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공화국’ 굴복할 것인가
 
한국은 진정 ‘심의공화국’인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기어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리니지2’는 이번 판정으로 시쳇말로 ‘두번 죽는’ 게임이 됐다.

정통윤은 이번 판정을 계기로 제2, 제3의 심의 대상도 물색중이다. 한마디로 겉잡을 수 없는 ‘심의 태풍’이 게임판을 다시 한번 강타할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국내 게임업계의 지난 2년은 심의로 얼룩진 세월이었다. 영등위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로 시작된 ‘심의 홍역’은 2년 내내 게임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해외진출이니, 신기술 개발이니 하는 산업계 현안은 번번이 ‘심의 태풍’에 묻히거나 한발짝도 못나가는 불합리가 지속됐다.

이런 와중에 정통윤이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을 또 다시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것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업계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며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정부부처의 영역다툼에 이 지경까지 휘둘려야 하느냐며 거센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다.

문제는 밑도 끝도 없는 ‘심의 블랙홀’에 분노하거나 흥분하기보다 이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 게임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육성책을 앞다퉈 발표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통부는 광화문 청사 1층에 ‘유비쿼터스 드림관’을 만들고 여기에 ‘리니지2’ 시연 장소까지 마련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게임이 어떤 때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어떤 때 청소년에 해악이되는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상황에서 어찌 말문이 막히지 않겠는가.

문화상품인 온라인게임이 심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업계의 주장대로 정부부처간 영역다툼의 결과로 ‘심의공화국’이 된다면 본말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된 것이다. 빈대 때문에 초가삼간을 태운다면 분명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게임업계는 이제 결단을 내릴 때다. 패배주의로 좌초될 것인가, 아니면 불합리성에 맞설 것인가.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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