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게이머 급증… 남성 게이머 앞지르는 게임도 등장
여성용 게임 개발 활기…‘女心 향배’ 시장 판도도 좌우
 
‘여심(女心)을 잡아라.’

게임업체들이 여성 게이머 모시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쉽고 간단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여성층이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고’로 대변되는 고스톱 게임은 이미 여성고수가 절반을 차지한다. ‘큐플레이’ ‘해피시티’ 등 게이머수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지른 게임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게임하면 남자가 많이 하고 더 잘 한다는 통념도 이젠 옛말이 됐다. 온라인게임 대표주자 엔씨소프트가 올 E3에서 여성용 게임 ‘알터라이프’ 개발을 선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30∼40%가 여성으로 채워지면서 6000억원대로 커진 온라인게임시장에서 여성 게이머가 창출하는 매출효과는 2000억원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가 ‘여심’을 잡을 것인가. 여성들이 즐겨찾는 캐주얼 게임 개발이 대세를 이루면서 차세대 게임판의 향배도 ‘우먼파워’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 여성 게이머 급속 확산
 
게임업체들이 여심(女心) 사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여성 게이머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시접속자 20만명을 훌쩍 넘기는 게임포털의 경우 이용자의 절반이 여성이다. ‘피망’의 웹보드게임은 45%가 여성이며, ‘한게임’의 ‘테트리스’는 남녀성비가 딱 5대5다.
비단 게임포털뿐만 아니다.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CCR의 ‘포트리스2블루’ 등 캐주얼게임도 여성 게이머가 전체 이용자의 30∼40%를 차지한다.

더러는 여성수가 남성을 추월하는 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넥슨의 ‘큐플레이’ ‘크레이지 아케이드-비즈’ 등은 여성이 60%, 이노디스의 ‘해피시티’는 여성 유저가 70%로 남성을 압도하고 있다.

여성 게이머의 강세는 모바일게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발간한 ‘2003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의 여성 게이머 비율은 49%를 차지, 45.9%에 그친 남성을 3.1%나 앞섰다.

이노디스 권영민 사장은 “몇몇 게임의 경우 여성수가 남성수를 앞지르면서 ‘과부게임’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올 정도”라며 “여성 게이머가 많은 게임엔 남성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성 게이머가 늘어남으로써 그동안 남성 게이머 위주의 게임 매출구조가 크게 다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 게임포털의 ‘맞고’는 물론 ‘비앤비’ ‘오투잼’ ‘메이플스토리’ 등 몇몇 게임은 여성 게이머들이 지출하는 게임 이용료로 월 3억∼5억 원 가량을 벌어들이고 있을 정도다.
 
# 게임 실력도 ‘여인천하’
 
여성 게이머의 양적 팽창은 남성이 게임을 더 잘한다는 고정관념도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고스톱’과 ‘맞고’에서는
네오위즈가 최근 게임포털 ‘피망’의 고스톱과 맞고 승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유저가 남성 유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스톱의 경우 여성이 33.5%로 남성(32.6%)보다 0.9% 앞섰고, 맞고에서는 여성(50.5%)이 남성(49.3%)을 1.2%나 앞질렀다.

NHN의 ‘한게임’, 플레너스의 ‘넷마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게임 ‘맞고’의 경우 여자가 45%로 남자(38%)보다 7%나 높으며, 넷마블 ‘맞고’도 여자(43%)가 2% 앞섰다. ‘한게임’ 고스톱의 경우 상위 100위에 여성이 59명으로 남성 41명을 숫적으로 압도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캐주얼게임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골프게임 ‘팡야’에서는 레벨 기준으로 여성이 1위를 차지했다. 또 상위 10위권에 5명이 여성 게이머로 채워지는 등 강력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게임판 ‘우먼파워’는 다양한 커뮤니티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게임’ ‘피망’ ‘넷마블’ 등 게임포털에서 서비스중인 웹보드게임을 테마로 한 여성 커뮤니티는 현재 200여개를 헤아릴 정도다.

이들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까지 가지며 ‘게임 예찬론’을 펴곤 한다.

덕성여대 고스톱 커뮤니티 ‘아이러브쌍피’ 운영자 이보영씨(21)는 “게임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MT를 떠나기도 한다”며 “게임이 더이상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MMORPG ‘마비노기’에서 ‘실드 브레이커’라는 아이디로 활약중인 김정은(20)씨는 “게임을 통해 자주 만날 수 없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친분을 이어가기도 한다”며 “주위 친구가 전해주는 게임 정보가 게임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 女心 잡기 경쟁 ‘점화’
 
이처럼 게임판 우먼파워가 조직화 양상으로 치닫자 게임업체들의 여심 잡기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소프트맥스가 최근 자사의 게임사이트 ‘포립(www.4leaf.com)’ 내에 여성들을 위한 게임공간 ‘레이디존’을 오픈한 것은 대표적인 케이스. 이 회사는 ‘헥사’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꾸민 레이디존에서 게임을 즐기는 여성들에겐 일정 비율로 게임머니를 적립해주는 등 남성 게이머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원성을 들으면서도 여성 우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막고야는 온라인게임 ‘루넨시아’의 여성 유저가 40%에 달하자 실제 명품을 건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넥슨은 온라인게임 ‘아스가르드’속 여성 캐릭터와 닮은 ‘얼짱 선발대회’를 열기도 했다.
 
# 여성용 게임도 ‘봇물’
 
여성 게이머를 주 타깃으로 한 여성용 게임도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이번 E3에서 그동안 극비리에 개발해온 여성용 온라인게임 ‘알터라이프’를 공개하면서 여성용 게임에 대한 관심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코코룩’ ‘써니하우스’ 등 여성용 게임을 주로 개발해온 나비야인터테인먼트는 패션 디자이너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 ‘바닐라캣’을 올 여름에 선보일 예정이며, 네오리진도 여성 취향의 퀴즈게임 ‘젤리젤리’를 하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MMORPG ‘루넨시아’와 온라인 음악게임 ‘오투잼’ 등도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한 게임들이다.

이상희 나비야인터테인먼트 사장은 “여성 이용자들이 주로 깜찍하고 캐릭터가 귀여운 게임을 선호하긴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용 게임으로 분류되는 액션게임이나 롤플레잉 게임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추세”라며 “이를 반영해 굳이 여성용 게임이 아니더라도 여성 게이머 잡기 위한 업체간 물밑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온라인게임속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은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불고 있는 여권 신장 바람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특히 여성들은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바타를 치장하려는 욕구가 강해 게임업체로서는 남성보다 훨씬 소비력이 뛰어난 고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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