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교수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서 과잉 의료화 문제 지적…저작권 분쟁 법리적 소개도

이경민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

“게임의 과용은 질병이 아니라 자기 통제력 발달의 과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21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에서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게임 과용의 뇌과학: 사회적 분쟁의 합리적 조정’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게임 과용에 대해 ▲과도 경쟁의 결과 ▲발달 과제 성취 수단 ▲사회문화적 잠재력 3가지를 이유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독 유발 원인, 뇌 파괴, 백해무익한 시간 낭비 등 게임에 대한 다양한 오해가 있다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현재 게임에 대한 과잉 의료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과도한 게임 소비를 중독이라는 의료적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원인분석과 대책 탐색에서도 다양한 원인을 제외하고 게임에만 협소하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어서 대부분의 인터넷 게임 장애 연구가 불안정하며 연구자들의 의견이 혼재 및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뇌과학적 측면에서 게임의 유용성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 ▲경험 반복을 통한 인지 효율성 증진 ▲실제 경험에서 위험을 통제한 학습 기회를 꼽았다. 아울러 게임의 선용은 개인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문화활동으로 발전시킬 사회적 활동이라며 “게임의 활용을 통한 뇌인지 기능의 발달과 건강 증진이 최선”이라고 말을 맺었다.

법적 관점에서의 게임분쟁 발표 역시 이뤄졌다. 임상혁 변호사는 e스포츠 게임방송중계권을 중심으로 한 법적분쟁을 발표했다. 임 변호사는 게임중계방송의 구조를 게임제작업체, 선수, 주최자, 방송사업자, 유통플랫폼, 시청자의 구조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스포츠 경기(e스포츠)가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인지 법리적 해석을 펼쳤다.

이한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외협력실 실장

강태욱 변호사는 게임 콘텐츠 보호와 저작권 부문에서 분쟁에 주목했다. 강 변호사는 “동일 장르의 게임은 다른 디자인과 그리고 매우 유사한 게임 규칙 및 조합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부문에서 창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이디어와 표현에 대해선 구분했는데 표현만이 보호대상이란 것이다. 가령 추상적인 게임의 장르, 기본적인 배경, 전개방식, 규칙 등은 창작도구에 불과해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크게 성공한 게임의 규칙, 진행방식 등은 일종의 표준이돼 이후 출시되는 게임에 그대로 구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간 판례의 경우 진행 방식, 조합 및 배열 등은 공공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킹닷텀과 아보카도간의 분쟁사례 등을 언급하며 새로운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장르적 성격을 가지는 게임 저작물의 특성 상 시각적으로 보이는 외관의 유사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저작권 침해뿐만 아니라 부정경쟁행위 여부까지 같이 침해 여부 판단 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전체로서의 규칙’ 보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게임 콘텐츠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왼쪽 부터 최승수 변호사, 김태욱 변호사, 이한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실장, 양용진 카카오게임즈 법무정책실 실장, 조영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사무국장, 김재춘 변호사

끝으로 이한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외협력실 실장은 업계 시각에서 바라본 IP관련 분쟁사례를 소개했다. 이 실장은 게임산업에서의 IP계약은 게임업체가 자사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특정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게임, 웹툰, 캐릭터 등의 지식재산권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활발히 이뤄진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계약으로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제작 ▲캐릭터를 모바일 게임에 등장시키는 것 ▲국내 게임을 해외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하기 위한 것 ▲기존게임을 리메이크 ▲웹툰을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하기 위함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발표에서 IP 관련 다양한 분쟁 사례를 소개하며 게임의 표절은 저작권법에서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작권침해는 실시간,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시대에 적합한 보호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 토론 역시 활발했다. 토론에는 조영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사무국장, 양용진 카카오게임즈 법무정책실 실장, 김재춘 변호사 등이 패널로 참가했다. 토론에서는 게임저작권과 관련된 법리적 해석과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편 ‘2019 콘텐츠 분쟁조정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가 개최한 행사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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