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ㆍ넷마블의 M&A 시도 의미는… 끊임없는 '전략적 변신' 추구해야

새로운 10년의 시작, 2020년이 다가온다. 새해를 기대하며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 보니, 2019년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그 동안의 이슈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시도와 변화들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특히 올 한해 게임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2개의 대형 인수합병(M&A) 이슈는 게임산업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대한, 지나치면 안되는 매우 중요 시그널로써의 의미를 지닌다.  

연초부터 넥슨의 매각이슈가 수많은 이의 관심을 일거에 끌어모으는 파괴력으로 게임산업계의 다양한 갑론을박과 무성한 추측을 낳은 끝에 최종적으로는 없었던 일로 원상복귀 됐다. 한편 M&A의 행위주체 측면에서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이슈가 산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고, 최종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다양한 셈법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3N이라고 불리우는 게임 대기업 3사중 2개의 기업이 마주하고 있는 인수합병의 전략적 의미는 무엇일까?

넥슨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나온 많은 반응이 '다행'이었다. 그 반응의 이유는 우선, 대한민국 대표 게임회사중 하나인 넥슨이 누군가 다른 국가, 다른 기업에 팔려 간다는 것은 뭔가 산업적인 자존심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클릭수에 환호하고 손흥민의 경기 기록을 꿰고 있는 한국인들의 일상이 단지 아이돌이나 스타선수에 대한 팬심 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것과 같다. 한 단계를 더 들여다 본다면, 넥슨의 M&A 과정 중에 취약해질 구성원의 직업 안정성 문제는 해당기업의 구성원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듯하다. 넷마블의 웅진 코웨이 인수 이슈에는 넥슨과는 조금 다른 측면의 반응이 있는 듯하다. 넥슨의 인수불발을 다행으로 여긴 산업의 정서가, 넷마블의 웅진인수에 대해서는 '인수추진 기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웅진의 오프라인 인프라와 시너지를 이룬 넷마블의 사업 다변화 시도를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두 가지 이슈에 대한 정답('과연 잘된 선택인가'에 대한)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지금이 이러한 이슈가 제시하는 다양한 측면의 '의미'를 생각해야 할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1990년대 후반, 갓 태어난 신생아 단계를 시작으로, 현재 20대의 청년으로 성장했고,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을 위해 장년의 시기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변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PC로 시작한 게임 플랫폼이 많은 부분 모바일로 전환되고 VR·AR(가상현실·증강현실)등 새로운 플랫폼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동안 한국게임의 현지 서비스 라이센스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던 중국 게임사들은 자체 개발작으로 중국시장은 물론 한국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을 급속도로 올리는 놀라운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넥슨의 M&A 이슈는 참으로 놀라운 소식 이었다. 필자 또한 많은 사람들처럼 M&A 불발을 '조건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러한 M&A 불발이 넥슨의 단순한 현실 복귀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전략적 변신'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넥슨은 그동안 축적해온 게임 기획력이나 개발력, 그리고 퍼블리싱 역량이 본격적인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확장돼야 한다. 특정 국가의 특정게임 성과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넥슨의 수익모델은 미래를 어둡게 한다. 현재 10조 이상 규모의 기업가치가 한 순간에 쪼그라 들 수 있다는 위기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넥슨이 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 변신'은 가장 빠른 시간내에 최적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유지하던 거버넌스 체계를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개방형 혁신의 방법론으로 기술의 담장을 허물고 영역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현재 움켜쥔 자산과 방법론에 집착하는 순간, 미래는 더욱 막막해진다. 글로벌 시장 역량의 극대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은 부수적 전략의 열매이다.

넷마블의 오프라인 사업모델과의 연계를 통한 전략적 변신은 사업영역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게임 산업계로서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추진은 현상적으로는 사업다각화(Diversification)의 한 형태이다. 핵심은 이 새로운 영역을 넷마블의 핵심역량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이며, 이러한 과정은 사업 간의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 혹은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을 통해 총체적 기업전략과의 연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외연을 확장하거나 외형을 늘리는 데에서 전략적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대기업형 사업다각화 모델은 콘텐츠서비스 기반의 게임기업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웅진이 보유한 오프라인 인프라 및 인적 자산을 넷마블의 온라인서비스 역량 및 비즈니스모델 창출 역량과 결합해 레버리지가 가능한 명확한 영역이 구체화 되어야만 넷마블의 M&A가 의미가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한 넷마블의 '전략적 변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아직 그게 아니라면? 심각히 재고해 볼 일이다. 2016년의 알파고 충격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바둑산업이 큰 침체를 겪고 있다고 한다. 바둑 문하생들이 급격히 줄고 바둑학원들은 수강생을 찾기 어려우며 공개되기 시작한 바둑AI 덕에 아마추어 바둑시장도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의 여파가 비단 바둑산업 뿐일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전략적 변신을 시도하는 게임산업계를 기대한다.

김정수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jeieskim@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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