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경자년 게임산업 전망...AI · 5G 등 미래 기술과 융합 가속화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게임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로 대변되는 새로운 물결이 거세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및 5G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를 여는데 게임이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 시장에서도 기존의 플랫폼을 넘나드는 클라우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경계가 허물어지며 이전까지와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한해가 될 것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기존의 틀을 깨는 미래 지향적 행보를 통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불확실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활로를 찾아가는 게 우리 게임계를 향한 시대의 요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넷마블은 1조 7000억원대 투자를 통한 웅진코웨이 인수를 확정했다.

#신성장동력 발굴에 투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시장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15조 172억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는 전년 대비 성장률 2.3%를 기록, 15조 3575억원의 규모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이는 최근 게임 시장 규모의 확대를 견인한 모바일게임을 비롯, 이와 양분되는 온라인게임의 성장률이 감소하며 정체된 양상에 가까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이 올해는 당장의 폭발적인 성장 동력보다는 성숙기를 지나 새로운 특이점을 기다리는 시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넷마블이 1조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한 웅진코웨이 인수를 확정한 것도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을 방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 업체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의 실물 구독경제에 투자하며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넷마블은 자사가 보유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기술력을 웅진코웨이의 실물 구독경제와 결합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홈’으로의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것.

게임계 대표 업체 중 하나인 넷마블이 구독 경제를 통한 미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이 같은 새로운 수요의 창출 경쟁도 불붙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구독형 서비스 등을 비롯,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수익모델 발굴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모바일 양대 마켓 중 하나인 애플은 지난해 월정액 구독제 게임 서비스 ‘아케이드’를 선보였다. 아직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잇따라 새로운 시도를 이어감에 따라 올해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기술로 각광받는 클라우드 및 스트리밍 게임 등의 분야에서 구독제 서비스가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PC 및 콘솔 게임을 모바일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및 스트리밍 게임의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성 확인에 나선 바 있다. KT 역시 대만의 스트리밍 솔루션 업체 유비투스와 협력을 통해 월정액 구독형 ‘5G 스트리밍 게임’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 이를 주도하는 이동통신업체들이 5G 킬러 콘텐츠로 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범 서비스에 돌입함에 따라 올해는 본격적인 저변 확대의 한해가 될 전망이다.

우리 게임계는 외형적 성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의 영향력에 점차 설자리를 잃어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내수 시장에서의 상위권을 사수하고는 있지만 중소중견 업체들이 산업을 지탱하는 허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안방을 내주게 됐다는 평도 적지 않다는 것.

이런 가운데 수출 성과의 큰 비중을 차지해 온 중국 시장 진출길이 막힌 상황이 계속되는 것도 문제로 여겨져 왔다. 중국 게임이 우리 시장에서 활개 치는 것과 달리 우리는 2년 넘게 신작 하나 제대로 출시할 수 없는 불공정한 경쟁 구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해외 업체에 대한 외자판호를 허가하기 시작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이 한해를 보내게 됐다. 이 같은 고착 상태가 계속될지도 모르지만, 올해야말로 죽의 장벽이 걷히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맞물려 판호 발급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서다. 한중 외교가 보다 긴밀하게 이뤄지면서 문화 교류 측면에서도 게임업계 판호 발급 역시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다.

 

'바람의나라: 연'

#IP 기반 신작 경쟁 여전
지난해 말에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을 론칭, 앞서 2년 넘게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리니지M’을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때문에 ‘리니지2M’이 올해 이 같은 왕좌를 언제까지 지켜낼지도 관심거리다.

또 ‘리니지2M’과 그 뒤를 잇는 ‘리니지M’까지 ‘리니지’ 시리즈의 선두권 점령 행보가 계속될지 역시 기대가 모아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MMORPG의 대작 경쟁이 고조됨에 따라 한동안 이를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넥슨은 올해 선두권 판도를 뒤흔들 업체 중 하나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기존 온라인게임의 판권(IP)을 활용한 신작들을 대거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넥슨은 이미 ‘바람의 나라: 연’ 테스트를 갖고 완성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리니지’와 더불어 1세대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는 최장수 IP ‘바람의나라’가 모바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은 편이다.

‘바람의나라’뿐만 아니라 ‘마비노기’ ‘테일즈위버’ 등을 활용한 모바일게임도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또 이런 굵직한 작품들의 잇따른 공세에 힘입어 올해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핵심 매출원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도 론칭 준비에 착수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이 올해 역시 기존 온라인게임 IP 기반의 신작들이 기대작으로 꼽히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에 이어 ‘블레이드&소울2’나 ‘아이온2’ 등의 차기작을 출시할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또 ‘리니지2M’과 함께 공개한 차세대 게이밍 플랫폼 ‘퍼플’을 통해 PC와 모바일의 크로스플레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또 위메이드가 그간의 공백을 깨고 ‘미르’ 신작을 내놓으며 존재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르4’ ‘미르M’ ‘미르W’ 등 3연작 트릴로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서다.

넷마블은 PC온라인게임 대신, 기존 자사의 모바일 히트작 ‘세븐나이츠’의 IP를 확대한 신작을 비롯, 글로벌 유명 IP 기반의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틀로얄 장르를 녹여낸 MMORPG ‘A3: 스틸 얼라이브’ 및 지브리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제2의 나라’ 등 앞서 대대적으로 예고한 라인업의 등장 역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올해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행보 역시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펄어비스가 새해 시작부터 ‘섀도우 아레나’ 비공개 테스트를 갖는 등 온라인게임 신작 출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에서다.

펄어비스는 또 ‘플랜8’ ‘도깨비’ ‘붉은사막’ 등의 신작을 PC 및 콘솔을 통해 우선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비스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이 같은 작품들의 완성도 점검 등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콘솔 시장에서 격변의 흐름이 감지될 전망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플레이스테이션(PS)5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X박스 등 차세대 콘솔 기기가 연말 홀리데이 시즌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다만 이는 글로벌 사업 기준이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의 일정이 어떻게 조율될지도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또 한편으론 차세대 기기 출시가 임박한 현세대 황혼기를 장식할 대작들이 등장하는 한해로도 기억될 전망이다.

 

올해는 21대 총선으로 인해 게임계를 향한 정치권의 행보도 달라질 전망이다.

#게임법 개정 · 중장기 계획 수립
지난해 ‘카나비 사태’로 일컬어지는 e스포츠계에 대한 파장이 올해 어떻게 전개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불공정 계약 등을 비롯, 업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면서 이를 개선할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제도권의 게임계에 대한 행보는 당장의 규제나 진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을 펴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우선 아이템 확률을 공개토록 하는 정부 고시로 업체들이 대응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규제일몰제를 통해 2년 주기로 검토가 진행되는 웹보드게임 규제가 3월 재평가를 앞두고 있다는 것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성인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결제한도가 폐지됨에 따라 웹보드게임 규제 역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변화 및 게임산업 진흥 중장기 계획 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계 시각에서 재검토하고 게임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법령에 담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서다.

정부는 이 같은 게임법 전면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법 제명을 게임사업법으로 변경하는 등 게임에 대한 정의 및 용어를 수정하는 한편, 한국게임진흥원 출범 등의 근거를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게임계 리더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올해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도 관심거리다. 문재인 정부가 앞서 콘텐츠 산업 3대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올해 게임과의 접점 역시 다양한 형태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외에도 올해는 21대 총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며 게임계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표심을 공략할 게임에 대한 공약을 비롯, 친게임 행보를 보이는 인물들이 의석을 차지하느냐도 올해 게임 업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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