의 결점을 발견하게 돼서 조금은 슬프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고쳐갈 생각이예요.”
 
# 원정대를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경험 쌓을 것
 
두사람이 이번 문화원정대에 두고 있는 의미와 목표는 젊은이 답게 소박하고 깔끔했다.

윤씨의 목표는 원정을 통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기분을 느껴보고 지금껏 잘 가보지 못했던 우리 국토를 밟아보는 것. 원정대원들과 어울리면서 계산이 필요없는 인간 관계를 맺어보고 좋은 풍경이 주는 영감과 사진을 얻고 싶다고 한다.

그는 특히 1기 문화원정대 대원으로 참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남해와 서해 파트인 2기와 3기 원정대에도 참여하고 싶지만 내년에는 졸업을 해야하는 데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이씨는 성격 개조를 첫번째 목표로 꼽았다. “도전을 통해 여러 사람과 부딪히며 성격을 다듬어 나가고 싶어요. 집에만 박혀 살던 나를 세상으로 끄집어 내고 싶어 참여했어요.” 신나게 놀고 싶어 휴학을 했는데 이번 기회에 좋은 사람들 만나서 어울리며 부실한 체력도 보충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이를 위해 그녀는 ‘내일 코스는 끝까지 간다!’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체력이 약해 완주에 대한 자신은 없지만 매일 이같은 작은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란다.

이들에게 첫날 행군은 850km에 달하는 대장정이 고난의 시작임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마음 속에는 전날까지 가졌던 설레임과 기대보다는 앞으로 남은 끝이 없을 것같은 일정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는 듯했다. 그렇지만 마음 한켠에는 벌써부터 대장정을 마치고 난 뒤에 변해 있을 자신과 새로 사귄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도 싹트고 있었다.

“이번 문화원정대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어요. 경제적인 사정이나 여러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이런 좋은 경험을 못해보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자주 생겼으면 좋겠어요.” 윤씨는 끝까지 기회 타령이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무려 160명이나 되는 동료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즐거운 것같다.

이씨는 보다 많은 대원들과 사귀고 싶어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지금의 팀원 외에 다른 여러 대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화원정대 1기로서 똘똘 뭉쳐서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2기를 선발할 때 1기 경험자들이 모여서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으면 합니다.”

전공을 살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윤현수씨와 동시통역사나 영어선생님이 장래희망이라는 이현정씨. 이제 시작이건만 이들은 벌써부터 완주를 하고 돌아가 부모님과 친구들 앞에 자랑스럽게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뿌듯함이 충만한 듯 했다.
 
김순기기자(김순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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