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단군의땅’, ‘쥬라기공원’ 등 폭발적 인기
 
"단땅이..그립소.. 무사로..질풍타를 하고 싶고... 검사로 꽃나비 춤을 추고 싶고... 무당으로 지신을 하고 싶고.. 자객으로 암습을 하고 싶고... 도적으로 기습을 하고 싶고... 권사로 엎어치기를 하고 싶고... 의원으로 온갖 침을 놓고 싶쏘...... 생각나오...........아아아아아아아"
94년 출시된 머그게임의 대표작 ‘단군의땅(마리텔레콤)’을 기다리며 다음카페에 남긴 한 사용자의 글이다. 아쉽게 기자는 비싼 통신 요금 때문에 ‘단군의 땅’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아니 머그게임이 유행하던 시절 게임에 관심이 없다보니 이런 걸작이 배출됐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쳤다. 하지만 ‘단군의땅’이 얼마나 유행했는지는 현재 다음카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비스가 중지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10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단군의땅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머그게임은 문자로 알려오는 시나리오에 맞춰 임기 임기응변식의 대응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머그게임하면 텍스트로 진행된다는 편견 때문에 재미없을 것이라는 단정을 내리기 쉽상이다. 하지만 단군의 땅을 예로 들면 그래픽만 없을 뿐이지 띠와 직업, 수련 방식에따라 다양한 능력치가 구현되는 등 최신 온라인 게임의 구성에 비해 큰 손색이 없다. 무리를 지어 몹을 사냥하는 것에서부터 다양한 맵으로 구성된 존을 돌아다니는 것까지 이후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에서 모티브로 채용한 다양한 시스템이 이미 당시부터 선보였다. 그래픽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그 때를 회상하는 유저들은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더 매력적이라고 강조한다. 마치 TV와 라디오의 차이점럼 머그게임 나름의 장점이 풍성했다는 설명이다.
90년대를 회고하는 한 유저는 "비록 그래픽이 지원되지 않는 게임이지만 게임 자체의 중독성은 현재 온라인 게임보다 심각했다"고 전한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머드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고시촌이라 불리는 서울 신림동에서도 머드게임이 유행했다. 게임의 중독성이 심해 한번 게임에 빠지면 시험을 포기하는 일까지 나타나 고시생들 사이에서 머드게임 경계 주의보가 발령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94년경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통신사를 통해 처음 서비스된 머그게임은 ‘단군의땅’과 ‘쥬라기공원(삼정데이타시스템)’의 히트에 힘입어 급속도로 증가했다.
‘시간여행자’(비텍컨설팅), ‘미래가상SF 1999’(현무소프트), ‘영웅전기’(맥컴정보기술). ‘빛의 전사’(정화기술), ‘드래곤랜드’(디지탈임팩트), ‘퇴마요새’(혁프로덕션), ‘오로라캠프’(다인미디어), ‘신 서유기’(차림)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대중화를 노렸다. 하지만 비싼 통신요금이 무엇보다 큰 장벽.
"‘키드머드’에서 시작해 ‘단군의땅’까지 머드게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게임 수준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재미도 쏠쏠했죠. 하지만 통신사의 비싼 전화료 때문에 유저층이 쉽게 확대되지는 못했습니다. 게임사들도 겨우 개발비를 건지는 수준을 면키 어려웠습니다." 당시 머드게임을 즐기며 게임개발력을 키워 온 넥슨 정상원 이사의 말이다.
 그러나 머드게임은 하나의 씨앗이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온라인 게임은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거대한 나무로 우뚝 솟아 버렸다.
 
김태훈기자(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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