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 광고 없는 게임 환경 주목...독점 콘텐츠 추이 지켜봐야

애플이 월정액 구독제 게임 서비스 ‘아케이드’를 선보인지 두 달이 지났다. 게임 내 결제나 광고가 없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한 업계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에 따르면 애플 ‘아케이드’는 현재로서 연착륙 가능성을 진단하긴 어렵다는 평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모바일게임 전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앞서 운영체제 iOS의 13버전 업데이트와 함께 ‘아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정액 6500원을 지불하고 100여개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아케이드’는 오픈 시점 ‘레고 브롤스’ ‘인챈티드 월드’ ‘스닉키 사스쿼치’ ‘프로젝션: 퍼스트 라이트’ 등 10여개 작품을 단독 게임으로 내세웠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파트너사 각각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개발비를 선금으로 제공할 만큼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락 창구를 개설하며 유망 개발사 추가 모집에도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분배 받는지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하다. 파트너사 역시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유저의 플레이 빈도나 시간에 따라 분배액이 달라지는 방식은 아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최근 유료 다운로드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다. 뽑기 등의 수익모델을 내세운 부분 유료화 게임들이 대부분의 시장 파이를 가져감에 따라, 인디 등의 일부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면 유료 다운로드 방식의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아케이드’에 참여한 업체들이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아케이드’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고서에서는 ‘아케이드’ 독점작 중 하나인 ‘웨얼 카드즈 폴’을 예로 들고 있다. 20시간 분량의 서사를 지닌 수작으로 평가되지만, 일반적인 마켓 판매로는 수익을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작품의 개발진들은 적정 가격을 20달러(한화 약 2만 3500원)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1000원~5000원의 작품들도 판매량이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2만원이 넘는 가격을 책정할 경우 유저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아케이드’에 대한 물음표가 많지만, 개발 업체들의 입점 노력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발비나 수익모델, 마케팅 등의 요소를 걱정하지 않고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엄선된 작품을 수급하는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평도 나오고 있다. 유저들이 결제나 광고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호응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구독 서비스가 저변을 확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모바일게임 과금 유저 비율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게임에 돈을 쓰는 유저들의 기대치가 높은 편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게임에 돈을 쓰는 유저들은 하드코어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장기간 플레이하거나 핵심 콘텐츠에 파고들며 몰입한다.

반면 지금의 애플 ‘아케이드’는 이 같은 게임 마니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평도 없지 않다. 당장은 독점 콘텐츠를 비롯해 엄선된 작품들로 신선함을 느끼지만, 앞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들에 비하면 짧은 호흡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X박스의 ‘게임패스’나 일렉트로닉아츠(EA)의 ‘오리진’ 등 이미 게임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구독 모델과의 비교 역시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플랫폼은 ‘아케이드’에 비해 다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긴 하지만 이를 통해 트리플A급의 대작들이 제공된다.

때문에 실제 돈을 쓰는 게이머들의 입장에선 ‘가성비’ 등의 합리적 소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향을 감안하면, 기존 게이머들이 매달 ‘아케이드’에 구독료를 지불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그러나 애플이 보유한 방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구독 서비스 역시 저변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앞서 넷플릭스 등이 독점 콘텐츠를 통해 경쟁력을 발휘했고 애플 뮤직이 독점 음원으로 점유율을 늘려갔다는 점에서 이번 ‘아케이드’ 역시 독점 콘텐츠의 추이에 따라 흥망이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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