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같은 '시라츄 탐험부'
 
발매일 : 2004년 3월 24일
제작사 : 타이토(TAITO)
배급사 : CGK
장르 : 미스터리 어드벤처
난이도 : EASY
한글화 : 매뉴얼, 자막
가격 : 4만6000원
매체 : DVD
메모리 : 200KB 이상
플레이 인원 : 1인
이용 등급 : 전체 이용가

 ‘PS1’시절 전부터 게임을 시작한 유저라면 한 번쯤 ‘야루도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다’라는 뜻의 ‘야루(やる)’와 ‘드라마(ドラマ)’의 도라를 합쳐서 형성된 단어인데 말 그대로 보는 드라마가 아닌 ‘하는 드라마’라는 뜻의 새로운 게임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다. 하지만 사실상 야루도라란 장르는 어드벤처라는 장르와 크게 차별화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야루도라는 어드벤처 내에서도 ‘가장 수동적인 형태’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야루도라라는 단어에 더 없이 어울리는 게임이 바로 이 ‘시라츄 탐험부’가 아닐까. 그저 화면을 바라보면서 시나리오와 대사의 흐름을 즐기는 것. 그런 관점에서 ‘시라츄 탐험부’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경계에 걸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는 어떤가
 
‘시라츄 탐험부’는 8년 전 여름의 일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의 게임이다. 최근의 게임들과 달리 플레이어들을 끌어 들일만한 과격한 장면은 거의 없지만 추억, 고향, 모험(그리고 다소의 미스터리) 그리고 감동 등의 복고적 요소가 잘 조화를 이뤄 플레이어의 눈길을 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미스터리 어드벤처라고 말하기에는 미스터리한 느낌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후반부에 드러나는 샘에 관련된 설정들이 신비한 느낌을 준다고는 하지만 등장 시기가 너무 늦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스터리 어드벤처라기보다는 차라리 추억 어린 모험극이라고 보는 쪽이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눈이 즐거운 어드벤처
 
일러스트나 캐릭터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점을 제하고 보면 그래픽적 요소는 여러모로 훌륭하다. 특히 캐릭터의 포즈가 변할 때 단순히 모습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여지는 포즈 변화는 칭찬할만하다. 또한 몇몇 CG의 경우 CG 그 자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3D 이펙트가 가미돼 자연스러우면서 역동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높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은 상당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게임에 삽입된 동영상이지만 작화가 망가지는 일도 없고 게임보다 더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양도 많아 오히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약간 아쉬웠던 점이라면 동영상이 특정 부분에 뭉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인데, 전체적으로 골고루 분배됐더라면 훨씬 더 플레이어의 몰입도를 높여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칸노 요코의 사운드
 
놀랍게도 이 게임의 사운드는 바로 ‘칸노 요코’가 담당했다. 그녀는 ‘마크로스 플러스’ ‘카우보이 비밥’ ‘라제폰’ ‘천공의 에스카프로네’ 등의 유명한 애니메이션과 많은 게임의 사운드를 담당해 상당한 인지도를 쌓고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녀가 사운드를 담당한 DC용 RPG, 내플테일은 타이틀보다 OST가 더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물론 ‘칸노 요코의 사운드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좋다기보다 사운드 전체가 하나의 색을 가지고 있고 그 색이 게임과 잘 맞아 떨어져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잔잔한 스토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사운드. 세 가지 요소만으로도 플레이 해 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학창시절의 여름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한 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VGL 고건기자(enix@vg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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