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선율 손 안에서 느낀다
 
인류가 창조한 가장 완벽한 멀티미디어로 평가받는 ‘게임’과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다. 초창기 단순 아케이드게임 시절 아주 초보적인 단음에서 출발, 이제는 한편의 오케스트라를 옮겨놓은 듯한 웅장한 음악이 게임속에서 살아 숨쉰다.

 게임음악을 골라 엮은 OST음반까지 등장할 정도이고 보면, 게임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운드의 발전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사실 게임 자체의 즐거움보다 게임내 음악을 감상하는 재미가 더 쏠쏠한 게임도 적지않다. 추억의 명게임을 봐도 완성도 높은 게임일 수록 그에 못지않은 게임음악이 유저들의 귓전을 오래도록 때리기 마련이다.

모바일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하드웨어가 ‘삑’소리만 내던 단음폰에서 4폴리(화음), 16폴리를 거쳐 이제는 64폴리 시대까지 발전하면서 PC나 콘솔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게임을 듣는다구? 어떻게?’

 불과 2∼3년전만해도 모바일게임의 사운드는 단순한 음만을 냈다. 그래서 ‘먹통’이란 소리를 들었다. 아직도 스피커 등 하드웨어의 한계는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대작 게임을 보면 사운드 부문의 놀라운 기술발전을 느끼게 한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좀 과장하면 웅장한 모바일 게임음악을 듣노라면 게임인지, MP3인지, 포터블 오디오인지 분간키 어렵다. 많은 모바일게임업체들은 사운드를 외주 제작에 의존하지만, 일부에선 해외에서 제작을 하거나 별도 사운드팀을 만들어 ‘소리’를 보강하고 있다.

‘시나리오’ ‘그래픽’ ‘사운드’ ‘프로그래밍’ 등 게임을 구성하는 4요소, 즉 ‘게임 4중주’가 모바일에서도 서서히 하모니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 한차원 높은 사운드를 자랑하는 ‘창세기전’
 
지금까지 출시된 모바일게임중에서 사운드만 놓고 가장 완성도 높은 게임을 꼽으라면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외전-크로우’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다른 RPG와 달리 ‘창세기전’은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테일즈 위버’ 등 소프트맥스의 명 PC게임의 음악을 맡았던 팀이 국내 모바일게임이 퀄리티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고 평가할만한 총 14곡에 달하는 웅장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특히 게임내 테마에 맞게 곡을 편성, 게임의 묘미를 한층 더 살림으로써 사운드를 단순한 ‘곁다리’가 아닌 게임의 핵심 요소중 하나로 부각시켰다. 여기에 모바일게임 최초로 성우 음성을 지원, 유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즈망가 대왕 ‘치요’역의 여민정씨를 비롯해 김장, 한원자씨가 출연했다.
 
# 실감나는 효과음이 살아있는 ‘삼국지’
 
올 모바일게임 시장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꼽히는 엔텔리젼트의 ‘삼국지 무한대전’ 역시 특유의 화려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행진곡풍의 빠른 멜로디로 시작해 단조로울수 있는 메뉴선택에 재미를 부여할 정도로 경쾌하면서도 전투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사운드가 압권이라는 평이다.

중국대륙을 탐험할 때 흐르는 느리면서도 신비감을 주는 중국 스타일의 배경 음악 등 게임의 성격과 사운드가 잘 맞아 떨어진다. ‘삼국지’는 특히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전투장면에 삽입된 각종 초필살기 효과음, 칼 부딪히는 소리, 바람을 가르는 화살 소리, 적병을 벳을 때 나오는 비명소리 등 잘 만든 아케이드 액션게임을 상상케 한다.
 
#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재연한 ‘택티컬 퀘스트’
 
게임왕국 일본은 사운드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술을 자랑한다. 아직도 국내 많은 온라인게임업체들조차 일본의 게임음악 전문 스튜디오를 찾는 이유다.

컴투스의 야심작 ‘택티컬 퀘스트’는 일본 RPG 명가 ‘스퀘어 에닉스’ 전문 사운드팀의 노하우가 녹아든 사운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30개 챕터마다 각기 다른 배경 음악을 삽입, 자칫 단조로와지기 쉬운 모바일게임의 한계를 극복했으며,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음악을 듣는 듯한 웅장함이 특징이다.

여기에 자체 사운드팀(팀장 조원재)이 한국적 정서에 맞추면서도 원 배경음악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세련되고 경쾌한 타이틀 음악을 곁들였다.
 
[Interview] 조원재 컴투스 사운드 프로듀서
"모바일게임 사운드 2년내 PC수준 도달"
 
"모바일게임의 사운드 분야는 그동안 볼모지에 가까웠으나, 최근 6개월 사이엔 퀄리티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택티컬 퀘스트’의 타이틀 음악 제작을 맡은 컴투스 개발부의 사운드 프로듀서 조원재과장은 " 벨소리 등 모바일 관련 음악시장이 붕괴되자 우수한 인력이 대거 게임쪽으로 유입돼 모바일게임의 사운드의 질이 빠른속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포 플레이’란 미국의 퓨전재즈그룹을 좋아한다는 조 과장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따라잡기 위해 시간날 때마다 자주 ‘밤업소’를 찾는다고 귀띔한다.

-‘택티컬 퀘스트’ 사운드를 자랑한다면

▲주로 PC나 콘솔 대작을 만든 RPG명가 스퀘어 에닉스의 사운드팀이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각 화별로 다양한 사운드가 밸런스를 잘 유지하며, 전체 게임 분위기를 일관되게 이끌어간다.

-이제까지 제작한 게임음악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단호하게)‘붕어빵타이쿤’이다. 기존의 캐롤을 재즈풍으로 편곡한 것이지만, 정말 심혈을 기울어서 만들었다. 많은 유저들이 이 음악을 휴대폰 벨소리를 사용하는 것을 들으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

-장르별로 특별히 사운드 제작이 어려운 분야는

▲아무래도 플레이 시간이 길고, 대작이 많은 RPG가 힘들다. 그러나, 단순한 아케이드풍의 액션게임도 타격감을 맞추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용량이 작다해도 창작게임의 경우 작곡 등 모든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향후 모바일게임의 사운드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드웨어적인 기술 진전이 따라줘야 하겠지만, 적어도 2년 이내에 PC게임과 거의 유사한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중배기자(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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