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19 역설로 입증된 게임의 순기능 ... ‘동물의 숲’ 뛰어넘을 국산 힐링게임 나와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인류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자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천과 강물이 맑아지고 미세먼지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공기가 깨끗해졌으며 하늘이 파랗게 변했다. 인류의 통제에서 잠시 벗어난 지구의 생태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코로나19의 역설’이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자 야생동물들이 모처럼 평화롭게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마르델플라타에서 바다사자가 떼지어 육지로 올라와 길에서 휴식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거위 새끼 3마리가 마치 베를린 도심을 향해 행진하는 듯 걸어 다녔다. 미국 센트럴 파크에서는 라쿤이 철조망을 넘었고,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는 붉은 여우가 주차장을 뛰어다녔으며,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새끼 여우들이 산책로 아래 굴에서 나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번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불행을 겪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지만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고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이 또한 코로나19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역설적인 현상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방역 모범국으로 우뚝 선 가운데 선진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초강대국 미국과 재난강국 일본, 그리고 복지강국 유럽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크게 바꿔 놓았다.

이른바 선진국들이라고 불렸던 이들 국가가 바이러스의 침공에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대한민국과 우리 정부는 ‘지구방위사령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진단키트를 만들어 국내 확산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전세계 100여 개국의 지원요청을 받아 그들의 방역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주고 있다. 세계 각 국이 위기 속에 의료장비에 이어 쌀 수출을 금지하자 이번에는 쌀을 내주고, 국내 마스크 부족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자 6.25 참전국을 대상으로 마스크까지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있다.

어디 이것 뿐인가. 모든 것이 멈춘 가운데 우리나라는 온라인 개학에 이어 최초로 총선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까지 개막함으로써 그야말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 유수 언론들이 대한민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듯 보도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으로써 배울 점이 많은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서 하루하루 정상을 되찾아 가는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웃나라 일본은 이번 사태 속에서 그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올림픽 연기를 결정하자마자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일본의 대응은 웃기도 민망할 정도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정체돼 결과를 기다리다 환자가 사망하는 등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부는 얼굴도 제대로 가릴 수 없는 천마스크 2장씩을 배포했는데 그 속에 벌레 등 이물질이 다수 발견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한국에 고개를 숙이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망정 혐한을 부추기고 있다니 무지한 일본 국민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민폐국 일본도 한 분야에서 만큼은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게임이다. 셧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집안에 갇힌 많은 사람들이 닌텐도 스위치의 ‘동물의 숲’ 덕분에 큰 위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무인도에서 다양한 동물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꾸리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힐링게임'으로도 불린다.

그렇다. 게임은 질병도 중독도 아닌 힐링이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가치가 비로소 드러났을 뿐이다. 게임을 게임중독으로 몰아 공격했던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사태를 맞아 글로벌 게임업체들과 손잡고 게임 캠페인을 전개할 정도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이번 사태가 조기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실상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조금 완화되긴 했지만 당분간 게임이용 시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우리 게임업체들이 나설 때다. 페이스북 마저 서둘러 움직이는 것을 보니 게임 전성 시대가 다시 한 번 도래할 듯하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원조 한류였던 게임이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한 달 '던전앤파이터'가 PC 플랫폼 게임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도 3위에 오르는 등 한국 게임이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신감을 갖고 작품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자금과 고급인력을 투입해 누구나 재밌게 즐기면서 힐링까지 하는 게임을 만들어 보자.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그 시절을 일본게임과 함께 했다는 기억을 갖지 않도록 국산 힐링게임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때마침 한때 국민게임으로 꼽혔던 '카트라이더'의 모바일버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오늘 출시됐다. 모바일 엔진을 달고 싱싱달리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힐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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