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6주년 특별기획] 달라지는 게임 소비 트렌드 (하)
박스 뜯는 순간의 경험이 기준 ‘라스트핏’…‘초개인화 기술’ 통해 취향 저격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가 소비 트렌드 측면에 대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집밖으로의 외출을 자제하고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는 행태가 계속됨에 따라 소비 패턴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재택경제 촉진의 효과로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지표가 다수 발표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실내에서의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가 코로나19 사태로 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올해를 관통할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는 ‘초개인화 기술’ ‘라스트핏 이코노미’ 등이 제시된 바 있다. 온라인과 비대면 사업이 급증하는 시대에 각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비롯,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접점 등을 중요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직접 현실의 공간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온라인 환경 등을 통한 비대면 상호작용의 비중이 점차 커져가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권장됨에 따라 이 같은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있다.

때문에 비대면을 뜻하는 신조어 ‘언택트’가 소비 트렌드로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이는 ‘콘택트(접촉하다)’와 부정을 의미하는 ‘언(un-)’을 합성한 말로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소비 경향을 말한다.

일각에선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의식적으로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점차 많은 부분에서 일상적인 행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트렌드 변화 촉진

언택트 소비는 쇼핑을 비롯해 식사까지 일상에서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또 여가 및 문화생활까지 새로운 소비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화관을 향하는 발길이 뚝 끊어진 가운데 넷플릭스 등의 OTT 이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넷플릭스 측에서는 일부 지역의 사용량 폭증으로 인한 네트워크망 과부하를 우려해 스트리밍 품질을 한 단계 낮추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는 것.

연극, 콘서트, 연주회 등의 문화예술 공연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되는 가운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선보이는 ‘언택트 공연’으로 대체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신한카드는 공연장을 무상으로 대관해주는 것은 물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과정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아티스트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팬사인회 등도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메신저 등을 통해 팬과 아티스트가 일대일 영상 통화를 진행하는 ‘디지털 팬사인회’가 열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택트 트렌드에 대해 현장에서의 몰입감과는 차이가 나타나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개인이 안정된 환경에서 보다 편하게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응을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과거와 달리 비대면 상황을 선호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실사 작업에 비해 비용이나 인력 관리 측면에서도 절감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 중 하나라는 평이다.

이 같이 기존의 문화예술 콘텐츠가 최근 강제적 비대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게 됨에 따라 게임의 특징들이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게임은 이미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서다.

#안 되는 게 없는 시대

게임은 전통의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며 함께 즐기는 멀티 플레이까지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언택트 트렌드 시대와 부합하는 콘텐츠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동물의 숲’을 플레이할 수 있는 콘솔 닌텐도 스위치는 수량 부족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타이틀 역시 이마트에서 풀린 1만 2000개 수량이 매진되는 등 인기가 뜨거운 상황이다.

이번 ‘동물의 숲’은 무인도에서 채집, 낚시, 제작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섬의 환경을 비롯해 자신의 거처를 꾸미는 요소와 다른 유저들을 자신의 섬으로 초대하거나 반대로 다른 유저의 섬을 방문하는 등의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집과 같은 편안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서도 비대면의 온라인 환경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친구를 찾아가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이후 400회 이상 휘저어 만드는 ‘달고나커피’가 유행하는 등 단순 반복 작업 끝의 성취감에 몰두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동물의 숲’ 역시 잡초를 뽑거나 섬 곳곳의 것들을 모아 판매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주택 대출금을 갚는 등의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소비자 성향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와 맞물려 소비자의 마지막 접점을 고려해야 하는 ‘라스트핏 이코노미’가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상품의 가격이나 품질, 브랜드 등 객관적 가치보다는 배송을 받고 포장을 뜯는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주관적 만족이 소비자의 기준이 되는 성향을 의미한다.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결국 각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와 맞닿아 있다. 기존 대중교통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비롯, 밤에 주문해 새벽에 샐러드를 배송 받는 것 등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춘 서비스가 예시로 꼽힌다.

게임업계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각각의 경계를 허물며 유저가 제약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PC온라인게임과 콘솔 간의 멀티 플랫폼을 비롯해 PC나 콘솔 게임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등 유저가 원하는 환경과 방식을 최대한 지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유통 정책 등의 이유로 하나의 콘텐츠가 플랫폼별로 다르게 취급되며 각각의 것을 비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약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플랫폼 간의 콘텐츠 공유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또 이전까지는 기존 플랫폼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횡적 팽창 양상 위주였다면, 이제는 새롭게 등장하는 차세대 기기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모습도 나타나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기존 X박스원과 차세대 콘솔 X박스 시리즈X 간의 호환성을 강화하는 ‘스마트 딜리버리’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각 플랫폼별 타이틀을 따로 구매할 필요 없이 한번만 가격을 지불하면 교차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빅데이터 · AI로 취향 예측

맞춤형 서비스의 고도화와 맞물려 ‘초개인화 기술’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요구를 예측하고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초개인화 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 등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요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를 적절한 시점에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술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초개인화 기술 사회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많은 콘텐츠 중 어떤 것을 좋아할지 선별 및 추천하는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음원 및 영상 플랫폼이나 OTT 등은 이 같은 개인 취향을 파악해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는 서비스가 탑재돼 있다. 쇼핑이나 광고 분야에서도 개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맞춤화된 상품이나 소재를 보여주는 게 일상적인 상황이 됐다.

게임업계는 일찌감치 이 같은 빅데이터와 AI 분야를 연구하며 실제 게임에 적용하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유저 성장 과정을 파악해 현재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아이템의 구매를 제시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게임을 진행하다 실패하거나 적에게 사망했을 때 그 순간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수백개의 캐릭터 중 몇 개를 선택해 파티를 구성하는 과정 등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로 어려움을 겪는 유저를 위해 적절한 선택을 제안하며 게임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이미 다방면으로 사용돼왔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더 나아가 개인의 실력을 고려해 비슷한 수준의 AI 대결 상대를 제시해 실제 유저와 함께 즐기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반대로 AI가 수많은 유저의 입장이 돼서 게임을 어떻게 학습하고 성장하는지를 테스트하는 용도로도 활용하고 있다.

AI를 통해 누적된 방대한 게임 경험을 분석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역으로 실제 서비스를 통해 제시함에 따라 유저는 마치 꼭 필요한 것을 제안하고 제공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각각 특별한 양상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속성이 아닌 서로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비대면 환경에서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소비자의 주관적인 경험을 충족시키는 게 중요해졌고 이를 위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이 같은 새로운 트렌드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문화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에따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일상에서 더욱 밀접한 것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전망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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