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합체, 말타기 등 톡특한 시스템 시선 집중
블럭버스터 마케팅 공세 속에서도 RPG 마니아 사랑 한 몸
 
‘조용한 반란이 시작된다’
제작비 100억대를 상회하는 대작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억원의 제작비 만으로 개발된 한 작품이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지앤아이소프트(대표 박원범)가 개발한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기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카르페디엠’을 제목으로 택한 게임답게 온라인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카르페디엠’의 외형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블럭버스터들이 최첨단 그래픽으로 재현한 방대한 가상 세계를 뽐내는 반면 카르페디엠의 비쥬얼은 어찌보면 개성이 떨어진다. 물론 마케팅도 제대로 하지 못해 ‘카르페디엠’을 아는 유저 수도 적다. 하지만 한번 이 게임을 접한 유저들은 그 묘미에 빠져 주변사람들까지 곧 초대한다. 말을 타며 여행하는 ‘라이딩시스템’을 비롯해 서로 다른 두명의 유저가 하나의 캐릭터로 합치는 ‘퍼제션(합체) 시스템’ 등 ‘카르페디엠’ 만의 매력에 이내 푹 빠져들기 때문이다.
 
2억원의 기적
 
지앤아이소프트가 ‘카르페디엠’의 오픈베타테스트까지 투여한 실제 자금은 약 2억원. 이 정도 제작비라면 일반 게임회사가 3D엔진을 구입하면 끝날 비용이다. 박원범 사장을 비롯해 ‘조선협객전’ ‘쥬라기원시전’ 등을 개발했던 멤버들이 모여 설립한 지앤아이소프트는 우선 최적의 3D엔진을 자체 제작해 개발비를 대폭 절감시켰다. 본격적인 게임 개발이 시작된 후에도 주요 멤버들이 최저 생계비만 가져가는 희생을 감수한 것도 ‘2억원의 기적’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절감시켰다고 ‘카르페디엠’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만화풍의 캐릭터는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함을 제공한다. 최대 ‘24배 줌 인 아웃’ 기능을 도입해 국산 온라인 게임 중 최대 가시 범위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성능을 구현한다. 또 장호일씨가 게임 음악을 맡아 탄탄한 배경음악을 구현시켰다.
이같은 특징을 인정받아 게임산업개발원의 주최한 제16회 우수게임사전제작지주원 사업부문에 선정돼 제작비를 일부 지원받기도 했다.
 
기존 RPG에 질렸다면 ‘카르페디엠’을 찾아라
 
‘카르페디엠’이 유저들의 시선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는 맛볼 수 없던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눈 띠는 대목은 서로 다른 두명의 유저가 하나의 캐릭터로 합체 혹은 변신, 역할을 분담해 플레이할 수 있는 퍼제션(합체) 시스템이다. 협력 플레이를 통해 혼자 서는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와도 맞설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여성유저들도 이 기능을 활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게임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요정캐릭터를 선택해 기사와 합체하면 고레벨 유저에게 주조정을 맡기고 다양한 기능을 습득할 수 있다. 협력플레이의 장점이 알려지며 전투에 나서는 기사들이 모두 합체할 요정을 찾는 헤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레벨 10만되면 말을 타고 이동하거나 전투를 펼칠 수 있는 ‘라이드 배틀 시스템’도 ‘카르페디엠’에서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자신이 육성한 말을 타고 대규모 기마전에 나설 수 있다. 말을 탄 파티들이 펼치는 공선전은 카르페디엠만의 짜릿한 액션의 백미를 맛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살아있는 아이템 ‘아니마 시스템’
 
기존 RPG와 차별화하기 위한 ‘카르페디엠’의 시도는 한계가 없다. 유저들이 사냥시에 먹자행위(다른 사람이 사냥을 통해 얻는 아이템을 가로채는 행위, 일명 스틸)을 방지하는 ‘아니마 시스템’도 이런 차별화 노력이 구현된 부분이다.
사냥 후 필드에 떨어진 아이템은 우선 몹을 직접 사냥한 유저에게 5초간 우선권이 제공된다. 주변에서 구경하다 아이템을 가로채는 비신사적 행위를 사전 차단하는 방안이다. 각 아이템은 시간이 지나면 생명력이 생겨 필드를 돌아다니기까지 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캐릭터 능력에 ‘타락도’ ‘흥분도’ ‘스트레스’ 등의 개념을 도입해 캐릭터 육성과 게임의 세계관을 연결시킨 점도 주목된다. 담배와 술을 상징하는 타르, 넥타라는 아이템을 사용하면 레벨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많이 이용하면 타락도가 높아져 악의 세계로 떨어질 수 있다. 게이머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캐릭터를 선의 세계로 인도할 수도 있으며 악의 세계로 이끌 수도 있다. ‘카르페디엠’의 기본 대결 구도도 선과 악을 대변하는 유저 세력의 대결이다. 도식적인 세계관에 탈피해 유저들이 스스로 세계를 만들어가도록 배려한 개발진의 돋보이는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터뷰> 지엔아이소프트 박원범 사장
 
지난 2002년 토미스정보통신에서 퇴사 한 후 바로 지앤아이소프트를 설립한 박원범(29) 사장은 아직 어린 나이지만 침착하고 진중한 면모가 돋보인다. 2억원이란 적은 돈으로 비슷한 또래의 개발자들을 지휘하며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박 사장의 경영능력을 보여준다. "법인을 설립하고 첫 출사표를 던졌을 때는 두려움과 후회도 많았다"고 털어놓는 박 사장은 "기대 이상이었던 게이머들의 성원이 지앤아이소프트를 만든 가장 큰 공신"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오픈베타까지 2억원만을 투자해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난해 3월 법인을 설립할 당시 자본금이 2억원에 불과했다. 이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지출을 줄이려 노력했다. 3D 게임엔진을 만들면서 판매를 고려해 기획자 몇 명만으로 편리하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 이것을 국내업체에 판매해 운영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또 대만, 홍콩에 이어 최근 중국업체와도 수출계약을 맺으며 자금운영의 여유를 갖게됐다.

-대형퍼블리셔와 계약을 맺지 않은 이유는
▲몇 업체와 협력을 타진했으나 수익배분에 합의하지 못해 독자 서비스를 결정했다. 게임을 개발하기까지 대부분의 위험부담과 노력을 개발사가 떠안고 있음에도 배급사가 더많은 수익을 받아가는 구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때문에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으나 최근 삼성전자 등이 프로젝트 투자를 제의해 와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다행히 마케팅이 부진한데도 많은 유저들이 ‘카르페디엠’을 사랑해줘 어려운 환경에서도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퍼제션시스템, 라이딩 배틀시스템 등 기존 게임과는 다른 요소를 많이 도입하다 보니 부족한 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유저들이 지나치게 연합플레이에 의존해 게임이 단순화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또 대다수가 말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맵이 작지 않음에도 불구고 상당수 유저들이 맵이 좁다는 불만도 내놓고 있다. 또 캐릭터 간 밸런싱 문제도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다.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하나씩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상용화 시점은 언제로 계획하고 있나
▲향후 공성전 등 다양한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상용화는 앞서 언급한 문제점과 공성전 등이 도입된 후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여름방학 정도로 예정하고 있으나 확정된 시기는 아니다. 또 월정액제를 택할지 아니면 부분유료화를 선택할지도 아직 고민하고 있다. 유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분유료화를 선택하는 것이 옳으나 영등위 등의 제재가 심해져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확정짓지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 유료화하든 유저들이 돈을 투자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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