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돕기, 바람직한 방식은
중국 돕기, 바람직한 방식은
  • 김병억
  • 승인 2020.02.1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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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개별적 차원의 지원은 한계 분명…협회 중심 뜻 모으는 게 바람직

중국은 옛부터 자신들을 '중화'라 부르며 주변의 모든 나라를 오랑캐로 무시해 왔다. 그래서 그들의 역사서를 보면 우리나라를 동쪽 오랑캐(동이:東夷)라고 부르며 눈 아래로 봤다. 근대로 들어서면서 그들은 서양 열강들의 침입으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고 그 이후에도 공산화로 고립된 상태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덩샤오핑이 정권을 잡은 후 '흑묘백묘'를 내세우며 경제를 개방하고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후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지금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미국과 맞서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고속성장을 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부정부패와 관료주의도 그 중 하나다. 지금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후베이성 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당국에서 초기에 적절히 대응했다면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의료보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초기에 병이 발생했을 때 우한의 관료들은 이 사실을 숨기고 적당히 처리하려는 데만 급급했다. 이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사태를 빚은 것이다. 외형적인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지만 이를 지탱해 나가는 관료와 의료시스템은 아직도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산업의 입장에서 중국을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15년 전 중국 게임산업이 막 태동할 때만 해도 중국은 한국산 게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미르의 전설'이나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는 한국산 게임들이 중국 게임시장을 성장시키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자국산 게임들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중국 게임업체들과 정부가 다시 '중화사상'으로 돌아섰다. '판호'라는 허가제를 통해 외국산 게임의 국내 진입을 철저히 관리하며 자국산 게임을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와 유럽 등 세계 각지로 게임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게임에도 그들의 중화사상이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 중국 내 모든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렸고 중국과 무역을 해온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어떻게든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중국을 돕기 위해 지원금과 마스크 제공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개별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업계에서도 중국을 돕자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라는 FPS 게임 하나로 매년 중국에서 1조원에 가까운 로열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 업체에게 중국은 한마디로 황금어장이나 다름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 유저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17억원 이라는 거금을 중국 정부에 성금으로 전달했다. 위메이드도 이에 미치지는 않지만 1억7000만원의 성금을 중국 정부에 기탁했다. 이 회사 역시 '미르의 전설'이라는 게임으로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올려 왔으니 모른 척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논란을 빚고 있다. 그 이유는 좀 경솔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번 돈을 내가 좋을 일에 쓰겠다는 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분명 잘 한 일은 맞지만 좀 더 모양새를 갖췄다면 좋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찌 보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 나머지 게임 업체들이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모 단체의 회장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게임산업협회가 먼저 나서고 개별 기업들이 여기에 호응해서 성금을 모으는 방식이었다면 어땠을까.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성금이 모아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판호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업체들도 이후 중국정부를 향해 더 큰소리를 칠 수 있었을 것이다. 게임업계는 언제부터인가 '모래알 같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번에도 그러한 사실이 증명된 모양새다.  

국가든 개인이든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은인에 대해서는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자존심 강하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자존심이 심각하게 손상됐다. 이럴 때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들도 이후에 반드시 그 보답을 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보답을 바라고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진다면 그 때는 개별적인 행동보다는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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