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에 어색... 술 한잔 돌자 '이야기꽃'
캐릭터와 실제 모습 전혀 달라... ㅋㅋㅋㅋ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현실에서 직접 만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수년전 전국 극장가를 강타했던 ‘접속’이라는 영화에서는 이같은 만남이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을 즐기는 청춘남녀에게 있어 현모(오프라인 모임)가 주는 의미는 그래서 남다르게 다가온다. 어떤 이는 게임상에서 알게된 이성을 상대로 ‘혹시나’하는 연정을 품고 나가기도 한다. 게임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이 늘고 있을 정도니 이런 기대를 해봄직 하다.

 얼마전 성남 모처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리니지2’ 유저들이 현모를 했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평소 게임상에서 가까이 지내던 남녀 10여명이 모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지방에서 날을 잡아 올라왔다.게임을 함께해온 낮설지 않은 이와의 첫만남을 기대하며…이 가운데 2명의 남녀로부터 현모를 하고난 소감과 느낌을 들어봤다.
 
# 사랑의시차v (여·26)
 
드디어 현모다.

게임에서 알게된 캐릭터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며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오는 혈원 때문에 모두가 약속한 시간에 모이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명씩 정체를 드러내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을 겸해 마련한 1차 모임 장소에는 서먹함이 감돌았다. 모두들 첫 만남인데다 멀리까지 오느라 시장기가 돌았는지 연신 먹는데만 열중했다. 쩝 게임상에서 만났으면 벌써 수다가 시작됐을 텐데….

한사람씩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기는 했지만 저녁을 먹는 내내 모두들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결합이 안돼서 그런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술이 몇 순배 돌자 분위기는 금방 바뀌었다. 언제 그렇게 조용했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 꽃이 피어났다.

 그러면 그렇지 특히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전혀 다른 두사람은 저녁 내내 안주거리가 됐다. 그 중에서도 오크 캐릭터인 ‘sd982’는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오크처럼 덩치가 좋을 것이라고들 생각했는데 8시가 다 돼서 나타난 그는 삐쩍 마른 외소한 모습이었다. ㅎㅎ.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듬직함과는 너무나 큰 차이였다.

꽃미남 스타일의 남성 프로핏인 ‘우정’은 정반대 였다. 그 뚱뚱함이란… ㅋㅋ. 게임에서 느껴왔던 샤프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순간 어느 것이 이들의 진짜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처음 대하는 사람이었다면 보이는 그대로의 느낌으로 다가왔겠지만 게임으로나마 서로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래서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른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호프집과 나이트로 차수를 더해가면서 우리는 어느새 막역한 친구처럼 변해갔다. 게임 이야기며 하루에 4번이나 레벨을 올렸다가 죽어서 렙따를 당하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1렙을 올렸다며 투덜대는 저렙 힐러 ‘뽀대 미인’의 재롱에 모두가 배꼽을 잡기도 했다. 우리의 첫 단체 현모는 그렇게 즐겁게 흘러갔다.
 
# 우정(남·27)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한 터라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총쏘기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같은 게임을 하는데 너무 못했다.ㅋㅋ.

챙피했는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같은 동네에 사는 관계로 얼굴은 알고 있는 ‘사랑의 시차’가 와서야 그 아저씨가 바로 ‘헬스타’ 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의 현모는 이렇게 시작됐다.

서먹하던 분위기는 2차인 호프집에 가서야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디지털카메라를 들이대며 ‘노노사진’ 찍사로서의 역할도 했다. 그동안 나한테 ‘노노사진’ 찍힌 혈원들은 손사례를 치기도 한다.하하.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수다가 시작됐다. 먼 할 얘기들이 그리도 많은지… 3차는 ‘뽀대미인’이 제안한 나이트로 결정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아빠’형의 지원 하에 그런데 나이트에서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남자 따로 여자 따로 였다.

 헐 어쩌면 이럴수가. ‘헬스타’ 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뻣뻣한 나무토막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은 모두 룸에 틀어밖혀 애꿎은 노래방 기기만 죽이려 들었고, ‘시차’와 ‘뽀대미인’을 중심으로 한 여성 동지들은 연신 발바닥을 비비기에 바빴다. 특히 광주에서 올라온 ‘뽀대미인’은 ‘광주랑 춤이 틀리다’며 투덜대기까지 했다.

분위기는 12시가 넘은 시간에 라인군주인 ‘신풍운’형이 합류하면서 다시 좋아졌다. 혈 현모에는 군주가 한명쯤 끼어야만 하는가 보다. ‘신풍운’형은 벌주 대신에 ‘sd982’의 생일케잌을 사들고 왔다.

다른 라인인데도 생일을 챙겨주시다니, 뒤늦은 생일축하 파티가 이루어졌다. ‘sd982’는 감격을 했는지 케일에 얼굴을 파묻기도 했다.ㅎㅎ 사실은 장난기 많은 ‘우정’이 벌인 사건이었다. 게임상에서 만난 이들이었지만 이렇게 서로가 부담없이 장난을 칠 수 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조금밖에 못놀았다며 버티는 춤귀신, ‘시차’와 ‘뽀대’를 끌어내서 마지막 종착지인 PC방으로 향했다. 현모도 혈모이니 만큼 전통에 따라 용던에서 혈사냥을 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몇명은 PC방에 도착하자 마자 의자에 기댄채 꿈나라로 떠나버렸고, 렙 낮은 힐러는 연실 눕기에 바빴다. 그렇지만 모두들 피곤에 지친 가운데서도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으로 모처럼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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