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그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스포츠로서의 게임을 들여다볼 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게임리그’ 혹은 ‘e스포츠’를 '누가 더 게임을 잘하는가?'를 다투는 '겨루기'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이다.
‘e스포츠’라는 용어의 기원은 'Game Competition(번역하자면 게임경기? 정도가 될 듯합니다.)'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게 뭐야?'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단히 중요한 개념의 변화다. 약 40년쯤 전 탄생한 '전자게임'은 개발자가 디자인한 게임 구조 안에서 플레이어가 성취감을 얻는 콘텐츠였다. 전통적인 게임에서는 성취(achievement)는 있을지언정 경쟁(competition)이라는 구조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게임경기(game competition)’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사이버 게임이 네트워크(network)를 장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사이버 게임'이라는 장르를 플레이어와 게임(혹은 개발자)과의 '수수께끼 풀기' 놀이에서 사람과 사람의 경쟁으로 변화시켰다. 플레이어간의 경쟁이 생겨나면서 게임의 재미가 높아졌다.
‘e스포츠’의 중요한 요소는 ‘방송 미디어가 관계하느냐’ 또는 ‘리그가 있느냐’는 등의 것이 아니라 ‘게임이 매개인 상태로 인간과 인간의 경쟁이 작용하느냐’인 것이다. e스포츠로 변모한 게임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진다. 게이머는 단순히 게임 그자체와 머리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 저편의 내 상대(competitor)와의 상성이 가장 중요하다. 직접적인 승리감이 중요해 진다. 게임 자체로는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공정한 경기의 장을 만들어 주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게임의 역할이 축구장이나 축구공, 축구 골대 등과 같은 도구 정도의 것으로 축소됐다고나 할까.
따라서 ‘게임리그’ 또는 ‘e스포츠’에서는 게임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과 플레이어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게임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변모한 것이다. e스포츠에서는 경기의 완성도 또한 플레이어 스스로 만들어 낸다. 학습과 연습에서부터 마인드 콘트롤과 치열한 승부근성 등 기존 스포츠 종목에서 중요한 요소들이 여지없이 e스포츠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람들이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게임리그에서는 게임이 주인공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인 것이다.
 
게임캐스터(nouncer@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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