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넥슨’ 기치 내건
스물일곱 ‘1등 CEO’
 
“날씨 정말 좋아요. 이런 날은 도시락 싸서 한강 고수부지로 놀러가야 하는데….”
봄볕이 쏟아지는 오후. 넥슨 서원일 사장(27)이 더게임스를 찾았다.
스물일곱에 매출 650억원대의 회사 CEO가 된 사나이. 그는 예상대로 뽀얀 피부에 앳띤(?) 얼굴이었다.

하지만 CEO에 오른지 80일째, 그의 고민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 듯했다. CEO가 된 뒤 하루도 빠짐없이 외부인사를 만났다는 그는 “일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비앤비’ 패키지 판매 등 유독 넥슨의 신규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그는 넥슨과 게임업계의 변화를 이야기 했다.
“이제 감을 잡았어요.” 35세가 되기전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이제 뛸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혜성 CEO’로 스포라이트

서 대표는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CEO’다. 지난 3월 신임사장으로 선임되자 마자 20여개 미디어의 ‘스포라이트’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각종 포털 뉴스에서도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국내 ‘빅3’ 게임업체로 꼽히는 넥슨의 새사령탑인 것도 관심사지만 그의 나이가 불과 스물일곱이었기 때문이다.
넥슨 일반 사원으로 입사한 지 3년6개월만에 대표로 올라선 주인공. 그의 이력은 주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글쎄요. 저 나름대로 판단하면 두가지 측면이 크게 어필한 것 같아요. 하나는 넥슨을 너무 사랑했다는 것이고, 하나는 항상 변화를 이야기한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초고속 승진의 비결에 대해 그는 ‘애사심’과 ‘변화’의 키워드를 떠올렸다. 서 대표보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직원이 많지만 두가지 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실 서 대표는 대학 신입생 때 넥슨과 인연을 맺었다. 동아리 선배들을 따라 넥슨 일을 도운 것이 촉망받는 경영학도의 진로까지 바꿔놨다. 그는 넥슨의 창의적인 기업문화에 끌려고, 입사 이후에도 여기에 매료됐다.
변화에 대한 고민은 신입사원때부터 남달랐다.

입사하자 마자 ‘경영회의’라는 새로운 제도를 제안해 방만하던 의사수렴 시스템을 안착시켰다. 온라인게임 ‘비앤비’를 패키지 게임으로 개발하거나 PC게임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게임 온 디멘드’ 프로젝트도 그가 제안하고 추진한 아이디어였다.


◆ 인간 서원일

그가 변화에 민감한 것은 일단 젊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소 자유분방한 삶의 궤적도 한몫했다.

지난 83년 부모를 따라 남미의 수리남으로 이민간 뒤 고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10년간 혼자 살아왔다.
“젊은 시절 여행을 통해 넓힌 견문이 정말 살아있는 지식이에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는 대학 3학년때 중국 열풍이 불자 기어이 중국여행을 떠났다. 4학년땐 스페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내친김에 아프리카 여행까지 다녀왔다.
지난 1년반 사이 넥슨 해외사업팀장을 맡으면서 20번이나 출입국을 반복하면서 10여개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넥슨에서는 매년 대학생들을 선발해 ‘E3쇼’ 관람 기회를 제공해요. 우리는 리포트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요. 그냥 ‘E3쇼’를 부담없이 견학해도 충분히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봐요. 세계 게임산업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금방 느낄 수 있으니까요.”


◆ 영원한 1인자는 없다

10주년을 맞은 넥슨은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고 있다. 스물 일곱의 서 대표 카드를 뽑아든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정말 변화무쌍해요. ‘아이러브 스쿨’ ‘프리챌’ 등 돌풍을 일으키던 사이트들이 불과 1년만에 시들해지는 것 봐요. 온라인게임도 비슷할 것 같아요.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을 유지하기는 여간 힘들지 않아요. 넥슨도 이같은 변화에서 살아남아야 해요.”
최근 들어 부쩍 ‘빅딜’이 많아진 게임판을 보면 그는 현재 우리 게임업계는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그는 넥슨의 변화는 ‘빅딜’과 같은 충격적인 요법보다 넥슨 스스로 치열하게 변화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좀 더 효율적인 개발 시스템이 필요해요. 그리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넥슨이 종합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거에요.”

그는 다소 방만하게 진행된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사전에 걸러내는 ‘선택과 집중’의 프로세스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해외 비즈니스가 탄력이 붙어 내년 이맘때쯤 넥슨재팬이 일본 최고 온라인게임 사이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CEO도 재미있다

2개월 남짓한 CEO 생활. 그는 처음에는 다소 얼떨떨했지만 갈수록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하루 몇시간 일하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요. 회사든 집이든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든 업무를 보니까요. 집에 도착하면 이메일부터 검색하는 것이 습관처럼 돼 버렸어요.”
원래 사람을 워낙 좋아해 외부인과 미팅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CEO가 된 뒤에 가장 힘든 점은 생활의 변화에요. 예를 들면 불편한 정장 차림이라든지, 다소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 말이죠.”
그는 바빠진 생활 때문에 ‘연애 전선’에도 이상이 생길까 걱정도 된다며 엄살을 부렸다.

두시간 남짓한 인터뷰는 ‘스물일곱 CEO’ 서 대표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바꿔놓았다. 서글서글한 성격, 또박또박한 말투에서 배어나는 자신감, 주도면밀한 시장 분석 등이 그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잘 어울리는 신세대 CEO.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넥슨의 변화와 관련된 조언이면 언제든지 귀 기울이고, 바꿔 나가겠다”며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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