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스타' 참석ㆍ특강 등 큰 관심 보여…함께 보조 맞출 실무자도 역할 중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친게임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역대 장관들이 외면했던 '지스타' 개막식에 참석했고 이에 앞서 게임산업을 옥죄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을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최근엔 게임인들을 위한 특강을 마련해 여러가지 현안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장관들이 있었지만 이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장관은 많지 않았다. 게임인들은 산업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장관으로 박지원 의원(대안신당)을 꼽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그는 문화부 장관으로 부임해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그가 당시 정치권의 실세였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가능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없었다면 적당히 자리만 지키다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박 전장관은 문화부 장관이란 자리를 그져 스쳐지나가는 경력쌓기의 하나로 여기지 않았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게임산업의 발전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부 내에서 관심권 밖에 있던 게임산업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법을 정비하고 장기발전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성과가 박 전장관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를 뒷바침해주는 전문 관료들이 있었기에 그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실무자 중에서 친게임 정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이는 김용삼 문화부 제1차관을 들 수 있다. 아마도 지금에 와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그가 게임산업과장을 맡고 있을 때 게임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산업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일이다.

비록 그가 '바다이야기 사태'로 홍역을 치르며 2선으로 물러나는 불운을 만났지만 검찰의 조사에서도 잘못이 드러나지 않았고 시간이 후른 후 다시 제자리를 찾아 지금은 차관이란 자리에까지 올랐다.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으로 차관의 자리까지 오른다는 것은 최고의 위치에 도달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소 장황하게 전임 장관과 게임과장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지금 게임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 업계를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정책 책임자와 실무자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 정책이란 것은 장관 홀로 나서서 주장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실무 과장이나 직원들이 밀어붙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위아래가 모두 공감하고 팔을 겉어붙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머리 따로, 팔 다리 따로 놀아선 절대로 이뤄낼 수 없다. 게임을 보는 사회나 정부 관료들의 시선이 아직도 곱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 나간다는 것이 여전히 힘겨운 싸움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그럴듯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 보다도 지금 업계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싸움닭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장관이나 실무 과장 모두 싸움닭이 될 필요는 없다. 장관이 앞에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면 실무자는 이를 뒷바침 하며 장애물을 되는 타 부처나 정치인들을 상대로 전략을 짜고 보병처럼 한걸음 한걸음 밀어붙여야 한다. 이러한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없다면 박 장관이 발언한 게임법 개정과 게임전문가 육성 등 장미빛 청사진들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문화부 내에서 게임산업과는 기피부서 1순위에 속한다고 한다. 잘해도 알아주는 이 없고, 혹시나 잘못되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으로 발령을 받으면 1~2년 동안 복지부동하고 새로운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그 중에는 사명감을 갖고 게임산업을 더 키워 나가기 위해 애쓰는 이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안팎에서 느끼는 바는 그렇다. 

그동안 뛰어난 문화부 장관과 능력있는 게임산업과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들이 남긴 것은 무언인가. 그리고 지금 남아있는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게임산업이란 미래 먹거리가 지금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내수부진과 글로벌경쟁 심화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 기다리고 있다. 

산업인들뿐만 아니라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의 관심이 정말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다행이 박양우 장관이 게임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여러가지 지원책을 구상하고 실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장관이란 자리는 언제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는 자리며 한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게임인들과 함께 하는 실무자들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들도 박 장관과 호흡을 맞춰서 다시 한번 게임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도록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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