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호 "게임 사랑하다 '사랑게임' 시작됐죠"
강지혜 '깨소금 볶으며 게임할 땐 마냥 행복"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리니지2’를 함께 즐기는 부부 게이머가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노준호(30)·강지혜(25)씨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다. 이제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이들이 펼치는 게임예찬이 심상치 않다. 한참 깨가 쏟아질 시점이니 무엇인들 좋지 않으랴마는 게임은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고 한다.

# 처음엔 불만 많았지만 지금은 두사람의 연결고리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강지혜씨는 불만이 많았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대부분이 그렇듯 게임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매일 게임 한다고 만나는 시간도 줄어들고….”

강지혜씨는 “이런 불만이 깨끗이 사라지고 두 사람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진 계기가 바로 그토록 불만이었던 게임을 함께 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게임을 하다보니 오빠가 출장을 가더라도 게임에서 만날 수 있더라고요. 오히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어요. 호호.”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노준호씨는 사실 게임을 즐길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평일에는 길어야 3시간 정도 게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주말에는 데이트 하랴, 뒤쳐진 레벨을 올리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픈베타를 시작하면서부터 키우기 시작한 휴먼 파이터 ‘준이라오’가 이제서야 겨우 49레벨의 다크어벤저. 함께 게임을 시작한 동생들이 60레벨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저렙축에 속한다.

# 게임세상에선 ‘5월의 신부’와 ‘5월의 신랑’

 고민 끝에 떠올린 묘안이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지혜씨에게 캐릭터를 만들어 주고 틈틈이 함께 게임을 했다. 그렇게 키운 ‘지혜예요’가 이제 29레벨의 어엿한 워리어다. 그러나 게임을 하다 보니 둘다 전사 계열이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둘이 함께 할 때를 대비해 새로 만든 캐릭터가 몽크인 ‘록키발보아’와 샤먼인 ‘록키발모아’다. 요즘은 지혜씨가 일을 쉬며 살림만 하는 상태라 함께 새로운 캐릭터로 게임을 즐길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서 사귄 사람들과의 친분도 공유가 됐다. 이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혈원들이 디온성당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줬고, 호칭도 각각 ‘5월의 신부와’‘5월의 신랑’으로 달아줬다. 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서버에서는 화제가 됐던 일이다. 그러다 보니 서버 내에 두 사람 사이가 널리 알려졌다. 현실에서나 게임 속에서나 이들은 한창 즐거운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 늘 지금처럼만 사랑하며 살수 있으며 해요

 “요즘은 같이 게임 안하고 집에서 오빠 혼자만 계속 게임할 때가 가장 미워요.” 그러다 보니 지혜씨는 어느덧 함께 하지 못하는 시간이 불만이 돼버렸다. 집에 PC가 한대뿐이다 보니 집에서는 함께 접속할 수가 없는 때문이다.
“와이프는 제가 출근해 있는 동안 하고 저녁 때는 제가 주로 해요. 함께 하고 싶을 때는 둘이 손잡고 PC방에 가죠. 나간 김에 외식도 하고요.”

 두 사람은 게임을 단순한 놀이 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때가 많다. 사실 게임에서 알게된 사람들과의 현모도 자주 한다. 물론 함께 나간다. 두 사람의 신혼생활은 항상 게임과 함께 해서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인지 두사람에게 서로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구 동성으로 답을 한다. "지금처럼 사랑하며 함께 할 수 있으면 돼요. 모든 것을 같이 하면서 늘 지금처럼만요.”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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