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 '게임'에 사랑을 걸었다"
남이 흉내낼 수 없는 톡톡튀는 아이디어 속마음까지 읽고 리듬터치...
 
휴대폰을 돌려가면서 즐기는 톡톡 튀는 게임 ‘놈’. 이 게임의 개발을 이끈 게임빌의 신봉구 실장은 놈 이상으로 튀는 사람이다. 곧잘 UFO를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예수와 사탄까지도 봤단다. 아무튼 종잡기 어려운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어떤 게임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놈’을 만들었을까.


# 베껴서는 미래가 없다

“모바일 게임 처녀작으로 ‘놈’을 만들면서 ‘순수 국산 창작물을 만들겠다’는 한을 마침내 풀었습니다.”
지난 96년 아케이드게임 업체에서 사운드 일을 하면서 게임 업계와 인연을 맺은 신봉구 실장(33)은 당시 업계에는 일본 것을 베끼는 풍토가 만연했었단다. 베낄 소재가 고갈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순수 창작물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는 것이다.

2002년 게임빌에 합류한 그는 곧바로 PC나 콘솔이 휴대폰을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놈은 화면을 돌려가면서 게임을 하는 만큼 화면의 4방향을 다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게임 4개를 만드는 것만큼 개발이 힘들었다고.

횡스크롤 게임은 속도가 느리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과감히 배경을 생략했던 탓일까. 처음 ‘놈’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하지만 반대쪽에 섰던 게이머들이 ‘놈’의 진가를 뒤늦게 알아채고 열성 팬으로 돌아서면서부터 다운로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마케팅실의 김용훈 대리는 모바일 게임의 수명은 보통 6개월인데 지난 2월 선보인 놈은 아직도 다운로드수가 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신 실장은 놈을 만들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용량의 한계 때문에 기획된 내용중 30~40% 정도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 혼이 깃들어야 돈도 따른다

“재미있는 것이 장땡이죠.”
신 실장은 재미있는 사람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과정이 재미있어야 결과물도 재미있게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영혼이 깃든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그런 게임이 게이머에게 감동을 주고 상업적으로도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는 “작가정신이 깃든 간단해 보여도 게임은 왠지 끌리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은 겉보기는 그럴듯해도 겉도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그가 게임을 기획하는 방법은 아주 독특하다. 자신이 진보된 외계에서 온 우주인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단다.
김 대리가 “신 실장은 UFO도 잘 본다”며 거들고 나선다. 신 실장은 “사실 예수, 사탄까지 보이고 해서 고민도 많이 했다”며 “같이 붙어 다니다 UFO를 본 친구도 많다”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 점을 보러 갔었는데 무당이 대학가지 말고 자기 밑에서 배우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렇다고 신 실장이 현실과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가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신 실장은 팀원들로부터 사무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들과 술자리를 자주 갖고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단다. 또 팀원들이 밤샘작업을 할때는 할일이 없어도 같이 밤을 새워야만 한다는데 김 대리에 따르면 신 실장이 게임빌에서 가장 밤을 많이 세운다고 한다.


# 게임은 어쩔수 없는 숙명

신 실장은 게임이 자신에게는 운명이란다. 첫 아르바이트도 오락실에서 동전교환하는 일을 했고 첫 직장도 게임 회사였으니. 게임은 종합예술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에 들고 적성에도 맞아 100% 만족한다고.

하지만 그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음악이다. 여유가 생기면 9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인디음반을 내고 싶단다. 여자 친구는 프리랜서로 놈 개발에 참여, 사운드를 맡았었다. 신 실장은 음악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여자친구가 자신의 속마음까지 읽고 알아서 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신 실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게임, 가요 등 일본 것을 많이 베껴왔는데 이제는 일본이 우리의 것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가 모바일 강국으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게임은 비전이 있는 산업”이라며 “기획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라”고 당부한다.
 
'놈2'는 어떤 게임인가?
 
게임빌은 현재 ‘놈2’를 개발중인데 오는 9월말, 늦어도 10월에 발표된다.
‘놈2’는 화면을 돌리면서 하는 플레이, 단순한 배경처리, 원버튼 조작 등 전작의 전통은 그대로 살리면서 아기자기한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된다.
특히 국악기가 접목되고 보코더 등의 특수장비가 동원되는 등 독특한 사운드가 구현된다고 한다.
‘놈2’에 대해 신 실장은 “전작의 컨셉트가 주인공이 세상을 알기 위해 뛰는 것이었다”며 “후편은 주인공이 자신의 정신세계 안에서 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황도연기자(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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