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게임 미국 상륙 원년 기대해도 좋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를 꼽으라면 단연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을 받은데 이어 후속작인 ‘리니지2’가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세계적인 개발진을 속속 영입,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며 글로벌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김택진사장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긴 미국 일정을 끝내고 잠시 귀국한 김사장을 만났다.


- 엔씨소프트가 지금의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면서 느낀 소감이 있다면.
▲처음 ‘리니지’를 만들어 서비스 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랐습니다. 사회적인 반향이나 유저들의 선풍적인 반응에 저도 놀랐죠. 그래서인지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리니지’를 키워준 유저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사실 그동안은 좀더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다소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 있었어도 결과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생각에 늘 보람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리니지’는 사회적으로도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리니지’를 뒤따라서 많은 작품들이 나왔고, 그러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게임개발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마련됐죠. 특히 우리가 만든 게임이 문화상품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니지’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서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가 됐다는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라면.
▲그동안 두번의 고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중 하나는 게임에 관한 사회적인 편견과의 싸움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 작품을 5년이나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 자체의 어려움 이었습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문화현상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느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또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하는 개발진의 욕구와 열정을 ‘리니지’를 발전시키는데 쏟도록 하는 노력도 쉽지많은 않았습니다.

- ‘리니지’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세계가 있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어떤 세계입니까.
▲ 그동안 유저들이 상상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며 만들어왔습니다. ‘리니지’를 어떤 제약이나 강요에 의한 공간으로 만들기보다는 유저들이 생각하고 있는 정의와 꿈의 세계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리니지’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유저들이 원하는 세상을 계속해서 디자인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크로스랭커를 통해 리니지 월드 내에서 공동의 스토리와 함께 공유하는 역사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 ‘리니지2’가 ‘리니지’만큼이나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리니지’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종족과 스킬, 그래픽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엄청난 발전을 한 게임으로 느껴지는데.
▲‘기존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체험을 하고 있다’는 유저들의 반응을 많이 듣습니다. 특히 ‘배경 그래픽과 공성전의 경우 정말 영화 같다.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저도 시간을 쪼개서 즐기고 있는데 레벨업을 하는 재미가 그만입니다. 온라인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PC방과 IP요금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 PC방과 신경전을 벌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PC방은 싸워야할 상대가 아니라 협력해야 할 파트너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 얼마전, 아이템현금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 및 앞으로 견지해 나갈 원칙이 있다면.
▲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반대의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많은 억측과 오해가 나오기는 했지요. 온라인게임 아이템현금거래는 개발사는 물론 게이머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게이머들에게 왜 아이템 현금거래가 안좋은지를 설명하는 동시에 제도적으로 막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 엔씨소프트는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으신데 직접 해외에서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비지니스가 선망의 대상입니다.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는 ‘성공한 개척자’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때문에 아시아 기업들은 늘 엔씨소프트를 벤치마킹하려 합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게임강국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늘 한국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일구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특히 한국 게임을 배우기 위해 엔씨소프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지원하는 개발자도 많습니다.

-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진한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투자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별로라는 평이 많습니다.
▲ 엔씨소프느는 ‘리니지’를 대만에 처음 서비스하던 2000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게임 서비스를 위한 전진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대만과 일본·중국 등 3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미국에는 지사를 세웠습니다. 단순히 현지 회사에 라이센스를 주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에 직접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현지 경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또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리차드게리엇과 같은 우수한 게임 개발자를 영입하고, 아레나넷을 비롯한 게임개발사를 인수했습니다. 현지 게이머들의 정서와 플레이스타일에 적합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요. 이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가시화 되는 원년이 바로 2004년입니다. 올해 미국에서 ‘시티오브히어로’와 ‘길드워’ 등 현지에서 직접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하는 게임들을 속속 출시할 예정입니다.

- 엔씨소프트는 설립이래 지금까지 대박게임을 연속으로 터뜨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지, 앞으로의 비전이 있다면.
▲ 엔씨소프트는 이제 창립된지 7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10년이 채 돼지도 않은 상태에서 10년 후의 미래를 전망하기가 쉽지 않네요. 다만 언제든 가장 앞선 온라인게임회사로 남아 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은 할 수 있습니다.

- 요즘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만나기 힘들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최근 들어 미국 출장이 잦은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국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미국에서의 ‘리니지2’ 서비스와 관계된 일로 현지에서 해야할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습니다.올해는 미국에서 새로운 게임을 다수 출시할 예정이라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올해는 아무래도 미국에서 보내야할 시간이 많을 겁니다.

- 미국 오스틴에서 리차드개리엇 팀이 개발중인 게임과 출시 일정 등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가 많습니다.
▲ 리차드게리엇의 유명세 때문에 그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 궁금즘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오스틴 스튜디오에서 리차드게리엇 팀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타뷸라라사’입니다. 워낙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대작 게임이라 많은 개발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는 5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E3쇼를 통해 그때까지 개발된 상황을 일반에게 공개를 할 예정입니다.

-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WOW’가 곧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국내에도 큰 기대를 걸고 기다리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리니지2’와는 치열한 경쟁을 벌일 최대의 경쟁작이라는 평인데.
▲ 엔씨소프트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노력중에는 현지 투자 부분도 상당하죠. ‘WOW’는 국내 게이머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서로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중국 게임사들이 나스닥 상장을 서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 가운데도 웹젠이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하지만 아직 엔씨소프트는 나스닥과 관련한 이야기가 없는데요. 엔씨 정도면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할 것 같은데.
▲ 엔씨소프트는 올해 미국에서 ‘리니지2’를 상용화 하는 것을 비롯해 ‘시티오브히어로’와 ‘길드워’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동안 준비해온 이들 게임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더구나 엔씨소프트는 자금 흐름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비즈니스가 우선이지 자금확보가 절실한 상황이 아닙니다.

<프로필>
1989년 2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학사
1989년 아래아 한글 공동개발
1989년 한메소프트 창립
1991년~92년 현대전자 보스턴 R&D Center 파견
1995년~96년 현대전자 아미넷 개발 팀장
1997년 3월 엔씨소프트 창립
2002년 8월 WEF(세계경제포럼)선정 한국대표 '아시아 차세대 리더' 18人
2002년 9월 美비즈니스위크 선정 '세계 e비즈 영향력있는 25人'
2003년 2월 한국 산업기술진흥협회 주최 기술경영인상‘최고경영자상’수상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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