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소총 · 수류탄 들고 끝없는 사투
 
1988년 서울 올림픽이 한창이던 시절, 국가대표 선수들의 열정에 못지 않게 오락실의 유저들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으니 바로 TAD 그룹에서 만든 ‘카발(Cabal)’이라는 게임때문이었다.

이 게임은 성공한 아케이드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심플하지만 미묘한’ 게임 방식이 특징이었다. 유저는 캐릭터의 등 뒤에서 보는, 변형된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캐릭터와 조준점을 동시에 움직이는 컨트롤을 채용했지만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여 조준과 행동에 긴장감을 줬다.

버튼도 달랑 3개로 총알을 쏘는 버튼과 수류탄을 던지는 버튼, 총알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서 한 바퀴 구르는 버튼이 전부다. 하지만 하나의 화면에서 나타나는 적은 무한대로, 도대체 국적을 알 수 없는 적들이 오른쪽과 왼쪽, 위에서 끊임없이 등장한다.

단순 소총수부터 중화기병, 장갑차, 탱크, 헬리콥터 등 개떼처럼 몰려 나오는데 심지어 게임의 후반부까지 가면 F-16 전투기까지 날아 다닌다. 가진 것이라고는 수준낮은 소총과 구식 수류탄밖에 없지만 작은 울타리와 담을 방패삼아 대군을 물리치는 것이 목표. 각 미션은 4∼5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고 마지막 스테이지는 항상 엄청난 전투력과 덩치를 가진 보스(잠수함, 중무장 헬리콥터 등)들과 사투를 벌이는, 슈팅게임의 정형화된 단순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하지만 이 게임은 2D임에도 불구하고 정면을 바라보는 시점을 적절히 이용해 3D와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 게임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으며 2인용도 지원해 화끈한 액션과 숨 쉴 새없는 빠른 진행으로 유저들의 동전을 먹어 치웠다.

이 게임이 세계적으로 히트하자 TAD 그룹에서는 똑같은 시스템에 미 서부를 배경으로 한 후속작 ‘블러드 브러더스(Blood Brothers)’를 내놓았으나 원작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밀리터리에서 서부로 이사한 것 뿐인데도 유저들은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비록 단발성 인기에 그쳤지만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게임인지라 오늘날 온라인으로 재탄생시켜도 손색없는 타이틀이 바로 ‘카발’이다.
 
김성진기자(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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