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앤비’이어 ‘카트라이더’ 기획…'한국의 빌 로퍼' 꿈꿔
 
게임업체 ‘넥슨’은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짱’으로 통한다.
비앤비, 큐플레이이, 메이플스토리 등 인기 게임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회사로도 넥슨이 첫 손으로 꼽혔다.
넥슨 정영석(35) 팀장은 이런 면에서 초등학생들의 우상이다. 동시접속자 33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비앤비’가 그를 통해 빛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주 클로즈 베타테스터 모집에 돌입하면서 20대1의 치열한 경쟁율을 기록한 ‘크레이지 레이싱­-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도 그가 모두 기획했다. "게임은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한국의 빌 로퍼’를 꿈꾸고 있다.


“비앤비 벽을 넘을 것 같아요. 사내 테스트 열기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카트라이더’ 막바지 개발에 눈코 뜰 새없는 김 팀장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3000명으로 제한한 베타테스터 모집에 6만명이 지원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하다”며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게임 흥행여부는 개발자들이 먼저 알 수 있어요. 개발 과정에 스스로 신명을 느끼면 그 게임은 꼭 성공하거든요. ‘카트라이더’도 그래요. 유저들의 반응이 남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어요.”
하루에 14시간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그는 "이렇게 재밌게 일을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동시접속자 33만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비앤비’의 바통을 이어 ‘카트라이더’도 예감이 좋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 디자이너를 꿈꾸다
김 팀장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게임 개발에 입문했다. 지난 96년 넥슨에 입사해 처음 맡은 업무도 MMORPG ‘어둠의 전설’ 캐릭터와 몬스터 디자인이었다.
“그림을 너무 그리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 지금이라도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았어요. 순수 미술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때였죠. 그래서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렸죠.”
그는 89년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넘치는 끼 때문에 결국 게임개발 동아리를 찾았다.
“단순한 게임 동아리가 아니었어요. 실제 게임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했으니까요.”
그는 게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1년6개월간 휴학도 감수했다. 그래서 빛을 본 처녀작이 PC게임 ‘블랙싸인’이었다.
하지만 이상은 높고, 현실은 냉혹했다.
“1년6개월 동안 매달렸지만 제게 돌아온 돈은 150만원이 전부였어요. 정말 값비싼 수험료였죠.”

# 좌절은 계속되다
지난 96년 넥슨에 입사하면서 그는 한껏 신명이 났다. ‘어둠의 전설’ 그래픽 작업을 맡으면서 게임 디자인 감각도 갈수록 탄력이 붙었다.
“디자인에 재미를 붙이면서 나만의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이 같은 욕심은 결국 디자이너에서 기획자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98년 온라인 댄스게임 ‘비트댄스’ 개발 프로젝트를 책임지면서 기획자로 데뷔식을 치렀다.
하지만 대학때 만든 ‘블랙싸인’처럼 ‘비트댄스’는 그에게 또 다른 좌절을 안겨줬다.
“시대를 앞서 간 게임이었어요. 게임은 재미있었지만 풀 3D 그래픽을 도입한 것이 문제였죠. 게임 개발이 거의 완료된 2000년 당시에 그 게임을 소화할 PC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결국 ‘비트댄스’는 클로즈 베타테스트만 하고 폐기처분됐다.

# 비앤비 신화를 만들다
‘비트댄스’ 프로젝트를 접고 그는 ‘비앤비’ 기획 업무에 가세했다. 일본 아케이드 게임 ‘봄버맨’ 표절시비가 붙은 와중에 ‘비앤비’를 얼마나 ‘봄버맨’과 차별화 하느냐가 그의 임무였다.
“고민은 하나였어요. 봄버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온라인게임으로 만든 비앤비는 봄버맨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죠.”
이 때문에 폭탄 대신 물풍선이 등장했고, 캐주얼 게임에 캐릭터 레벨업이나 아이템 개념도 도입됐다. 하나의 PC로 두 사람이 즐길 수 있는 ‘2인용 플레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접목됐다. 동시접속자 33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도 이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2002년 ‘비앤비’의 인기가 절정에 도달하면서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주어졌다. 비앤비 캐릭터를 이용한 온라인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가 그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카트라이더’는 제가 게임기획자로서 처음으로 던지는 승부수에요. 게임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거든요.”
‘카트라이더’로 게임 기획자로서 ‘제 2 인생’을 여는 그는 “진짜 재밌는 게임만 만들고 싶다”며 다시 다짐했다,
 
‘카트라이더’는 어떤 게임?
 
‘카트라이더’는 ‘비앤비’에 등장한 캐릭터와 배경을 소재로 한 온라인 레이싱 게임이다. 3D 카툰랜더링 기법으로 제작된 이 게임은 ‘비앤비’처럼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넥슨이 2년간 개발한 물리엔진이 도입돼 온라인 게임이지만 레이싱 게임 특유의 속도감과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최대 8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레이싱과 아이템전 등 2가지 게임모드가 있다. 아이템전은 바나나 껍질이나 물풍선과 같은 아이템으로 상대 자동차의 질주를 방해할 수 있어 레이싱 게임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장지영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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