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6년간 관람객 100만명 방문 의미 커…지역ㆍ규모 더 확대된 박물관 기대

프랑스 파리를 여행한다면 에펠탑과 몽마르트언덕, 그리고 루브르박물관은 꼭 들러볼 곳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박물관은 지나온 역사를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만나볼 수 있기에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필자도 루브르박물관을 처음 찾았을 때의 감동과 압도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특히 이곳은 프랑스라는 한 나라의 박물관이 아니라 전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재를 모아놓은 곳으로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그래서 몇달에 한번씩 전시물을 교체해 관람객을 기다린다. 수많은 미술작품과 조각품 가운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는 전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항상 북적거린다. 

박물관을 구경한다고 해서 한 시대, 또는 한 국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역사책 몇권을 보는 것 이상의 감동과 느낌을 전해줄 수 있다. 그래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과 로마, 중국 등 강대국들은 박물관을 그들의 힘의 상징으로 여겨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들고 소중히 관리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는 넥슨이 조성한 컴퓨터박물관이 있다. 얼마전 이곳을 찾은 관람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6년 만에 100만명의 관람객이 찾아온 것이니 매년 평균 16만명 이상 이곳을 다녀갔다고 볼 수 있다. 대도시인 서울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제주도에 만들어진 작은 박물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니 놀라운 일이다.

특히 청소년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컴퓨터를 구경하거나 게임을 즐기면서 신기함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의 컴퓨터나 게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구석기 시대라는 느낌이 강하겠지만 짧은 세월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기술의 위대함도 깨닫게 됐으리라.

최초의 컴퓨터 게임은 1958년 브룩헤이븐 연구소에서 일하던 윌리엄 히긴보덤과 로버트 드보락이라는 두 과학자에 의해 탄생했다. 이 연구소는 원자력이나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일반인이나 아이들도 전시관에 들어와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시관에는 복잡한 실험 기구나 전자계산기, 서류밖에 없어서 이곳을 찾아온 청소년들은 따분한 내용에 큰 실망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과학자는 연구소의 컴퓨터로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테니스 포 투'라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다. 이 게임은 조그만 화면 속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빛나는 공을 판 위아래로 움직여 상대편에게 돌려보내는 게임이었는데 테니스 경기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이 게임은 지금의 눈으로 보면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조악했지만 당대 최고의 컴퓨터 전문가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컴퓨터를 통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 이후 수많은 상업용 게임들이 만들어졌고 콘솔게임기에 이어 컴퓨터 CD게임,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등 플랫폼을 확장시키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장을 개척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이러한 발자취가 넥슨의 박물관에 잘 소개되고 있다. 이를 지켜본 많은 관람객들은 책 한권을 보는 것 보다 더 큰 지식과 경험을 얻어 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보면 아직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은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이며 종합 디지털예술의 결정체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음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고 성인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중독과 사행의 원흉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어 놓는 데 게임 박물관이 큰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자면 제주도에 있는 넥슨의 박물관뿐만 아니라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도 게임의 역사를 돌아보고 체험하며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이 더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주도에 있는 박물관에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다면 대도시에 있는 박물관에는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는가. 

또 지금은 넥슨이라는 한 기업이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한계도 있다. 그렇다면 게임산업협회나 콘텐츠진흥원 등 정부와 단체가 나서서 게임박물관을 만들어 운영한다며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10년, 100년 후에는 게임박물관이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게임문화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잡지 않을까.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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