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솔루션 'DID' 확보에 정부 역할 필요

지루하게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삶과 비즈니스의 패턴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산업구조도 변하고 있다. 미팅이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등 이른바 MICE로 불리는 오프라인 중심의 산업이 대폭 축소되는 반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의도치 않게 비대면 산업으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탓에 이런저런 불편함이 많다.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다보니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비대면 산업이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준비 부족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안정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허나 비대면 비즈니스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며, 코로나 이후에도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한국형 뉴딜을 천명하며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5G 네트워크를 고도화 하고 인공지능(AI) 확산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이다. 이른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디지털 뉴딜'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 육성이다. 비대면 비즈니스나 원격교육은 물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접근이 이뤄질 전망이다. 

비대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신뢰할 수 있는 신원인증 솔루션 확보다. 얼굴을 맞대고 신분증을 확인하며 이뤄지는 대면거래에서도 신분을 도용 당하는 사고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하물며 비대면으로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논란 속에서도 20여 년간 사용된 공인인증서를 비롯해 휴대폰 인증, 보안카드 인증 등의 방법으로 비대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는 퇴출이 확정됐고 보다 더 강력한 보안기능을 갖춘 새로운 인증 솔루션이 필요하다. 

지문, 홍채, 얼굴인식, 음성인식 등의 생체인식을 이용한 솔루션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지문인식의 경우 실리콘을 이용한 도용 
문제가 있으며, 얼굴인식 같은 경우 사생활 보호와 관련되어 있다. 얼굴인식을 방해하는 기술도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이동통신사의 PASS나, 금융권의 뱅크사인 등도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나 전면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 좀 더 완벽한 보안기능이 충족되기 전에는 중요한 계약에 이들 솔루션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최근 비대면 인증 최적의 솔루션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DID 솔루션이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DID는 블록체인 솔루션 중 가장 빠르게 상업화 될 전망이며, 머지않아 상당한 시장 규모를 갖는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DID란 Decentralized Identity로, '분산 ID'를 일컫는다. 중앙 시스템에 통제되지 않고 각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하는 개념이다.  개인의 블록체인 지갑에 자신의 정보를 담아두고 필요할 때 개인키를 입력해 나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나의 존재를 사회가 아닌 나 스스로가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내 정보를 누구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어 이미 공공재가 되어버린 개인정보가 비로소 온전히 개인의 통제권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특성인 분산원장을 기본으로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조하는 방식이어서 데이터의 위변조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며, 특정 단일지점의 장애나 해킹 등으로 인한 정보 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내 정보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나에게 댓가를 지불하고 정보 제공을 요청해야 된다.

사람만이 대상은 아니다. 혈통이 있는 애완동물의 보증서 역할을 할 수도 있으며, 농축산물이나 공산품 등에도 적용해 원산지 증명이나 제조물 책임 여부도 가릴 수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드론에도 고유 DID를 부여해 마구잡이로 하늘을 날며 촬영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이렇듯 DID의 쓰임새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민간에서는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통신3사와 금융기관, 삼성전자 등이 참여한 '이니셜'을 비롯해 금융기관과 포스코, 야놀자 등 40여 개 파트너가 참여한 '아이콘루프', 소버린재단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과 라온시큐어가 기술 부문으로 참여한 'DID 얼라이언스', 중소기업 중심의 '한국DID포럼' 등이 출범해 산업화를 위한 잰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코인플러그도 30여개 기업이 참여한 '마이키핀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정부의 움직임도 눈에 띄인다. 문대통령의 비대면 산업 활성화 천명에 이어 기획재정부에서도 블록체인 간담회를 열고 DID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블록체인에 매달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민간의 노력이 정부의 지원과 함께 결실을 맺을 기회이기도 하다.

DID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정확한 방향 설정으로 각 협회나 기업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서둘러 DID의 국가 표준 제정에 나설 때다. 용량이나 탈중앙화의 정도, 익명성이나 실명제에 대한 기준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시장 선점이 가능한 표준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DID를 시작으로 블록체인 전반에 대한 방향 정립과 기반 기술 확보가 병행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블록체인을 2017년부터 3년 연속 10대 전략기술로 선정했다. Marketsand Markets는 2023년 블록체인의 글로벌 시장규모가 23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도 2025년 국내 시장 규모가 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KT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인 블록체인의 국내 시장 규모를 한 해 2조원 가까이 잡았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렇듯 블록체인에 대한 전문 연구기관들의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정부의 이번 한국형 뉴딜은 데이터 경제로의 빠른 전환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로 통용되는 시대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과 안전한 보관, 가공, 활용을 위해 블록체인은 필수 기술이다. 하루라도 빨리 기술 확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 확보를 위해 굳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보다는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블록체인 기반기술 확보 예비타당성 심사를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기술 확보 목록에 이미 DID를 비롯한 11개의 전략 과제가 담겨 있다. 이른바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선정된 필수 기술이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결론이 나있을 것이다. 예비타당성 심사가 원안대로 확정돼 진행된다면 당장 개발이 시급한 비대면 비즈니스를 위한 DID 솔루션 구축은 물론, 차세대 먹거리인 블록체인의 기반기술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진행되는 산업의 전환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과 기획재정부의 블록체인 지원 의지 천명이 공허한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4차산업혁명시대 아닌가? 

[더게임스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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