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향력ㆍ마케팅 효과 이미 검증돼 ... IP 활용 고민은 게임계의 ‘몫’

중국발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해 충격과 공포로 시작된 2020년. 그러나 우리 국민들에게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던 2002년의 감동 못지 않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석권은 월드컵 4강 진출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안겨주기에 충분한 획기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4관왕 수상에 힘입어 북미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스페인·일본 등 세계 각 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매출은 이미 2500억원을 돌파했다. 순제작비의 15배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에 힘입어 영화 제작사로 알려진 게임업체 바른손이앤에이 주가 또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기생충’ 효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영화의 한 장면에 스쳐가듯 살짝 노출됐던 ‘스페인 감자칩’의 경우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짜파구리’가 열풍을 일으키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현재 해외매체와 유튜브에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생충’ 효과를 소개하는 뉴스와 영상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까지 이어진 봉준호 감독의 활약상은 우리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문화계의 빅뉴스는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음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으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통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BTS는 지난 21일 오후 6시 정규 4집 앨범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7)’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BTS의 새 앨범은 이미 예약 판매량이 400만 장을 넘어서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BTS의 타이틀곡 ‘ON'의 뮤직비디오는 아직까지 ‘기생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한류 팬들에게 또 한차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일곱 청년들(진·슈가·RM·제이홉·뷔·지민·정국) 덕분에 올해도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BTS의 컴백은 코로나19 사태로 잔뜩 움추려 있는 우리 경제에 적잖은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BTS의 경제적 효과는 최근 발표된 여럿 보고서를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콘서트의 경제효과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국내 기준상 BTS가 3일간 콘서트로 창출한 효과는 중견기업 6개의 연매출을 합한 규모라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BTS 효과는 국내외 뉴스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미국 완구업체 마텔은 수년간 실적부진에 허덕이던 중 지난해 출시한 ‘BTS 인형’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을 깨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던 경남제약은 주력 제품인 ‘레모나’ 모델로 BTS를 발탁한 이후 매출이 대폭 늘면서 상장유지가 결정됐다. 이후 이 회사는 신제품 출시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등 안정적인 경영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모두가 BTS 마케팅 효과 덕분이다.

‘21세기 비틀즈’로 일컬어지는 BTS의 이러한 엄청난 영향력을 가장 먼저 알아 본 곳은 바로 게임업계다.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은 지난 2018년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 원 이상의 지분 투자를 단행, 2대 주주로 참여했다. 넷마블을 국내 3대 게임업체로 성장시킨 방 의장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6월 BTS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매니저게임 ‘BTS월드’를 글로벌 론칭하며, K팝과 결합한 게임의 영역 확장을 시도했다. 이 작품은 BTS 팬덤인 ‘아미’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해 볼 때 기대 만큼의 흥행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한류를 대표하는 K팝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게임 소재로 적극 활용하면 IP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게임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넷마블몬스터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BTS IP를 활용한 두 번째 작품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빅히트 역시 지난해 인수한 게임 개발 자회사인 수퍼브를 통해 BTS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게임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게임계에도 BTS 열풍이 불어닥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4개 부문 상을 석권한 뒤 기자들과 만나 “BTS가 나보다 3000배는 더 영향력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자 ‘BTS 보유국’임을 당당히 밝혔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인들이 탐내며 부러워하는 봉준호와 BTS를 비롯해 손흥민, 김연아, 박인비, 페이커 보유국이다. 이들 외에도 K팝, 드라마, 영화, 웹툰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게임산업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한 고민과 상상력은 온전히 게임업계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더게임스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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