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게임 '불패신화' 도전
 
‘무한한 상상력에 도전한다.’

PC게임 ‘코코룩’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나비야인터테인먼트(대표 이상희)는 고정관념을 깨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게임개발사다. 톡톡튀는 소재와 아이디어로 다른 개발사의 허를 찔러왔다.

지난 2001년 PC게임 ‘코코룩’을 선보일 때도 전망이 엇갈렸다. 옷가게 경영이라는 소재가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흥행에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차기작 ‘써니하우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코룩’은 PC게임의 쇠락기임에도 불구하고 1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했고, ‘써니하우스’도 3만장 이상 팔리는 히트를 쳤다.

나비야는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올 여름 첫번째 온라인게임 ‘바닐라캣’이 오픈 베타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전망이 엇갈린다. ‘나비야의 불패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그러나 이상희 사장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바닐라캣은 나비야의 정체성과 색깔을 확실히 평가받는 계기가 될 거에요. 우리는 진정 새로운 게임이 어떤 것인지 보여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요.”

# 여성용 게임시대를 열다

나비야는 지난 2001년 8월에 설립됐다. 따지고 보면 아직 만 3년도 되지 않은 신생업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짧은 연륜에도 나비야는 게임판에서 꽤 알려진 업체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본격 여성용 게임을 표방한 PC게임 ‘코코룩’이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2002년 3월 출시된 ‘코코룩’은 정품 패키지와 주얼판을 합쳐 10만장이 넘게 팔렸다. 이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외산 게임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산 PC게임의 자존심을 세워준 성적표였다. 이 때문에 2002년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캐릭터 등 3개부문을 휩쓰는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나비야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2003년 ‘써니하우스’를 출시, 3만장에 달하는 정품 패키지를 팔아치웠다. 불법복제가 성행해 1만장만 팔아도 ‘대박’이라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판매량도 그것이지만 ‘코코룩’과 ‘써니하우스’는 게임판의 비주류였던 여성들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옷 가게 경영’이나 ‘집 꾸미기’라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여성용 게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최근 여성 게이머를 겨냥한 온라인게임 개발이 활기를 띠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코코룩’과 ‘써니하우스’의 성공에서 비롯됐다.

# 또 다른 도전, ‘바닐라 캣’

나비야는 현재 세번째 게임을 개발중이다. ‘바닐라 캣’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게임은 나비야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온라인게임이기도 하다.

현재 3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끝낸 이 게임은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웹상에서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웹플레시게임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게임의 목표는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나 사교의 달인이 되는 것. ‘코코룩’과 ‘써니하우스’에서 선보였던 옷 만들기와 의상실 경영, 인테리어와 가구 코디네이션 등이 이 게임에 접목된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반영해 파티나 사교모임 등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시킨 것도 특징이다.

나비야는 무엇보다 인터넷 서핑을 하듯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게임 진행방식, 파격적인 인터페이스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7000벌에 달하는 아바타 의상도 이미 제작한 상태다. ‘코코룩’과 ‘써니하우스’처럼 여성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 해외에서 더욱 관심

‘바닐라 캣’은 독특한 게임구성 때문에 국내 개발자들로부터 ‘엽기적인 발상’이라는 의견과 ‘진짜 여성 게임’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지난해 WCG 전시회에서는 ‘블랙앤화이트’ 개발자로 잘 알려진 피터몰리뉴가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도쿄게임쇼에 데모판이 시연된 뒤에는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등지에서 계약 문의도 잇따랐다.

이상희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여성을 타킷으로 한 게임이 쏟아지는 만큼 차별화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라며 “‘바닐라캣’은 나비야의 독특한 색깔을 다시 한번 과시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 이상희 사장
"'바닐라 캣'에 올인 했어요"
 
“올해가 진검승부의 원년입니다.”

나비야 이상희 사장(35)은 일상을 소재로 한 여성용 온라인게임이 올해를 기점으로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선구적으로 개척해온 여성 게임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한편으로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는 “‘바닐라 캣’의 성공으로 여성 게임의 선두자리를 굳히겠다”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방송작가, 음반기획자 등 이채로운 경력을 가진 그녀는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자며 게임업체를 설립했다.

‘코코룩’과 ‘써니하우스’로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그녀는 “온라인게임은 여전히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다중멀티플레이 온라인게임(MMOG)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팀을 두번이나 구성했는데 모두 실패했어요. 모두 프로타입 단계에서 말이죠.”

그녀는 이 때문에 ‘바닐라 캣’에 더욱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인터넷 사용형태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만든 이 게임은 진행방식이나 인터페이스, 구성 등이 정말 색다르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인터넷을 서핑하듯 즐기는 ‘바닐라 캣’은 정말 달라요. 우리는 ‘바닐라 캣’에 올인한 상태에요.”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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