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자

   모바일시장에서 중소 콘텐츠프로바이더(CP)들을 대상으로 한 ‘공룡’ 이동통신사들의 횡포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각 콘텐츠 코너의 앞단에 올라가느냐 뒷단에 올라가느냐에 따라 매출이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는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상 ‘갑과 을’의 관계는 불가하다손 치더라도 경우가 좀 심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CP들은 그래서 이통사들을 ‘수퍼갑’이라 부른다. 최대업체인 SK텔레콤에 대해선 ‘수퍼울트라갑’이란 닉네임까지 붙였을 정도다.

  한국적 기업풍토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종속적’ 구조는 새삼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통사와 중소 CP간의 관계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게 중론이다. 수요공급의 원칙상 공급에 비해 수요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지만, ‘생사여탈권’을 쥐고 중소 CP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실력행사를 일삼는 이통사들의 무분별한 횡포가 근본 이유다. 이통사들의 엄포로 중소 CP들은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만약 잘 못하다 ‘괴씸죄’라도 걸리면 더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의 대표 창구인 ‘모바일게임협회’가 차기 회장을 선임하며 새롭게 출범했다. ‘수퍼갑’의 일방통행적 비즈니스 관행에 불만이 팽배한 영세 CP들로선 기대가 크지만 이통사의 관계 개선 문제는 ‘논외’로 하기로 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한 모바일업체 관계자는 ‘CP들이 이통사와 대립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일부 이통사는 CP와의 관계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이제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 이통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 CP들을 계속 옥죈다면 한창 성장기로 접어든 모바일게임 시장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다. 이통사들은 CP들을 적극 지원해야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래야 유저들이 늘어나 결국 이통사의 정보이용료 수입이 늘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P들도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고통이 없이는 개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떤 후한이 있더라도 누군가는 고양의 목에 방울을 걸어야 공정한 룰을 만들 수 있다. 거대한 바위도 미세한 낙수에 의해 구멍이 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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