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낚시대론
 
90년대 초반 영상산업이 주목받던 시절, 대기업의 한 고위관계자가 ‘낚시대론’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그의 얘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산업을 튼실히 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시장 진입을 쉽게 하고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게 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를테면 강가에 낚시대를 많이 걸쳐 놓으면 물고기도 그만큼 많이 몰려든다는 논리였는데, 그의 말대로 대기업들이 앞다퉈 시장에 진입하면서 영상산업은 일취월장했다.

 오늘날 우리 영화가 경쟁력을 갖추고 할리우드영화를 제압할 수 있었던 밑걸음은 많은 떡밥과 낚시대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투자자들은 살아있는 물 역할을 해 주었고 우량 자본은 좋은 낚시대가 돼 준 것이다.
반면 낚시대가 많아 사양길에 들어선 것도 있다.전 세계시장을 놓고 볼때 규모가 가장 큰 아케이드 게임이다.

내무부(지금의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상공부(산업자원부)가 서로 영역 다툼을 벌이면서 아케이드 게임은 큰 멍이 들었다.개혁보다는 앞다퉈 규제의 칼만 들이댔고 산업 지원책은 전무하다 시피했다.이러다보니 배가 바다로 가지 않고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이런 곳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고 건전한 자본유치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수백개에 이르던 아케이드게임업체 수가 지금은 명맥만 이어갈 정도로 줄어들게 끔 원인을 제공한 이는 다름아닌 정부라 할 수 있다.

민간기업의 낚시대는 많을 수록 좋다. 미네럴이 풍부한 물과 떡밥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 베이스의 낚시대는 하나면 족하다. 예컨대 ‘정부마크’의 낚시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업계는 허덕인다.개혁보다는 규제로 작용할 여지가 많고 지원책이라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산업을 둘러싼 문화부와 정보통신부의 영역다툼은 가관이다.그것도 자신들이 나서지 않고 산하 기관을 내세워 업체들의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
도대체 서로 다리를 걸쳐놓고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이미 주무부처에 대한 역할과 분담은 끝난지 오래다. 그런데도 티격태격 싸우고 있다.

통합 게임협회가 진통끝에 문화부 산하 단체로 등록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그렇다면 복지부 산하단체로라도 등록을 하려 했다는 말인가.오죽했으면 회원사들에 의견을 구했나 싶은 생각이 드니 안타까움마저 든다.
 
언필칭 ‘정부 마크’의 낚시대는 하나면 족하다. 문화부란 얘기다. 정통부는 막후에서 지원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영역다툼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제 2의 아케이드시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서둘러 낚시대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편집국장(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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