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인터뷰] 펄어비스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 ·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왼쪽부터 펄어비스의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펄어비스는 ‘섀도우 아레나’의 유저 간 대결하며 생존하는 게임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음악과 효과음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검은사막’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하고 오디오를 통해 캐릭터성이나 완성도를 더할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펄어비스는 21일 PC온라인게임 ‘섀도우 아레나’를 글로벌 사전 출시(얼리 액세스)한다.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와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는 이에 앞서 인터뷰를 갖고 오디오 측면에서 이 작품의 개발 의도를 소개했다.

‘섀도우 아레나’는 최후의 1인을 가리는 ‘히어로 액션 배틀로얄’을 지향한다. ‘검은사막’ 콘텐츠를 액션 게임에 더 가깝게 진화시켜 제작한 작품이다.

류 디렉터와 박 디자이너는 이 같은 배틀로얄 장르적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디오부터 ‘검은사막’과 출발점부터 다르게 기획했다. 캐릭터 중심의 전투에 초점이 맞춰진 ‘섀도우 아레나’의 게임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운드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류 디렉터는 “초기에는 기존 ‘검은사막’에서의 효과음 등을 사용하긴 했으나 결국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다는 느낌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거의 다 새로 제작했다”면서 “ ‘검은사막’에서의 드리간 대륙 테마를 변주한 음악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고 소개했다.

MMORPG에서의 효과음은 어떤 규칙성을 갖고 서로 호환되는 카테고리화가 이뤄져 있어, ‘섀도우 아레나’에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것.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음악 작업을 진행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틀로얄 장르 특성상 음악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하나하나 역할에 딱 맞아떨어지도록 작곡하는데 집중했다. 또 향후 캐릭터별 음악보다는 스테이지나 모드의 추가에 따라 음악을 제작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오디오 작업 중인 류휘만 감독.

‘섀도우 아레나’는 세 차례의 테스트를 갖고 완성도를 점검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접수됐고 오디오실에서도 고민을 거듭해왔다.

류 디렉터는 “개발 초기에는 어둡고 삭막한 음악으로 연출하려고 했으나 실제 유저들이 모인 광장의 모습을 보고는 이를 그대로 두면 게임성을 해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격투 게임 같이 가볍더라도 신나는 분위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섀도우 아레나’는 기본적으로 최후의 1인으로 생존하는 경쟁에서의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걷는 소리를 비롯해 몬스터나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오디오가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것.

박 디자이너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소리 중 듣고 싶은 것만 인식하는 것처럼 ‘섀도우 아레나’에서도 전투에 필요한 사운드만 인식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했다”면서 “멀리 있을 때는 조금 먹먹하게 들리도록 하는 등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를 연출하는데도 특히 신경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근거리에서의 난전 상황이 다수 연출됨에 따라 오디오를 통해 캐릭터의 정체성 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박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또 캐릭터가 어떤 성격인지 한번 더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

주먹을 비롯, 칼이나 활 등 무기에 따른 효과음을 비롯, 기합 소리 등의 음성에서 캐릭터의 특징을 나타내려고 했다. 이를 통해 캐릭터별 차별화된 사운드가 연출돼 게임의 경험을 보다 풍성하게 만든다.

펄어비스 오디오실 전경.

음성 작업은 영국의 유명 스튜디오와 협업해 녹음했다. ‘더 위쳐3’ ‘갓 오브 워’ ‘데스 스트랜딩’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등 AAA급 타이틀 보이스오버 녹음 제작에 참여한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더했다.

류 디렉터는 “펄어비스는 차기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적 보이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 이 과정에서 ‘섀도우 아레나’도 선제적으로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최근 코로나19로 근무 환경의 변화가 불가피함에 따라 성우 녹음 작업 역시 영향을 받게 됐다. 녹음 스튜디오 한 자리에 모여 작업을 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각각의 작업실에서 화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는 것.

이 같은 노력을 거쳐 제작된 캐릭터 음성은 각각의 정체성을 더욱 디테일하게 전달한다는 게 박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사용하는 ‘헤라웬’의 목소리는 다른 캐릭터보다 약하게 표현하거나 자이언트 클래스의 ‘슐츠’는 짐승 같은 느낌을 더하는 등 각 캐릭터의 설정을 고려해 음성을 연출했다.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의 작업 모습.

박 디자이너는 캐릭터성을 묘사하는 것 외에도 탑승물에 대한 사운드 측면에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타고 이동하는 느낌이 사실적으로 잘 전달됐고 통상과 다른 경험을 한다는 의도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평했다.

펄어비스는 이 같은 오디오 및 사운드 측면에서의 다양한 시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오디오실 업무 공간에 악기 및 음향 장비를 마련해 자급자족 역량을 쌓아왔다는 것.

특히 올해는 보다 사실적이고 효율적인 사운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폴리(Foley) 레코딩 스튜디오’도 구축할 예정이다. 폴리 스튜디오는 게임에 음향적인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게 되는 인프라다.

류 디렉터는 “많은 업체들이 게임 음악을 외주 제작으로 수급한다는 점에서 펄어비스는 자체 제작 환경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차기작에서의 오디오 품질을 높이거나 작품 완성도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펄어비스의 류휘만 오디오 디렉터, 박종찬 사운드 디자이너.

시설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인적 인프라 역시 펄어비스의 오디오 투자에 일면을 볼 수 있다. 오디오실을 이끄는 류휘만 디렉터가 일례다. 닉네임 ‘CROOVE’로 알려진 그는 ‘EZ2DJ’ ‘디제이맥스’ 등의 음악을 제작했으며 김대일 의장이 NHN 시절 개발한 ‘C9’ 음악감독을 맡은 인연이 펄어비스까지 이어진 것이다.

류 디렉터는 “해외에서는 영화 및 애니메이션 음악이 발달하며 쌓인 노하우가 게임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나 한국은 그런 측면에서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라면서 “게임을 만드는 게 좋고 게임 음악을 특별히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좋은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고 향후 각오를 밝혔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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