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자신이 만든 회사 카카오에 매각…그래도 그를 지켜보고 싶다

송재경의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에 피인수됐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송재경에 의한 송재경을 위한 송재경의 회사였다. 요즘말로 다시 정리하면 송재경의 프랜 차이즈이자 그의 장르를 소개하고 만든 그의 회사였던 것이다.

그에 대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게임계의 큰 족적을 남긴 송재경은 공부에는 큰 재미를 못 느꼈다고 한다.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도 늘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우연히 한 회사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운명적으로 게임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LP 머드’를 고쳐 ‘쥬라기 공원’으로 만드는 일에 뛰어든 그는, 그 게임에 스토리까지 덧붙이는 일을 맡게 됐고, 그 일이 계기가 돼 1996년 그래픽 RPG 기반의 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이게 된다. 이후, 그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국내 최초의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완성, 대 파란을 일으킨다. 그 때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추위에 움츠렸던 1998년 2월의 일이다. 김 대표와 송재경은 난생처음 쾌재를 불렀지만, 이내 두사람은 갈라서게 된다.

집요하게 게임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그가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며 만든 엑스엘 게임즈에서 조차도 흥행 측면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아키에이지’ ‘XL1’ 등 일련의 문제작들을 발표했지만, 게이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렇게 잊혀 지는 듯 했던 그가 세인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화제작 ‘달빛 조각사’ 론칭을 앞둔 지난 11월 쯤의 일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도, 소재도 꽤 괜찮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게임도 경쟁작인 ‘리니지 2’와 ‘V4’에 밀려 흥행 반열에서 다소 멀어졌다. 작품 완성도에 반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엑스엘게임즈의 지분이 카카오게임즈로 넘어가게 되자, 업계에서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인 건 송재경, 그의 퇴진 문제였다.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무엇보다 이순을 앞둔 그에게 더 이상 개발자의 키를 맡기는 건 무리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그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능력이 있다며 이선 퇴진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즉, 그의 게임에 대한 안목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올해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이란 걸출한 인물을 배출하며 막을 내렸다. 특히 봉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이란 작품은 국내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 본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국제 작품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쓰는 쾌거를 이룩했다.

더욱이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데, 봉 감독은 이같은 준령을 거뜬히 극복해 냈다. 지명지년이란 나이에 그가 마치 그 깊은 뜻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큰 일을 저질렀다.

그의 엄청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자리를 지킨 인물은 다름아닌 마틴 스코세이지(마티) 감독이다. 1942년생이니까 올해 나이 78세다.

마티는 이날 예우상 아카데미 시상식 자리에 불려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품(아이리시맨)이 감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봉감독과 당당히 경연을 벌이기 위해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잘 알려져 있듯, ‘성난 황소’ ‘카지노’  ‘디파티드’ 등 화제작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할리우드가에서는 명장으로 꼽히는 감독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 2세로, 뉴욕서 출생했고, 뉴욕대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공부 했다. 그의 태생적 배경이 그런 때문인지, 그의 작품은 주로 뉴욕을 배경한 갱스터 무비가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일부 평단에선 그의 작품에 대해 오락만을 추구한다며 예술적가치를 깎아 내리기도 했지만, 그의 영화 속에는 갱스터 사회의 어둔 단면을 드러내는 등 작가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즉, 그의 작품에는 비열의 페이소스가 적지 않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의도로 인해 영화의 무게감이 적지 않고, 그럼으로 인해 러닝타임도 늘 2~3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일쑤다. 이는 흥행 지표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걸림돌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 제작에는 투자자들이 달려들지 않고, 돈을 주겠다는 이들 역시 많지 않다. 거의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그를 믿고 투자하고 밀어주는 식이다.

봉준호는 마티에 대해 현존하는 감독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라고 그의 연출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의 감독에 대한 평가는 흥행 여부와는 아주 별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티가 언급한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게임계의 맏형 송재경은 게임계의 무형자산이자 산증인이다. 그는 지금도 게임에서 손을 놓고 싶지 않다며 게임 개발의 의욕을 보인다. 그런 그에게 흥행 가능성이 안 보인다며 개발자의 키를 압수하는 건 게임계 입장에선 큰 손실이다.

영화계와 같이 게임계에도 노장의 투혼을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일까. 이순을 넘기고 칠순을 넘긴 한 노익장이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젊은 친구들과 당당히 경연을 치르며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노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형상들이 쌓이고 쌓여 연륜이 되고, 게임의 역사가 쓰이는 것이다. 그래야 그 토양이 튼실해 진다. 그런 측면에서 송재경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믿고 싶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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