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미학, 코드 접목 '신개념 게임' 꿈꾼다"
 
“영화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화제작 ‘A3’의 개발 총책임자인 애니파크의 배길웅(34) 이사는 "이젠 게임도 영화와 애니메이션처럼 스토리가 강한 작품, 색깔이 강한 작품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개발 철학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같은 문화산업 장르이지만 영화·애니메이션과 게임은 아직도 많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야다. 전통적으로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각 작품마다 감독의 철학이 깊이 배어 있다. 하지만 게임은 장르가 비슷하면 대개 유사한 구성으로 전개돼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 프로그램이 강조되다 보니 구현할 수 있는 세계도 한정될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상상력도 많은 부분에서 제한되기 때문이다.

# 영화같은 게임 ‘A3’
배 이사가 만든 ‘A3’는 기존 게임들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영화처럼 주인공의 색깔이 분명하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서 흥행의 성패까지 좌우되기도 하지 않는가. ‘A3’는 여주인공을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 게임. 여주인공 ‘레디안’은 고혹적인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로 발표 초기부터 남성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렸던 사이버 스타다. 배 이사는 ‘레디안’을 단순히 게임 캐릭터로 부르지 않고 ‘캐스팅 캐릭터’라 부른다. 영화 감독이 배우를 물색하듯, ‘레디안’을 탄생시키기 위해 당시까지도 전무했던 3D 전문 일러스터인 이소아씨를 어렵게 찾아내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자체 디자인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타개발사와는 사뭇 다른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레디안’의 스토리 작업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장님이라는 슬픈 사연의 주인공으로 태어난 것도 스토리를 강조하는 배 이사의 게임관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최근 실시한 업데이트를 통해 ‘실시간 동영상 시스템’을 접목시킨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총 네가지로 구성된 ‘스페셜 퀘스트’를 수행하면 스펙터클한 연출과 함께 퀘스트의 성공 화면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인 ‘빌메이드’의 숨은 이야기를 3D 리얼타임 동영상으로 보다 보면 마치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까지 느껴진다.
“게임도 잘 만들면 영화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게임에도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연출 개념을 접목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A3’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게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 프리프로덕션의 질을 높여라
배 이사는 프로그래머로부터 출발한 정통개발자는 아니다. 그는 ‘A3’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이전에 영화·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서 일했다. 부산 국제 영화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대표겸 프로듀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게임쪽으로 분야를 바꿔 ‘A3’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에도 그의 직함은 개발팀장이 아니라 게임업체에 아직 익숙치 않은 ‘감독’이라는 호칭으로 불여졌다.
“온라인 게임의 경제 구현력은 거의 세계 수준까지 높아졌습니다. 또 게임분야로 전문인력이 많이 유입되면서 성장동력도 한층 탄탄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산업과 비교해 볼 때, 아직 게임 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시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프로듀서 등 각 구성원의 역할이 적절히 분담될 때, 산업과 개발자 모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게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영화와 애니메이션 분야처럼 시나리오 제작과 기획에만 1∼2년 이상 투자하는 등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보다 성숙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구성원의 역할 분담이 원활히 이뤄지고 프리프로덕션이 성숙돼야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진 진정한 게임 분야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배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동양적 온라인 게임
배 이사는 최근 중국, 동남아 등지를 오가느라고 정신이 없다. 최근 ‘A3’의 중국 오픈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현지 서버 안정화 등을 위해 중국 출장이 잦아졌다. 중국 오픈베타 첫날 15만 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배 이사는 차기작 개발을 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다. 각 국가의 신화, 역사 자료들은 차기작 개발의 중요한 밑천이 되기 때문이다. 또 바쁜 와중에도 만화책을 뒤지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그가 만들 차기작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동양적 색채가 강한 멀티플랫폼 게임 정도라는 것. 기자의 끈질 긴 질문에도 “아직 구상중이다"라는 짧은 답변만 내놓는다.
“스타일리스트에 소개된다고 하니 괜히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게임 분야에 이렇다하게 기여한 것도 없는 초보 프로듀서일 뿐입니다. 다만 언젠가는 저만의 색깔을 찾아 진정한 스타일리스트로 남고 싶다는 욕심은 있습니다. ‘이 감독하고는 정말 일하고 싶다’, 이런 얘기 들을 수 있다면 그땐 정말 스타일리스트로 당당히 나설 수 있지 않을까요?”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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