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엔젤투자가를 찾아라
 
미국의 IT산업의 산실인 실리콘벨리의 벤처 회사들을 보면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서만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회사를 설립한다. 그들은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투자가는 은행 금리나 부동산 투자보다 벤처투자의 수익률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벤처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고 투자 회수로 그 역할이 끝난다.
하지만 미국에서 벤처의 초기 엔젤투자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자격을 요구한다. 그들은 벤처의 특성상 리스크가 크고 기술 개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투자 회수가 필요한 사람들을 배제한다. 즉 투자한 돈이 회수가 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을 투자가로 지정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돈이 급히 필요한 투자가가 회사에 영향을 미치면 그 회사가 제대로 개발과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회사가 성공하면 그 만큼의 높은 투자 회수가 가능하므로 미국에서는 정말 자금력이 안정된 사람들이 벤처에 투자를 한다. 이 때문에 벤처는 투자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전문 분야의 기술 개발과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재테크, 혹은 재투자의 순서가 은행 이자에서 출발해서 주식, 부동산, 그리고 벤처 투자의 순서로 진행되지만 한국은 조금 뒤죽박죽 돼 있는 것 같다. 충분한 자금력이 없으면서도 리스크가 큰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마치 도박처럼 말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같던 사람도 돈 앞에서 이성과 자존심을 던져버리는 것을 보면 한국은 여전히 부의 역사가 짧다는 아쉬움이 절로 나온다. 한국에는 부로부터 여유로운 진정한 엔젤 투자가는 없는 것일까.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초기 투자가를 찾는데 많은 신경을 썼지만 결국 그들은 조바심을 억제하지 못했다. 다만 선친 때부터 부자였던 한 분만이 진정한 엔젤투자가로 남았을 뿐이다.
이처럼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어 가려면 필연적으로 자금과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쓸만한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회사가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보면 그 과정에서 자금관리 및 투자유치의 문제에서 발목이 잡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필요한 순간에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주 깐깐하다는 평을 감수해야 했다. 투자를 받는 을이라는 약자의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배수는 물론이고 투자 계약서 모든 부분에서 갑과 같은 요구를 하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관철시켰기 때문에 기존 투자가 및 주주들의 주가 희석을 최소한으로 줄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벤처 기업가들이 실리콘벨리식 투자유치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돈만 좇다 그 보다 가치있는 사업 아이템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젠 사장(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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