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하로 숨은 신천지, 음성적 문화가 화 키워…개방ㆍ자율 통한 건전성 확보 필요

대한민국이 건국 이후 최악의 전염병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적과의 전쟁과는 또 다른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한 지 두달여 만에 7천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상상키 어려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타격이 크지 않지만 식당과 PC방 등 영세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신천지라는 종교의 집단감염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폐쇄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초기에 막을 수 있었던 바이러스 차단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며 급기야 대구집회를 계기로 수퍼전파자가 나오면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신천지 교단의 문화는 상명하복을 가장 중요시 한다. 이만희라는 총회장의 말 한마디가 바로 법이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가면 신도들은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통제와 감시 속에서 집단생활을 해 왔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들 내부에 창궐했고 이들과 접촉한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처럼 장황하게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게임계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그들의 정체를 숨기며 지하로 숨어들어 교세를 확장해 왔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 게임업계에도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란 것이 있었다. 아케이드도박게임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탕진하자 정부는 강력한 규제에 들어갔고 그 때부터 불법 온라인도박게임들이 지하로 숨어들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도박게임들은 성인들의 사행성을 부추기며 연간 수조원 대의 지하경제 규모로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를 통해 불법 도박게임을 운영하는 자들은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불법수익을 챙겼다. 그 피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바다이야기 사태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런데 문제는 양지에 나와있는 성인 웹보드게임들도 함께 된 서리를 맞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4년 3월 고스톱, 포커 등 온라인 웹보드게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한달에 얼마, 그리고 하루에 얼마를 정해 놓고 이 안에서만 배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을 대상으로 이렇게 틀을 정해놓다 보니 여기에 실망한 많은 성인들이 지하로 숨어든 불법 온라인도박게임에 빠져들었다.  

양지에서 법을 지키는 게임업체들은 규제로 손발이 묶이고 지하로 숨어든 불법 도박게임들은 휘파람을 불며 돈을 긁어 모았다. 상대적으로 적법한 게임업체들만 피해를 본 셈이 된 것이다. 게임업체들은 웹보드게임 규제 시행 이후 절반 가까이 매출이 급락했다.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2년에 한번씩 규제 일몰제를 실시하며 재평가를 통해 규제를 계속 할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키로 했다. 

지난 2014년 3월 웹보드게임 규제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6년의 시간이 흘렀고 2016년과 2018년에 이어 올 3월에 세번째로 일몰제가 적용된다. 첫 일몰제에서 규제의 일부가 완화됐지만 2018년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세번째 일몰제가 적용되는 올해 다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완화될 내용의 핵심은 하루 10만원 배팅의 한도를 풀어주는 것이다. 나머지 규제 조항들은 그대로 유지된다. 업계는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처럼 찔끔찔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제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철폐하는 것이 맞다. 언제까지 정부가 규제와 감시라를 틀로 게임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을 셈인가. 그래서 지하로 숨어든 불법 도박게임을 키우고 피해자가 늘어나게 놔둘 것인가 하는 말이다. 인간의 심리는 하지 못하게 하면 더 하고싶은 법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웹보드게임을 업체와 유저의 자율에 맡겨버린다면 굳이 불법 도박게임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신천지의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교리와 정부의 웹보드게임 규제정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놓고 본다면 통제와 규제보다는 개방과 자율이 훨씬 더 종교와 산업을 건전하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웹보드게임의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정부의 태도라고 본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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