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팀워크 중시 반듯한 '조용男'
 
카툰랜더링 기법을 도입한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눈에 띄는 ‘씰 온라인’.

이 게임은 지난해 오픈베타 테스트때 5만~6만명의 동시접속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온라인게임 무료화 추세를 거스르며 전면적인 유료화를 단행하는 등 차세대 온라인 게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클라이언트를 담당했던 김병철 이사와 함께 이 게임의 서버 개발을 이끌다 현재는 두가지를 총괄하고 있는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방수현 차장을 만나봤다
 
# 무엇보다 ‘팀워크’가 중요
 
‘씰온라인’의 서버부문 개발을 이끈 방차장은 톡톡 튀는 여느 게임 개발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장 스타일의 그는 일반적인 관리자가 그렇듯이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게임업계에 워낙 특이한 사람이 많아 이들을 모두 포용하는 것이 힘든데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팀워크를 깨트리거나 흐리는 사람은 사고를 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흔히 ‘시간대비 인력만 많이 투자하면 좋은 게임이 나온다’고들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팀워크가 우선이라며 ‘씰온라인’ 개발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당시 ‘씰온라인’ 개발에 8명 정도가 매달렸는데 다른팀에서 만들고 있던 패키지 게임 ‘천량열전’ 출시에 문제가 생겨 회사에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을 문제 해결에 투입, 4명만 남게 됐지만 위기상황으로 팀워크가 더욱 다져지면서 오히려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씰온라인’은 개발 초기에는 ‘찬밥’ 신세였다고 한다. 현재 이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써니YNK가 처음에 낙점했던 게임도 ‘레나’였다. 하지만 팀워크가 일궈낸 ‘씰온라인’의 진가가 차츰 드러나면서 주변의 시선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고 회사도 ‘씰온라인’에 대한 인력과 자금 투자를 계속 늘리게 됐다.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팀원 간에 의견충돌이 많아지게 되는데 회의 때만이라도 위아래가 없이 모두 평등해야 합니다.”

방 차장이 팀워크를 중시한다고 해서 상명하복, 연공서열에 익숙한 구세대는 아닌듯하다. 그는 윗사람이 신입이나 경력이 적은 팀원이 할 말을 못하게 막다보면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 조용한 것이 좋은 괴짜 개발자
 
“얼마전에 책상 위에 어항을 갖다 놨는데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방 차장이지만 ‘말이 없고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는 그도 어쩔 수 없는 ‘괴짜 게임 개발자’인 모양이다.

방 차장은 당초 고양이를 기르려고 했는데 고양이한테 신경을 써줄만큼 한가하지가 않아 물고기를 사게 됐단다. 고등학교 다닐때에는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 머리를 장발로 기르고 서수남음악학원에 다니기도 했다고.

물고기 기르기를 시작하기 전 그의 취미는 화초 가꾸기였다. 회사에서 선물로 들어온 모든 난의 관리는 그의 몫이었다고. 오죽하면 이 회사의 조병규 사장은 그에게 ‘원예부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을까.

 자기계발 중요하다는 방 차장은 한동안 사내 영화동호회 회장으로 활동하다 최근에는 당구동호회에도 가입했다.

회사 선후배나 동료는 방차장에 대해 ‘까끌하다’고 한단다. 날카롭고 예민하다는 뜻인 듯 하다.

“할말이 있으면 속으로 삭히지 못하고 바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며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돌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방 차장도 주변의 평에 대해 동의하며 자신이 결벽증까지는 아닌데 사소한 것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자평한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마케팅팀의 이진아씨는 게임개발자 하면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방 차장은 항상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다닌다고 한다.

또 다른 개발자들과는 달리 문서작업에도 능해 마케팅팀이 원하는 정보를 입맛에 맞게 만들어줘 고맙단다.
 
# 사용자가 열 받아야 게임 성공
 
“게임을 만들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대학시절 전공도 전기였고 우연치 않게 게임업계에 발을 담그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온라인 게임이 자신한테 좋은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줬고 앞으로도 계속 이 분야에 매달리고 싶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게임 마니아였다. 밤에 자는 척 불을 껐다가 다시 일어나서 게임을 하다 부모님께 들켜 혼나기도 부지기수. ‘울티마’와 ‘삼국지’를 많이 했는데 삼국지는 등장인물을 모두 표로 만들어 분석해가면서 하기도 했다고 한다.

‘게임을 성공시키려면 사용자를 열받게 하라.’ 게임 철학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어느 책에선가 읽은 문구가 와 닫는다는 말로 대신한다. 게임에 진사람은 모멸감과 패배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이며 이것이 빠지면 게임의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끄는 것이나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광랩’에 열중하는 것이 이같은 요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0시 출근하고 10시 퇴근하는 그는 스스로 ‘공격적으로 일한다’고 말할 정도로 워커홀릭이다. 하지만 최근 깨진 소개팅이 못내 아쉽다는 그는 올해에는 꼭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이다. 이상형은 지식이 많은 여자보다는 지혜로운 여자라고. 인물은 안 가리는 편이냐는 물음에는 외모는 기본이 아니냐며 껄껄 웃는다.
 
황도연기자(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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