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은퇴 고별전 상대로 인공지능(AI)을 지목해 대결이 시작된 가운데, 대국 상대인 NHN의 바둑 AI ‘한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돌’은 NHN이 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통해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 및 서비스하는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국내 게임업체 중 자체 개발해 일반인이 사이 대국 가능한 바둑 AI로는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라는 게 NHN 측의 설명이다.

NHN은 2017년초부터 10개월 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한돌’ 버전 1.0을 출시했다. 이후 두 번의 판올림을 거치면서 향상된 기량과 함께 승률도 높여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출시 1주년을 기념해 한달 간 5명의 최상위 랭킹 바둑 프로기사들과 릴레이 대국을 펼치는 ‘프로기사 톱5 vs 한돌 빅매치’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돌’은 이를 통해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 등과 국내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상대로 연이어 승리를 거뒀다.

‘한돌’은 또 지난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 참가했다. 첫 참가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 달성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바둑 AI의 주요기능은 대국 시 이길 수 있는 다음 수를 예측하는 것이다. 개발 초기 ‘한돌’은 ‘한게임 바둑’ 데이터 등 사람이 둔 기보를 학습해서 다음 수를 예측하는 ‘정책망’을 사용했다.

출시 시점에는 이 같은 ‘정책망’으로 후보 수를 선택한 후, 자가 대국을 한 기보로 학습한 ‘가치망’과 패턴으로 끝까지 빠르게 둔 ‘롤아웃’ 등을 통해 다음 수에 대한 승리 확률을 얻도록 설계됐다. 이렇게 선택하고 얻은 수에 대한 승리 확률에 ‘MCTS’라는 수읽기 알고리듬을 통해 다음 수를 예측했다.

현재 버전의 ‘한돌’은 정책망 및 보다 정확한 ‘가치망’을 사용해 ‘롤아웃’ 없이 MCTS 수읽기 알고리듬을 통해 다음 수를 예측한다. 또 자가 대국을 통해 생성한 기보를 이용해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시키고 있다.

이 같은 성능 개선을 통해 ‘한돌’은 지난해 인간 프로기사 9단의 기력과 비슷한 수준에서, 현재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 2017년 커제와 대국한 ‘알파고 마스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이세돌 은퇴 기념 대국에서의 ‘한돌’은 이 같이 개선을 거듭한 최신의 3.0 버전이다. 이는 프로기사들의 기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ELO레이팅’ 기준으로 4500점을 넘는 수준일 것으로 내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NHN은 바둑 이용자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게임 바둑’ 내에서 대국 중 ‘한돌’이 알려주는 강력한 다음 수 힌트 서비스인 ‘한돌 찬스’를 비롯, 종료된 대국에 대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패착·승착을 확인하고 승부 흐름 파악을 도와주는 ‘한돌 승률 그래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돌’의 개발 및 서비스 목표는 기력이 높은 AI뿐만 아니라 바둑을 배우고 싶고 즐기는 모든 이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따라 덤 조절이나 접바둑, 페어바둑 등 다양한 대국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풍을 활용한 새 콘텐츠 등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이세돌 9단 은퇴전과 ‘한돌’ 2주년을 기념해 ‘한게임 바둑’에서도 이벤트를 진행한다. 내년 1월 20일까지 한정판 패키지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한편 NHN은 ‘한돌’에서 사용한 기술을 활용해 장기, 퍼즐 등으로의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