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안정환 '라스트 카오스로 화려한 컴백쇼
 
호리호리한 몸매, 퍼머한 긴 머리.

뒤에서 바라본 나코엔터테인먼트의 홍문철(42) 사장은 흡사 테리우스 안정환을 떠올릴 만큼 닮았다. 하지만 안정환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샤워 후 욕실의 큰 거울을 보며 항상 안정환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흐릿한 유리를 닦아내고 만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전인권’이더군요”

유쾌한 농담으로 시작된 이날 인터뷰는 기자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홍 사장은 많은 변화를 겪은 듯했다. 우선 평범하던 헤어스타일이 마치 테리우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이날 함께 만난 같은 회사의 김홍일 이사도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는 이 회사가 게임사업을 접고 연예사업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변한 건 외모만이 아니었다.

신생개발사 나코인터랙티브의 대표로 만났던 2년전과 달리 그는 이제 나코엔터테인먼트라는 코스닥등록 기업의 대표로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자를 가르치고도 남을 정도로 게임시장의 판세와 전망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뱉는 그의 모습에서는 2년전 느꼈던 초보 게임CEO의 자취를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 게임에 올인하다

최근 홍 사장은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3개 법인의 전략사업을 모두 게임개발로 수정하고 게임시장에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띄웠다. 우선 ‘라그하임’을 개발했던 나코인터랙티브는 최근 ‘포스트 리니지’를 내걸고 기대작 ‘라스트 카오스’를 공개했다. 수려한 그래픽, 싱글플레이까지 가능한 게임 모드 등 지금까지 공개된 면모만 볼 때는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나코엔터테인먼트도 기존의 아케이드 게임 사업 외에 3분기 출시를 목표로 1인칭 슈팅 형태의 캐쥬얼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두 회사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홍 사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는 갤럭시게이트도 기존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여행사업 외에 신규사업으로 게임포털 론칭을 추진하고 있다. 8월경 오픈될 이 사이트는 고스톱, 포커 등의 대중적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나코 계열에서 개발한 각종 게임을 서비스하는 전초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 갤럭시게이트는 최근 내년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게임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3사가 아케이드와 캐쥬얼 온라인 게임, 정통 RPG, 게임포털과 모바일 게임 등 각 분야별로 특화시켜 게임의 전 장르에 도전장을 내놓은 것.

“3사가 각 분야별로 국내 최고 수준의 개발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 회사의 본질은 바로 개발력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게임들이 쏟아져 나올 때면 기존의 어떤 업체 보다도 높은 시너지 효과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3세대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은 ‘게임’

97년 미래커뮤니케이션, 99년 갤럭시게이트라는 법인을 잇따라 설립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든 홍 사장이 처음 주목한 것은 전자상거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먼저 유통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세대에는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핵심. 이런 판단으로 갤럭시게이트는 인터넷으로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어게이트, 제주몰 등을 잇따라 연다.

그런 그가 3세대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찾은 것이 바로 게임이다. 특정사이트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무형의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온라인 게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 사장은 2000년 나코인터랙티브를 설립하고 온라인 게임개발에 뛰어든다.

# 치밀한 분석가이자 전략가

한 사람이 3개 법인의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홍 사장이 이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빼어난 분석가이자 전략가적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찍부터 인터넷 비즈니스의 흐름을 추적해온 그가 온라인 게임에 주목할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시장 분석력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또 첫 데뷔작 ‘라그하임’을 내놓을 때는 그의 뛰어난 전략이 돋보였다.

업계 최초로 게임포털 넷마블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과감하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적용에 나선 것이 좋은 사례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퓨센스를 인수한 것도 그의 전략이 빛나는 부분이다. ‘라그하임’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게임계에서 나코의 이름은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과감하게 주식 교환을 통해 퓨센스를 인수하고 등록기업의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인수하자 마자 그는 퓨센스의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아케이드게임 개발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는 한편 사명도 나코엔터테인먼트로 변경하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인수 당시만해도 우회등록에 대한 말도 많고 주주들의 압박도 심했지만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자 모든 논란도 가라앉았다.

나코엔터테인먼트의 안정화가 어느 정도 달성되자 홍사장은 최근 자회사 나코인터랙티브의 기업공개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신작 ‘라스트 카오스’에 대한 또 다른 자심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퓨센스 인수 당시 말이 많았지만 결국 우리는 개발에 전념하는 모습으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게임은 자본과 시간이 장기간 투자돼야하는 사업임에도 아직 국내 풍토는 너무 빨리 많은 것을 바라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주나 투자가, 정부 모두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게임업체의 바람직한 모델 만들터

나코 계열 법인들의 또 다른 특징은 경영과 개발의 철저한 분리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이 개발자 CEO가 리드하는 있는 것과 달리 나코엔터테인먼트, 나코인터랙티브는 두가지 역할을 철저히 분리시켰다.

엔지니어 출신인 나코인터랙티브의 한상은 사장은 개발에 주력하는 대신 경영이나 마케팅은 홍 사장이 뒤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홍 사장은 “다른 복잡한 것을 신경쓰지 않고 개발에만 전념해야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 게임회사의 핵심은 무엇보다 개발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는 아직 게임회사들의 연륜이 짧은 관계로 게임이 성공해도 개발자와 경영자 간의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홍 사장은 이런 우려를 강한 자심감으로 일축해 버린다.

“개발자와 경영자는 서로 바라는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국내에는 이런 성공모델이 없지만 나코를 통해 바람직한 게임회사의 모델을 제시해 보고 싶습니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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