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위주 수업... '겜생겜사'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
 
숭의여자대학 컴퓨터게임과 2학년이 수업을 받고 있는 강의실.

얼핏 보면 엎드려 자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엎드려 책상 바닥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책상 내부에 내장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면 실습을 하느라 열중이다. 교수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판서수업이 중심인 일반적인 대학의 강의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같은과 졸업반(3학년) 학생인 김소연씨(22)와 배현진씨(21)는 전체 강의중 8할 정도가 실기라고 입을 모은다.

실기 위주로 수업을 하다보니 시설도 수준급이다. 학생들이 과제물을 위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산학협동실, 게임제작실습실 등이 마련됐으며 이곳에는 워크스테이션 10대와 3D 데이터 랜더링 등에 활용하는 영상편집 장비 등이 갖춰졌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모든 PC는 3D 제작이 가능한 고사양 컴퓨터다.

배씨는 “스캐너 태블릿 등을 모두 갖춰 시설이 좋은 편”이라며 “교수님들이 ‘장비 때문에 못하겠다’는 말이 안나오도록 챙겨준다”고 말했다.

실습 위주의 수업에 과제물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하루에 3~4시간 정도 잠을 자는 데 많이 자는 학생이라야 6시간 정도 밖에 못잔다”며 “그래픽은 게을러지면 실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여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씨도 “공강때 애니메이션 제작, 영상 편집 등 동아리 활동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졸업작품 팀끼리 미팅을 갖는다”며 “하루종일 게임에 묻혀 지낸다”고 말했다.

숭의여대 컴퓨터게임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학과의 특화된 교육 때문. 이 학과는 그래픽과 기획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하는데 이에 대해 윤성준 학과장은 “게임에 대한 모든 것을 한사람이 다 마스터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어디에 가든 적응할 수 있도록 3D 모델링과 랜더링이 가능한 실력만큼은 갖춰서 배출한다”고 강조했다.

숭의여대 컴퓨터게임과는 산학협력의 모범사례도 제시한다. 이 학과의 겸임교수 5명과 시간강사 8명은 업계 사장이나 팀장인데 이들은 현업에서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르치고 프로젝트의 진행에도 큰 힘을 실어준다. 네오리진 심경주 사장, 손노리 이원술 사장 등의 뒤를 이어 나리소프트의 하경연 사장 등이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유아교육과 등 인문사회 부문이 강하기로 유명한 보수적인 숭의여대가 지난 98년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게임학과를 설치한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 숭의여대는 서울소재 대학 정원이 동결돼 있기 때문에 당시 전산과 정원을 80명에서 40명으로 줄이면서 까지 게임과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윤 학과장은 “당시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대학이 변해야 산다는 게 중론이었다”며 “이에 따라 여성 전문인력을 양성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교육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숭의 여대는 지난 2002년 컴퓨터게임과를 2년에서 3년 과정으로 전환, 현재 5기 졸업생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인터뷰] 윤성준 숭의여대 컴퓨터게임과 학과장
남들 흉내 못내는 색깔 있는 알찬 교육 '자랑거리'
 
“아직 국내 게임관련학과중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학과는 거의 없습니다. 대다수는 프로그래밍 위주의 교육만하고 있어 학생들이 졸업작품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숭의여대 컴퓨터게임과 윤성준 학과장은 그래픽과 기획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며 가장 먼저 과를 설치한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감 있게 수업을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수시로 교수와 학생이 어울려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한다는 윤 학과장은 교수진에게 ‘학생들을 많이 괴롭혀 달라’고 주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타 대학에 비해 학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숭의여대 컴퓨터게임과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업계도 호의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윤 학과장은 “네오리진은 온라인퀴즈게임‘젤리젤리’ 팀장이 게임의 소스까지 공개해 가면서 게임분석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한다. 또 많은 게임 개발사가 게임 출시전에 각종 분석을 위해 알파, 베타 테스트를 의뢰해 오는데 올 한해 동안 벌써 3개사가 베타버전을 들고 왔다고.

윤 학과장의 욕심은 게임학부를 만들어 과를 그래픽, 기획, 프로그래밍 등 3개로 세분해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 정원이 묶여 있어 아쉽다”며 “하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학과장은 “게임이 아직 완전히 학문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며 “게임과는 신생아 단계를 거쳐 유아기를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하다보니 교재도 부족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과보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기술 이전, 기자재 등 여러방면에서 학교에 도움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도연기자(dyhwang@etnew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