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름다움은 불순하다?"




동성애 소재로 한 발칙한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중학교 3학년 때, 우리 체육 선생님은 K군을 특별히 편애했다. 여름이었다. 학교 뒤뜰에 있는 국제 규격의 수영장에서 우리는 체육 수업을 했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나오면 햇빛이 우리들의 몸을 날카로운 부리로 콕콕 쪼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K군에 대한 체육 선생님의 편애는. 남자에게 아름답다는 말을 쓰면 이상하지만 그는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몸마저도 아름다웠다. 특히 삼각 수영복을 입고 스타트를 하기 위해 출발대에 오르면 모두들 눈부신 그를 바라보았다.
사무라이 집단 신선조 내에서 남자 동성애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하는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그것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과연 ‘고하토’의 꽃미남 검객 카노(마츠다 류헤이 분)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미모를 갖고 있다. 앞으로 흘러내린 긴 머리, 마음을 헤아리기 힘든 깊은 눈,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생긴 그의 얼굴은 남자들만 모여 있는 사무라이 집단 내에 풍파를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신선조 최고의 검객인 오키타 소지(다케다 신지 분)는 직접 목검을 들고 대결해서 신입 사무라이를 선발한다. 권세가 집안의 아들인 카노와 최고의 검술 실력을 자랑하는 타시로(아사노 다다노부 분)가 선발되는데 꽃미남 카노에게 타시로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왜 카노는 주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 것일까.
신선조의 총장 콘도 이사미(최양일 분) 밑에 히지카타 도시죠(비트 다케시 분)가 있고, 그 밑에 검술의 일인자 오키타 소지가 있다. 이야기는 신선조 최상층부에서 카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파문을 예의 주시하면서 펼쳐진다. 다른 사무라이들과는 달리 카노에게 유독 친절을 베푸는 콘도 이사미(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이 콘도 역을 맡아 뛰어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카노 주변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라는 밀명을 받은 히지카타 도시죠(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무표정함 속에 따뜻함을 감추고 열연한다) 역시 카노의 매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오키타는 카노가 여자를 알게 하라는 총장의 밀명을 받고 카노를 유곽으로 데려간다.
‘고하토’는, 실제 정사와 성기 노출 파문으로 일본 내에서도 오랫동안 원본 상영이 불허되었던 ‘감각의 제국’이나 칸느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열정의 제국’의 격렬함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삶을 바라보는 완숙한 시선은 마지막 신에서처럼 뛰어난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어두운 밤하늘에 환하게 등불 밝히고 피어 있는 꽃나무, 그것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히지카타 도시죠의 마음을 우리는 이해할 것 같다. 모든 아름다움은 불순하다.
하재봉(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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