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편한 것에 돈 쓰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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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환 기자
  • 승인 2020.03.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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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6주년 특별기획] 달라지는 게임 소비 트렌드 (상)

다층적 성향 보이는 ‘멀티 페르소나’…팬이 함께 만드는 ‘팬슈머’

게임은 종합 문화예술이자 최신의 기술을 민감하게 따라가는 첨단 엔터테인먼트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가치관이나 생활 패턴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 심리 및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업계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성장하며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더욱 밀접하게 여겨지는 추세다.

올해 소비 트렌드로는 멀티 페르소나, 편리미엄, 팬슈머 등의 키워드가 제시된 바 있다. 이 외에도 개인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에 주목하는 ‘초개인화 기술’ 및 ‘라스트핏 이코노미’ 등을 통해 트렌드를 전망하기도 했다.

지금은 상전벽해를 거듭하는 시대로 기술의 발전을 비롯해 유행이 빠르게 달라지는 게 너무나 당연해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자아도 급변하게 됐고 이를 넘어서 다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멀티 페르소나’는 이 같이 생활에서의 다양한 상황과 SNS 등에 따라 가면을 바꿔쓰듯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며 서로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다층적 자아를 의미하는 키워드다. 이는 소비자가 각각의 모습으로 세부적인 성향을 보이게 됐다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유저들은 최근 스팀 등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카피를 구매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유저들은 스팀 등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카피를 구매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 취미에는 통큰 소비
오늘날 소비자들은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비롯해 평소 생활과 취미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거나 현실과 SNS의 간극 등 각기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SNS에서도 카카오톡,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각의 플랫폼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을 보이거나, 하나의 플랫폼에서도 다수의 계정을 사용하며 ‘페르소나’를 수시로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평소에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상품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취미 분야에 대해서는 이 같은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는 소비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취미 분야에 하나로 게임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게임은 여러 상품 중 임의의 하나를 획득하는 확률형 아이템이 주요 매출원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에서 이미 일상에서의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다.

게임에 대한 과금 측면에서도 플랫폼에 따라 서로 다른 성향을 보이는 편이다. PC 및 콘솔 등의 패키지 구매에 대해서는 가격 할인 혜택을 통한 보다 저렴한 상품을 따지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모바일게임에서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것이다.

PC 및 콘솔의 풀프라이스 게임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6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기대치가 높은 프랜차이즈나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이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편이다.

주요 인기 모바일게임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게임 내 아이템이나 캐릭터 등을 획득하기 위한 뽑기에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보통 10+1회의 기회에 현금 3만원 수준의 가치가 매겨지는 편이다.

가장 상위 등급의 결과물이 나올 확률은 1% 미만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선호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이미 패키지 및 디지털 카피의 구매 가격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원하는 결과물을 위해 수백만원 규모의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체들도 이 같은 유저 소비 성향을 파악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추세다. 패키지 및 디지털 카피 구입 게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등 수익화 요소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방치형 요소를 내세운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AFK아레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방치형 요소를 내세운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AFK아레나'

# 편리한 게임 ‘방치형’ 인기
소비자가 다양한 정체성을 보이는 것과 맞물려 관심사도 늘어나고 절대적 시간의 부족을 겪게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늘 시간에 쫓기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보다 시간이나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함에 점수를 주게 됐다는 것.

때문에 개인의 시간을 늘리고 노력을 줄여준다면 가격보다 편리함을 선택하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로 제시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의 확대 및 고도화를 편리미엄의 단편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배달 업체들의 가치가 고평가되며 규모를 더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게임은 일찌감치 편리미엄 수요에 적극 대응해 온 편이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의 반복 플레이에 대한 노력을 덜어내는 자동 기능이 발전해왔다.

과거에는 경쟁작의 수가 적고 게임 대신 눈길을 돌릴 엔터테인먼트가 없는 편이었다. 오히려 게임이 가장 최신의 것으로 우선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어 하는 분야였다.

때문에 수 없이 반복되는 플레이에도 재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었다는 것. 반면 지금은 유튜브를 비롯, 게임이 아니어도 시선을 끄는 콘텐츠가 너무도 많아진 시대가 됐다.

때문에 이전과 같은 단순 반복 플레이를 직접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노력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게임이 이를 보완할 자동 기능이 발전하며 노력 없이 성장에 대한 성취감만 느낄 수 있도록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편리함을 추구하며 변화해 온 게임에 대해 거부반응이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게임의 품격이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의 저변이 확대되고 산업의 규모가 커져가는 과정에서 이 같은 편리미엄의 성향은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업계 주류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편리함을 극대화시킨 작품들이 흥행세를 보이며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AFK 아레나’는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접속하지 않아도 저절로 강해지는 방치형 시스템'을 내세운 가운데 폭발적인 흥행세를 기록했다는 것. 이 외에도 앞서 ‘기적의 검’ 역시 이 같은 방치형 RPG의 특징들이 호응을 얻으며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게임 내 콘텐츠의 변화도 있겠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발전도 점차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PC나 콘솔 모바일 기기를 비롯,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 및 스트리밍 게임 시장이 열리는 중이기 때문에서다.

업체들은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등 미래 가능성을 보고 개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게 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카운터사이드'
'카운터사이드'

# 팬이 함께 만들어간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팬슈머’다. 이는 팬과 컨슈머의 합성어로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 스타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이들은 팬심을 바탕으로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에 투자한다. 그러나 무조건적 지원과 지지만 하지 않고 간섭과 견제, 비판도 서슴지 않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이 같은 팬층에서의 기획 및 제작 의도가 반영되는 사례로는 K팝 아이돌 굿즈가 꼽히고 있다. 또 이 같은 수요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규모가 증가하는 것도 팬슈머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일찌감치 이 같은 크라우드 펀딩 시도가 잇따르며 점차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웹툰 ‘나이트런’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유저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는 것.

게임의 형태가 다양한 편이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주류들은 하나의 완결된 콘텐츠가 아닌 지속적으로 서비스가 이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점검하고 다음 개발 방향을 수정하는 게 당연시 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유저 의견이나 비판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다. 결국 유저가 기획을 비롯, 향후 서비스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이다.

최근 넥슨을 통해 출시된 ‘카운터사이드’ 개발업체인 스튜디오비사이드의 류금태 대표는 “게임의 서비스란 한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대응의 미학이라 생각한다”면서 “피드백을 잘 캐치하며 새롭게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게임업체들도 이 같은 팬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을 확대하거나 보다 긴밀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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