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 "오빠는 날 어떻게 생각해?"
임요환 "어! 성숙해졌네.^^;"
 
‘테란의 황제’ 임요환(25)과 ‘여자 임요환’ 서지수(20)가 커플로 만났다. 게임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직접 맺어준 커플이다. 이들 청춘남녀는 본지와 MBC게임이 함께 마련한 ‘베스트커플전’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0%가 넘는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았다. 팬들에게 등이 떠밀려 커플로 맺어진 이들의 첫 만남은 서먹서먹하기만 했다. "...", "저야 영광이죠..." 임요환과 서지수가 커플로 맺어지면서 남긴 말이다. 그러나 서로를 뻘쭘하게 바라보던 이들 남녀는 첫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이 환상의 커플이 과연 ‘베스트커플전’에서 우승하는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을까. 임요환과 서지수에게 서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지수 생각
 
"저만큼 내성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주 활발했어요. 팀전략을 짜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주 편하고 자상한 오빠라고 느꼈어요." 서지수는 임요환에게서 따스함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아직은 코앞으로 다가온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둘이 나눈 대화의 전부이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친절하게 이끌어준 그가 믿음직 하기만 하다.
예전부터 대회장에서 만나면 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이렇게 커플로 맺어져서 많은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선남 선녀가 만났으니 서로에 대한 탐색전이 있었을 터. 그렇지만 서지수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서로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게이머인 관계로 팬들의 눈치가 보이나 보다.
"팀플 직전에 요환 오빠가 제게 귓말로 전략을 말해줬는데, 이 때 팬들의 야유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제 귀에는 ‘우∼’하는 야유와 ‘지수 누나 바람 피우지 마’라는 팬들의 목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임요환에 대해 "멋진 게이머"라는 한마디로 정리하려 했다. "바이오닉 유닛 콘트롤과 드랍쉽 운용이 환상이잖아요. 승부욕이 강하고 끈기도 있고... 제가 배울게 너무 많아요."
"첫 경기에서 아이디를 바꿔서 하자는 요환 오빠의 기발한 전략으로 커플전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개인전을 둘다 져서 속상해요. 다음 경기는 꼭 이기도록 노력할 거예요. 또 오빠가 또다시 랜덤으로 하자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일러둘 생각이예요. ^^*" 그러면서 그녀는 다음 경기에서는 꼭 이겨서 최고의 커플임을 보여주겠노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로서의 임요환에 대해서는 "그걸 어떻게 말해요?"라며 발을 뺀다. 다만 "오빠 생각부터 듣고 난 다음에 말하겠다"며 싫지는 않은 듯 여운을 남겼다.
 
요환 생각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대화는 거의 못해봤어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아직 여동생같은 느낌이예요."
임요환도 쑥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얘기하던 그이지만 이성문제 만큼은 아직도 말문이 잘 열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를 연발하며 강요한 끝에 받아낸 대답도 신통치가 않다.
"여자 선수 가운데는 최고예요. 같이 연습해 본 적이 없는 데도 메시지 한마디 날리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요. 특히 자신이 위기에 몰려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의지도 강해요. 승부욕이 강하고 항상 열심히 해서 오히려 제가 배울 점이 많은 선수예요."
지수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게이머로서의 평이 대부분이다. 여성으로서의 서지수를 말해보라고 해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자신을 꾸미고 가꾸기 보다는 하루종일 연습실에 틀어밖혀 연습에만 몰두해야 하잖아요"라고 얼버무린다. 그동안 어리게만 봐온 터라 아직 이성으로 확 끌리지는 않는가 보다. 그렇지만 이는 뒤집어 보면 지수가 좀 꾸미고 가꾸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더구나 지수는 누구나 인정하는 프로게이머 ‘얼짱’이 아닌가. 사실 임요환은 첫 커플전에서 그녀와 나란히 앉아 있을 때는 수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이번에 지수와 나란히 앉아 팀플을 하면서 지수에 대한 느낌 가운데 달라진 것이 없느냐는 추궁에 "성숙해 졌다"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했다.
든든한 오빠로서 그녀를 배려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이벤트 성격이 강한 대회라 저는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는데 지수는 준비를 많이 한 만큼이나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해요. 팀은 물론 지수를 위해서라도 다음 경기는 꼭 이길 거예요." "앗! 그런데 강민 선수하고 펼칠 다음 경기가 프로토스에 유리한 맵이라 제가 먼저 랜덤하자고 꼬셔야겠네요. ㅠㅠ;;"
 
김순기기자(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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