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Kahn)의 세상 멀지 않았다
 
프로게임단 ‘삼성전자 칸’은 이름값을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가 뒷받침하는 팀 치고는 성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개인과 팀 성적에서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무명의 신인을 발굴해 키운다’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사실 돈 많은 기업 삼성전자에서 현재 잘나가는 프로게이머 몇 명만 데려오면 곧바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프로야구나 축구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삼성구단이다. 이와 관련 김가을 감독은 “창단 초기에는 임요환 등 잘나가는 선수를 영입해 팀을 곧바로 우승권에 진입시킨다는 계획도 있었으나 지금은 신인 발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신인 발굴 전략을 통해 스타로 길러낸 대표적인 사례가 골프여왕 박세리다. 현재 LPGA투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세리 선수는 국내 정상 정복 이후 삼성의 지원 아래 미국 무대로 진출했고 지금의 성공을 거두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래서 ‘삼성전자 칸’은 미완의 대기로 불리는 것이 어울린다. 일단 삼성의 지원 아래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갖췄다. 지난 1월에는 고참 프로게이머 최인규와 김근백을 보강해 패기 넘치는 팀 전력에 노련미를 더했다. 성적이 부진한 선수는 주전에서 제외시켜 연습생으로 내려 보내는 등 선수에 대한 정신 재무장과 동시에 팀 전력을 재정비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가 ‘삼성전자 칸’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리그전 등 규모가 큰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큰 무대에서 약하다’는 것은 칸의 최대 약점이었다. 이와함께 ‘손놀림’, ‘컨트롤’, ‘물량’ 등 기본기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훈련 스타일은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선수들을 ‘대기만성’형으로 키워내고 있다.

청신호가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 올 들어 최수범 선수가 스타리그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앞서 안석열과 이현승 선수 등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줬다. 팀 성적 역시 8강까지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여전히 제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팀의 성적의 변수는 선수 개개인이 자기실력의 몇 %를 발휘하는냐에 달렸어요. 선수들이 제 기량만 발휘해준다면 4강을 넘어 우승까지 충분하다고 봐요.” ‘삼성전자 칸’이 ‘삼성 정복자’라는 이름값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


- 박동욱(22)
지난해에는 대회 분위기에 적응이 안돼 성적을 못냈지만 점차 출전 경험이 쌓이면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무엇보다 우리 팀은 편안한 마음을 갖고 안정되게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지요.

- 최수범(21)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한 만큼 최소한 4강까지 가는 게 목표예요. 욕심을 좀더 내면 MVP까지 받을 만한 성적을 내고 싶고요. 성적의 기복이 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점만 보완하면 딱 좋겠어요.

- 최인규(24)
쉬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만이 스타리그 우승의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컨트롤과 전략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잘 활용해 보완해나가면 다음 대회 때는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 안석열(20)
일단 다가 올 MBC마이너리그 예선 통과가 목표예요. 장기적으로는 양대 스타리그 본선 4강까지 가는 것이고요. 큰 대회 출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요즘은 팀원끼리 적당한 내기 게임을 하며 긴장감을 해소하고 있어요.

- 이현승(22)
최근 챌린지 리그에서 탈락해 아쉬워요. 대회를 계기로 맵 별로 전략을 잘 짜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앞으로 4강이 아닌 그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 김근백(21)
대회 성적이 저조하다보니 방송에도 잘 안나오고 저만의 게임스타일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단 무조건 모든 대회 예선을 통과한 후 탄탄한 기본기와 빠른 상황판단, 물량전에 강한 저만의 플레이를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임동식기자(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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