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맞은 PC방
'임요환의 드랍쉽'(상)
 
지난달 30일은 금천구 시흥동에 문을 연 PC방 ‘임요환의 드랍쉽’이 개업 1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 팀원 모두와 함께 아침부터 서둘러 도착했다. 전날이 주말이었지만 난 1주일에 하루 뿐인 달콤한 개인시간을 반납하고 모두가 달려온 것이다. 내게는 그만큼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은 PC방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97년 국내에 ‘스타크래프트’ 붐이 일면서 게임 열풍이 불었다.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PC방 창업이 줄을 이었다. 당시만해도 PC방이 개업 1년이면 본전을 뽑는다는 소리에 너도 나도 PC방을 열었다.

그때는 나도 PC방에서 ‘스타’를 즐기던 때라 분위기가 어땠는지 잘 안다. 아마 나를 비롯해 지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PC방에서 ‘스타’를 배웠을 것이다. 지금도 PC방에 와 보면 처음 ‘스타’를 배우던 기억이 아련하다.

2000년말 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자료에도 우리나라에는 총 2만5000여개에 달하는 PC방이 있었다. 아마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부모님께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내 이름을 딴 사업을 하고 싶어하시던 차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개업할 수 있는 PC방을 하기로 했다. 꼭 1년 전의 일이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명색이 내가 사장인데도 빠듯한 스케줄과 연습, 시합일정에 쫒겨 뭐하나 제대로 돌본 것이 없는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온다. 행여 무리라도 할까봐 항상 신경을 써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집안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매상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 역시 내가 걱정할까봐 부모님께선 말을 안하고 계셨다. 기념행사도 조촐한 다과에 작은 이벤트 경기를 펼치는 정도로 마련했다. 그렇지만 많은 팬들이 와서 도와주었기 때문에 힘든 것 하나 없이 가족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팬들이 그렇게 도와주셨는데도 매상이 떨어지다니…, 매상을 올리려면 뭐가 필요할까? 온라인게임 유저들을 많이 유치해야 하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춰볼까? 아 머리가 아프다. 그동안 게임만 할줄 알았지 정작 한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일을 생각해보니 걱정만 앞선다.

그런 가운데서 문득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PC방 업주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C방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하고, 집집마다 인터넷이 깔려있는 데다 속도도 PC방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손님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임요환의 드랍쉽’이 1주년을 맞았다고 별생각을 다 하게 된다.
 
프로게이머(deresa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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