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재 - "맘짱 누나지만 男 기죽이는 女대리
이선정 - "일 잘하고 성실 女대리 보좌 뛰어男"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프로게임팀 운영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이다. 감독이 경기 일정 및 훈련 등 선수 관리부터 스폰서 계약, 대외 홍보, 트레이드까지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는 것이 현재 e스포츠계의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손오공 프렌즈’의 매니저 이선정과 정용재 듀엣의 역할이 더욱 돋보인다.

# 전문 매니저 1호, 로드매니저 1호

최강의 워크래프트3 프로게임팀 ‘손오공 프렌즈’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는 이선정 대리(27)와 정용재 군(21)은 국내에는 없는 게임팀 전문 듀엣 매니저다. 각각 프로 게임 전문 매니저 1호, 로드매니저 1호임을 자부하는 최강의 듀엣이다.

지난해 6월부터 ‘손오공 프렌즈’의 매니저로 활동해 온 이 대리는 그동안 팀과 개별 선수들의 경기 일정부터 외부 행사, 인터뷰 등 각종 업무를 꼼꼼히 챙겨왔다. “방송 연예인 매니저처럼 e스포츠에도 전문 매니저가 필요해요. 스폰서를 갖춘 팀의 활동과 성적은 곧바로 기업 PR과 연관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 ‘손오공 프렌즈’의 매니저 중심 운영 체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해요.”

그녀가 생각하는 프로팀 매니저는 전문 영역이다. 현재 대부분의 프로팀은 감독을 중심으로 모든 업무가 이뤄지지만 앞으로 전문 매니저가 해야할 역할이 분명 있다고 보고 있다. “워3 관련 외부 행사나 팀을 활용한 기업 PR활동에서 전문 매니저의 역할은 빛을 냅니다. 프로팀과 후원 기업의 중간에서 가장 적절한 기획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매니저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손오공 프렌즈’는 e스포츠계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 복받은 팀이라는 생각도 든다.

# 손오공에 놀러왔다 매니저 된 정용재 군

로드매니저 정용재 군은 이 같은 필요에 의해 최근 ‘손오공 프렌즈’에 합류했다. 정 군은 ‘워3’ 아마 게이머 출신이다. 과거 클랜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손오공 선수들과는 친구 또는 형동생하며 지낸 막역한 사이다.

 프렌즈팀 합숙소에 ‘제집 드나들 듯 자주 왔다’가 이 대리의 눈에 띄어 친구에서 매니저로 변신하게 됐다. 정 군은 “재미있다. 좋아하는 형,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것, 또 프로 게임팀 관련 직업을 갖게 됐다는 점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로드매니저로 데뷔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탓에 아직까지 매니저라기 보다는 게이머 이미지가 강했다.

또한 지금은 팀 이동 때 운전대를 잡거나 합숙소에서 선수들의 뒷바라지가 주업무다. 선수 일정 관리나 대외 섭외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경험이 짧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할 정군의 역할은 막중하다. 외부 스케줄 조정부터 선수들의 단체 생활 관리 등 그동안 이 대리가 해온 많은 업무가 정 군에게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혹시 말 못할 고민이라도 있는가 이런 것들을 용재 네가 세세히 살펴 해결해 줘야해. 이번 에어컨 구입건만 해도 중헌이가 직접 얘기했잖아? 그 보다는 네가 직접 챙겼어야 하는 거야.”

“그래요? 지나가듯 한 얘기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죠. 아직 제 역할이 팀원들에게 익숙한 것 같지도 않구요.” 갑자기 둘만의 대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서로의 역할과 어려운 점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 호칭은 누나지만 관계는 엄격한 선후배

서로의 장단점을 물어봤다. 이 대리는 “성실하다는 점이 용재의 가장 큰 장점”이라 추켜세웠고 정 군은 “마음씨 좋고 착한 누나”라고 맞받았다.

 다분히 형식적인 대답 같아서 ‘진짜로 누나 동생하며 편하게 지내는 사이냐’고 묻자 순간 둘의 눈빛이 교차했다. 이 대리가 먼저 대답했다. “아직까지는 내게 눈도 못 맞추죠”라고. 이어 순진한 표정의 정군은 눈만 껌벅였다. 호칭은 누나였지만 업무상 상하 관계는 분명한 듯한 모습이다.

둘의 업무는 아직까지 국내에 없는 프로게임팀 전문 매니저이기에 모든 것을 알아서 계획하고 체계를 잡아나가야 한다. 이 대리가 가장 먼저 그 일을 시작했고 ‘손오공’이라는 회사와 ‘프렌즈’라는 팀의 중간에서 나름의 역할과 기준을 만들었다. 이제 정군에게 인계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매니저의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리는 정군을 향해 “팀 관리를 넘어 팀을 보다 돋보이게 만들고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기획업무를 많이 해줬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고 정 군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성실하게 배워 훌륭한 로드매니저가 되보겠다”는 대답으로 매니저 듀엣은 의기투합했다.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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