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박진환 등 신 비즈니스 모델 산파역
 
‘현대판 봉이 김선달.’

아이템, 아바타 등 무한한 디지털 자산을 팔겠다는 발상은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에 종종 비유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이 깨지기까지는 불과 3년도 걸리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 같은 기획을 현실로 만든 ‘현대판 봉이 김선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대 김선달’로는 네오위즈 창업주 나성균 전 사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 98년 ‘원클릭’이라는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을 개발해 파란을 일으킨 그는 2000년 11월 대모험을 감행했다.

채팅사이트 ‘세이클럽’을 통해 세계 최초로 부분 유료화를 단행한 것.

아바타와 이를 치장하는 아이템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넥슨의 온라인게임 ‘퀴즈퀴즈’였다. 하지만 나 전사장은 이를 팔겠다는 다소 도발적인 발상을 밀어부쳤다.
심지어 네오위즈 직원들조차도 반신반의한 이 모험은 결국 첫해 매출 100억원이라는 눈부신 성적표로 성공을 거뒀다.

나 전사장은 “당시 화상채팅, 전화연결 서비스 등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쏟아졌다”며 “하지만 유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온라인 정체성(아이덴티티)이었고, 결국 아바타에 정체성을 부여할 아이템 판매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네오위즈의 부분 유료화 모델이 빛을 발한 것은 ‘2대 김선달’ 박진환 사장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세이클럽 유료화가 본 궤도에 오른 2001년 3월, 대학 선배 나 전사장을 대신해 대표 이사에 오른 그는 신규사업 발굴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살찌웠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 사장은 인터넷 아바타 개념을 처음 사용한 넥슨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다는 것.

이 때문인지 박 사장은 지난해 부분 유료화 모델을 모토로 한 게임포털 ‘피망’을 오픈했고, 6개월만에 월 매출 40억원대의 ‘황금알’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게임포털 부분 유료화의 성공신화는 NHN의 김범수 사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 사장은 지난 2001년 ‘한게임’에 부분 유료화를 단행했고, 3년이 지난 지금 ‘한게임’은 연 매출 1000억원 고지를 앞두고 있다. 그는 아바타와 아이템 판매뿐 아니라 이들을 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을 월 정액제로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사장은 최근 중국 최대 게임포털 ‘아워게임’의 지분 50%를 확보키로 해 한국을 넘어 ‘중국판 봉이 김선달’도 꿈꾸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플레너스 지분 매각으로 800억원대 ‘돈방석’에 앉은 방준혁 사장, ‘비앤비’ ‘메이플스토리’ 등 강력한 부분 유료화게임을 선보인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씨도 ‘김선달’의 풍모를 닮았다.
 
<게임 부분유료화 시장규모>연간 3000억원대 ‘황금어장’
 
국내 게임 부분유료화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분석가들은 올해 7000억원에 달하는 온라인게임시장 가운데 절반 가량이 부분유료화 매출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분 유료화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산출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많다. 일단 부분 유료화를 도입한 게임이 100여종을 넘는데다 주요 게임포털업체들이 정액제 게임과 부분유료화 게임 매출을 구분해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주요 업체들의 부분 유료화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시장규모를 집계하고 있다.

우선 올해 게임부문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NHN의 경우 부분유료화 매출이 전체 70∼80%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최대 800억원 정도가 부분유료화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추정된다.

또 네오위즈도 ‘피망’에서 월 40억원씩 5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여기에 플레너스와 엠게임이 100억∼300억원의 매출을 부분 유료화로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거상’ ‘메이플스토리’ ‘비앤비’ 등 연간 매출 100억∼200억원대의 매출이 기대되는 게임들과 ‘시티레이서’ ‘갯앰프드’ 등 연 매출 50억원 안팎의 게임이 즐비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매출을 모두 합치면 3000억원대를 무난히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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