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익 자르며 즐거운 `게임파티'
 
내가 체류하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이란 곳이다. 미국의 성공한 계획도시이자 교육도시로 ‘UC Irvine’ 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역이어서 인종이 서로 다른 학부모들끼리 만나도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한번은 아이들과 친한 친구의 학부모로부터 생일초대를 받았다. 동네의 몇몇 다른 가족들과 함께 가족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 처키치즈이란 곳인데, 200여 평 되는 곳에 반 정도 면적은 아케이드게임장 그리고 한쪽 편으로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생일케익을 자르고, 피자를 먹은 뒤 학부모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게임을 즐긴다. 요즘은 아이들 생일파티 등은 대부분 이런 곳에서 치른다고 한다.
이곳의 운영방식은 음식을 시키면 시키는 만큼 아케이드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 방식이다. 특히 그림 짝을 맞추면 종이가 떨어지고 그 종이를 많이 모아오면 상품으로 바꾸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인기 있었다.
이곳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대단하다. 도심으로부터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아이들을 부모 눈 안에 두면서 부모들은 부모들끼리 자녀들은 자녀들끼리 서로 재미있는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청소년게임은 청소년만의 게임이 아니다. 게임을 고르는데 미국 부모의 관심은 거의 절대적이다. 아케이드게임장은 처키치즈처럼 아예 부모가 함께 가고 콘솔게임이나 컴퓨터게임의 경우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거나 아니면 교육적인 효과가 있는 게임을 선호한다. 부모들이 그런 게임을 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터넷카페만 해도 그렇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인터넷카페가 많이 생겼지만, 하루 종일 인터넷카페에서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들이 차를 태워다 주고 또 데리러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다중형 온라인게임보다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대전방식의 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폭력적이고 장기간의 이용을 요구하는 한국의 주류 온라인게임이 미국사회에서 주류 게임장르로 자리잡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사회의 특성으로 시장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미국 ESA의 공식통계에 의하면 미국부모의 96%가 18세 이하 자녀들의 게임플레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0%의 부모는 컴퓨터게임을 자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르에 있어서도 스포츠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거나 교육적인 소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성인들 사이에서는 GTA같은 폭력적인 게임도 인기를 끌지만, 역시 미국에서 스포츠와 시뮬레이션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지속되고 있다.
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청소년들의 게임문화에서 부모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미국의 게임문화는 가족 중심에서 출발한다. 이는 다른 서구 선진국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게임강국으로 가기 위한 해외진출의 기본마인드는 여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승호 박사(USC 방문교수)(shryu@gameinfinit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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