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중국 정부의 게임 판호불허 문제도 종국적으론 자신들이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

1950~1980년대 중반까지 대중음악은 팝의 전성시대였다. 젊은이들이 흥얼거리며 함께 따라 부른 노래는 요즘 대세처럼 자리하고 있는 트롯 가요가 아니다. 팝이 대중을 이끌었고. 팝이 젊은 세대들의 주류 장르였다. 그러나 값비싼 정품 앨범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가격으로 치면 커피 10잔 값은 넉넉히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싸구려 복각 음반이 주종을 이루게 됐다. 정상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음반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찍어낸 음반을 가리켜 복각음반이라 하는데, 이 음반들이 팝 음반시장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예컨대 이들 음반을 해적판이라고 했고, 리어커 상에서 주로 판매 한다 하여 리어커 음반이라 불렸는데, 그 시장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짭짤했다. 더군다나 로열티까지 없으니까 고정비가 들지 않았기 때문에 명색이 이름이 있다는 국내 음반사들까지도 이들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강력 반발에 나선 곳은 워너뮤직 EMI 소니뮤직 등 이른바 정상적인 팝 음반을 제작, 발매하는 외국 음반 메이저사들이었다.

이들은 정상적인 유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한국 정부에 먹혀들지 않자, 국제 음반협회(IFPI)를 통해 미국 상무부를 앞세웠다. 그렇잖아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고민에 빠져 있던 미 상무부는 IFPI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복각음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치 않으면 컬러 TV 냉장고 등 주요 가전 제품의 수입관세를 대폭적으로 인상하는 등 한국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부랴부랴 합동 단속반을 꾸려 복각음반 및 해적 음반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섬으로써 정품 아닌 음반들은 시중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같은 파동을 겪은 이후 , 우연인지 아니면 팝 팬들의 등돌림이 있어선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내수시장에 대한 팝 앨범 비중은 대폭적으로 떨어진 반면, 국내가요 앨범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실행에 옮기게 되면 그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시장은 조심스런 측면이 없지 않으나,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상대국 시장이 국제 규범을 지키지 않는다고 할 경우,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한 항의를 하고 나서는 것은 어찌보면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하고도 마땅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절차와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팝시장이 축소된 데 대해 미국 상무부의 강력한 어필이 한국 국민의 정서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으나,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그건 아주 다른 얘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경을 두고 이해 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다 할 것이다.

최근 콘텐츠 수출시장의 최대의 관심사는 중국의 게임 판호의 향배다. 중국 당국은 무려 2년이 넘게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몇 달전 2~3개 판호를 내줬다는 외신이 나오긴 했으나,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 이로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한국 게임기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게임수출의 60~70%를 차지하는 중국 게임 시장을 떼 놓고 판을 짜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방 백방을 알아봐도 뽀족한 답을 얻기가 어려워지자 우리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으나 정부 역시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게임학회 등 일부 단체에서는 외교부를 상대로 판호 불허 등 중국과의 외교 현안 문제에 대해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냉철하게 이 문제를 들여다 보려면 과거 10여년 전의 중국과 현재의 중국의 국력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 글로벌시장에서 G2로 불릴 만큼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미 사드의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듯, 주변 국가와의 지엽적 문제는 자신들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해결하겠다는 게 시진핑 국가 주석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도 사드문제로 야기된 중국 당국의 앙금을 그대로 우리 정부에 표출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예전 미국 상무부에서 취했던 방식대로, 중국 당국을 향해 양국기업의 형평성을 언급하며 불합리한 판호 발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겠으나 그들이 시장을 틀어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문제로 수급을 조율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또 미국처럼 초 강대국이라고 한다면 힘으로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그건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풀 성질의 것이 아니라 통상 차원의 문제로 처리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현재 산자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서비스 투자 분야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 지난 11월말 6차 회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판호 발급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이 내년 3월 재론키로 하는 등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결국, 콘텐츠의 위대한 힘이란 것도 국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선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모 단체에서 외교부의 무사안일을 두고 지적한 성명서는 마치 우리에게 매를 들고 우리를 내친 자해 행위와 같은 것처럼 느껴졌다. 콘텐츠의 힘은 국력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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