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규제의 틀 속에선 영웅이 놀 마당 없다…네거티브 방식 무관심 정책이 즉효약

게임의 대중화를 이끈 작품은 1972년 미국서 발표된 아타리사의 ‘퐁’이다. 그 이전에는 ‘핀볼’ 또는 ‘슬롯머신’같은 기기들이 있긴 했으나, 이들 기기들은 동전 놀이 기구와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퐁’이란 게임이 등장하면서 명실공한 비디오 게임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퐁’이란 게임에 앞서 유사한 장르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인 작품은 ‘핀볼’이다. 그러나  ‘퐁’은 ‘핀볼’의 유사 제품 정도로 취급됐다. 아타리사를 창립한 놀런 부시넬은 큰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을 지켜볼 그가 아니었다. 그는 어느날 캘리포니아의 한 선술집에서 게임기가 소리를 내며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고장 신고 전화를 받고 즉시 수리기사와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그 기기에서 나오는 틱틱 거림의 소리를 들으며 게임기를 열어 봤다. 그랬더니 동전 통에 동전이 가득차 동전 투입구가 막혔음을 발견하고 즉시 동전을 회수했다. 그리고 다시 기기를 작동시키자 게임은 문제없이 진행됐다.

부시넬은 그러나 이날 동전이 가득차 기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며,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이용자들의 게임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같은 결론이 나오자 그는 곧바로 현장 출고되는 모든 ‘퐁’ 제품에 대해 틱틱 거림과 같은 소리가 나도록 업그레이드 했고, 이같은 시도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자신들 쪽으로 돌려 놓는 데 성공했다. 이 게임기가 다름아닌 게임 역사 최초로 소리를 담아내 선보인 ‘퐁’이다.

내달이면 한 세기의 장인 스티브 잡스 탄생 65주년을 맞는다. 파란만장한 삶을 연출하고 떠난 그 역시 놀런 부시넬의 아타리사 출신의 엔지니어다. 그의 일생은 화려함과 질곡이 동시에 함께 한다는 점에서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다. 분명한 것은 그는 실패를 결코 두려워 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등 혁신을 꾀했다는 것이다. 사실, 애플이라는 회사를 만들 때도 그는 그렇게 거대한 힘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할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고정된 틀에서 늘 벗어나고자 했을 뿐이다.

스마트폰이란 기기를 기획하고 준비할 당시만해도 주변에선 그에 대해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하려 하느냐고 비아냥 댔다. 통신업계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그 프로젝트는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자리를 그대로 고수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바지에 검은 티를 입고 몸부림쳤고, 자신에게 늘 자극을 주는 얼리 어답터들에게 스마트폰을 들고 스스로 내려갔다. 한세기의 대혁명은 그렇게 이뤄졌다.

온라인게임이 슬그머니 PC게임이란 이름으로 바꿔어 가고 있는 요즘, 그래도 게임은 역시 온라인게임이라는 소리가 적지않다. 왠 복고바람이냐며 깎아 내리려 하겠지만, 인터넷에서 괜찮다는 게임을 꼽으라면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게임들을 꼽는 이들이 많다.

그 역사의 중심에 서 이는 역시 김택진 김정주 송재경 등 3인이다. 이 가운데 송재경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와 온라인게임의 시장 개황을 이끈 ‘리니지’를 동시에 프로듀싱 했고, 지금도 현장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는 전형적인 게임 개발자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컴퓨터를 거의 놓치 않고 지낸다. 재미있는 것은 유사 장르와 정형화된 게임에 대해서는 그는 좀 부정적이다. 망쳐도 새로운 장르와 작품에 매달리라고 주문한다. 최근 그가 선보인 모바일게임 ‘달빛 조각사’에 대한 세평 역시 크게 갈리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칠 수 없는 것은 그가 이선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도전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게임시장은 양극단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는 이를 놓고 하향 평준화의 결과란 지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꼭지점 주변에 머무는 게임은 몇 작품 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게임업체들까지 덤벼들고 있다. 이젠 가히 내려다 볼 수 없는, 한수 아래의 경쟁국 기업이 아닌 것이다.

온라인게임 시장 개황 이후 불과 몇 년 사이 10조원의 규모를 자랑해 온 한국 게임시장은 정부의 각종 규제와 업체들의 현실 안주에 기인한 보신주의에 힘입어 겨우 14조원(2018년 현재)을 턱걸이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벌써부터 국내 게임산업에 대해 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앞이 전혀 안보인다는 것이다.

게임 산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공정과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기업들의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하는 정부가 다른 한편에선 규제의 대못을 줄기차게 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기업들은 호소한다. 조금이라도 해 보려 하면 그 엄한 잣대를 가져다 대며 막아선다. 놀런 부시넬도 스티브 잡스도 견뎌내기 힘든 산업 구조다. 정부가 게임산업진흥법을 업계 현실에 맞춰 개정한다고 하지만 게임 진흥법 자체가 태생적으로 규제법이란 점에서 업계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게임계엔 ‘게임 방치법’이 딱이다. 온라인게임이 태동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급성장한 요인도 자세히 살펴보면 제도권의 무관심 덕이었다. 김 영삼 정부에 이어 들어선 DJ 정부의 전략적인 정책,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 지원 대원칙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게임과 영화의 꽃이 활짝 폈다.  

이젠 여기서 더 나가야 한다. 포지티브 방식의 산업정책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민간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예컨대 해선 안된다는 것만 빼놓고 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 해야 게임시장이 살고 산업이 꿈틀거린다. 그렇게 해야 놀런 부시넬과 같은 기발한 인물이 나올 수 있고, 스티브잡스와 같은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산업에서 노닐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그러니까 산업도 시장도 힘든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는 영웅들이 놀 마당이 없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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