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국 이미 경제대국이자 게임강국... 한국산 게임 신규 판호발급 재개해야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다. 벌써 10년째 그 지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1968년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뒤 42년 만에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10년내 중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매출액이 많다고 해서 명문기업이라 하지 않고 돈이 많다고 해서 명문가라고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단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크다고 해서 진정한 대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국의 경제력만 믿고 세계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본이 그 단적인 예다.

그런데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 역시 지난 10년간 대국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같아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10년 이후 경제대국으로서 중국의 힘이 국제무대에서 경제·외교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자, 주변 국가들의 우려도 함께 커졌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꼽을 수 있다.

경제대국의 횡포는 매서웠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그간 중국 시장 공략에 힘써온 엔터테인먼트를 비롯, 화장품, 관광, 전기차 배터리, 유통, 휴대폰 등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과 그에 속한 기업들은 지난 3년간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중국과 함께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며 성장해왔던 국내 게임산업은 중국 정부의 규제와 우리 정부의 무관심 속에 이중고를 겪어왔다.

중국은 2017년 3월부터 자국내 한국산 신규게임의 유통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한령(限韓令)을 선포하고 그 일환으로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한 중국 정부는 강력한 경쟁 상대인 한국 게임기업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게임굴기’를 밀어붙여 큰 성과를 거뒀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최근 내놓은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를 통해 자국 게임산업의 2019년 해외 매출을 115억9000만 달러(한화 약 13조4049억원)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규모다. 국가별 수출 규모를 보면 한국은 14.3%에 달한다. 미국(30.9%), 일본(22.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중국 게임업체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약 2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수백편에 이르는 중국산 게임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마구 잠식해 가는 동안 우리 정부와 게임기업들은 혹시 있을 2차 보복을 우려해 반항 한 번 못하고 중국 정부의 눈치만 살피며 힘겹게 버텨왔다. 그 결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중화권 수출액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주요 게임 기업들의 중국내 매출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의 ‘게임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개발한 작품 중 최고의 글로벌 히트작으로 꼽히는 ‘배틀 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을 어느 순간 자국산 게임으로 둔갑시켰다. 이에 대해선 해당 기업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가 왈가왈부할 내용도 아닌 것 같고, 모처럼 우리 산업계에 중국발 훈풍이 불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설 등 한중 관계 해빙 무드가 거세지면서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이 우리 게임계에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이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음하는데 텐센트, 샨다 등 한국산 게임을 밑천으로 성장한 IT대기업들의 역할이 컸다. 또한 중국이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올라서는데 한국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거대한 중국 시장 덕분에 우리 게임기업들도 큰 성장을 일궈냈다. 이처럼 게임산업은 한중 동반 성장의 ‘상징’과도 같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이후 여행관광업계는 시 주석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사드배치 이후 발길이 끊겼던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연초부터 다시 한국을 찾는 등 여행 한한령이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때마침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에서 나흘 만에 사전 예약 신청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중국 텐센트를 통해 출시를 앞둔 이 작품은 원작 온라인게임을 모바일 환경에 맞춰 재현한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조원 규모의 연매출을 올리는 명성에 비례해 이번 사전예약 추이 역시 폭발적이라는 평이다.

모처럼 중국 현지에서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의 경우 이번에 새로 판호 발급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산 게임에 대한 신규 판호 발급이 언제 재개될 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난 3년간 우리 게임업계는 대륙의 위용을 충분히 실감했다. 이제는 대국의 관대함을 보여 줄 때다.

곧 설이다. 중국도 음력 1월 1일을 춘지에(春節)라 부르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명절로 꼽고 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명절의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 가급적 이른 시일내 우리 게임계의 숙원 중 하나인 한국산 게임에 대한 신규 판호 발급 재개라는 대국의 통큰 선물이 전달되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김종윤 편집국장 jykim@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