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함께즐기면서, 함께나누는것
 
게임업계에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 중 현직 대학교수이면서 게임업체 사장을 맡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 경우 대부분이 전공해온 기술력을 갖고 그것을 상업화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엔지니어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심리학과 교수이면서 게임업체를 운영해 오고 있는 권준모 엔텔리전트 사장의 경우는 예를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경우다.

# 우연히 닿게 된 게임과의 인연

그가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참 우연이었다. 그가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던 96년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선배교수님이 그를 찾았다.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새영상부에서 게임에 대해 심의를 하기로 했는데 자기에게 그 역할을 맡겼으나 권 사장이 적격일 것 같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권 사장은 어려서부터 게임을 즐겼기에 선뜻 해 보겠노라고 대답 했다. 이것이 그가 10여년 가까이 제 2의 전공으로 게임을 해오게 된 사연이다.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게임을 마음데로 해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 일이 참 즐거웠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심사를 하러 오신 분들이 ‘왜 컴퓨터로 공부를 안하고 게임을 하느냐’고 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권 사장이 게임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 일은 게임을 제대로 알리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고 한다.

게임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그는 게임 관련 법 개정 과정에 관여 하거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토론회에 나가서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등 동분서주하며 바쁘게 뛰어 다녀야 했다.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기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 교수에서 게임업체 사장으로

그러다가 그에게 또 한번의 새로운 인연이 찾아오게 된다. 바로 대학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지금의 엔텔리전트 개발자들을 만나게 된 일이었다.

2000년 경희대의 창업경진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였다. 당시 대학 2∼3학년 생이던 학생들이 경영시뮬레이션 게임을 들고 나왔는데 꽤 잘 만든 게임이었다. 그들을 인상 깊에 봐두었던 권 사장은 나중에 한번 연구실로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때 만난 학생들이 소태환, 박성훈, 강신영, 정주천 등 4명으로 당시 이들은 경희대와 고대에서 컴퓨터, 영어, 미술 등을 전공했고 지금도 엔텔리전트의 핵심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 이들은 권 사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열정은 대단했지만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고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권 사장은 그들을 위해 대학의 창업동아리 사무실을 주선해 주면서 열심히 해 보라고 격려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창업동아리로 남아있을 수 없는 때가 왔다. 개발한 게임을 상업화해서 팔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기업의 모양새를 갖춰야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무실도 좀 더 커야 했고 사람도 더 필요했다. 그래서 벤처타운에 입주하려 했는데 법인이 아니면 입주가 어려웠다.

그래서 권 사장은 고민 끝에 이 회사에 50%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이 분야에서 꽤 잘 나가는 업체로 직원수만 40여명에 달하는 등 인정을 받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성공을 자신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권 사장은 투자비를 모두 날리더라도 학생들을 돕는 심정으로 험난한 CEO의 길로 들어섰다.

걱정이 돼서 물어보았다. 교수와 사장을 함께 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아직도 CEO로서는 제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혼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10년 이상 회사를 경영해온 선배 CEO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요. 물론 그들 중에는 저보다 어린 CEO도 있지만 경영면에서는 저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나다고 봅니다. 그런 면은 제가 배워야 할 점이지요”

권 사장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면 그들의 순수함에 열정을 느끼지만 기업체를 운영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서다

권 사장은 올해와 내년이 엔텔리전트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하다 보면 비약적으로 발전 하거나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할 시점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희에게 그 때는 올해와 내년이 될 것 같습니다. 해 보다가 안되면 깨끗이 포기해야지요”

가볍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그만큼 요즘의 모바일 게임업계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게임 플랫폼이 과거의 콘솔과 PC에서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력한 기업들이 모바일 게임에 손을 뻗으면서 시장을 장악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권 사장은 올해 모바일네트워크 게임 개발과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가장 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지금 모바일 게임업체들은 몇개 업체를 제외하면 너무나 영세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게임들이 많이 나오지 못하고 있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업체도 규모를 키워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하며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 길만이 우리 모바일 게입업계가 사는 길이예요”

 대학과 산업을 오가며 미래의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는 권사장을 보면서 그의 꿈이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PROFILE
 
 
1988년 서울대 사회과학대 심리학과 졸업
1991년 콜럼비아대 문리과 심리학 석사
1991년 콜럼비아대학 철학 석사
1994년 95년 콜럼비아대학 강사
1995년 콜럼비아대학 심리학 박사
2001년 현재 엔텔리젼트 대표이사
2003년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교환교수
1995년 현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부교수
 
취재부장(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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